오마이스타

오랜 한 풀었다... 부산고등학교, 황금사자기 첫 우승

부산고, 선린인터넷고 꺾고 황금사자기 정상... 4대 고교야구 대회 모두 석권

23.05.31 16:33최종업데이트23.05.31 16:33
원고료로 응원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부산고등학교가 창단 첫 우승을 차지했다. ⓒ 박장식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만들어진 해와 같은 1947년에 개교한 학교, 하지만 마지막 결승 진출이 31년 전의 일로 까마득했던 학교, 얄궃게도 4대 고교야구 대회 중 유일하게 황금사자기 우승이 없었던 부산고등학교가 2023년 드디어 황금사자기 우승기를 품에 안았다.

29일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제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부산고등학교가 선린인터넷고등학교를 12대 3으로 꺾고 우승했다. 부산고등학교는 1학년 안지원이 펼친 타석에서의 활약, 그리고 3학년 성영탁이 마운드 위에서 펼친 12탈삼진 위력투가 빛났다.

부산고등학교는 이날 승리로 4대 고교야구 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대기) 우승기를 모두 거머쥐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부산고등학교는 지난해 봉황대기 우승에 이어 황금사자기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하면서, 2020년대 고교야구 최강팀으로서 거듭났다.

비가 만든 2박 3일 경기... 매 이닝 득점 나왔다

황금사자기 결승전은 당초 27일 거행되었다. 부산고가 성영탁을 선발투수로 내세웠지만, 경기 초반부터 선린인터넷고에 두 차례 볼넷을 내주며 고전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부터 내리던 비가 갑작스럽게 거세졌다. 결국 경기는 중단 끝에 서스펜디드 선언이 되어 비가 그치는 29일 오후부터 재개되는 것으로 정해졌다.

이틀 뒤인 29일, 쨍쨍하다 못해 열기가 느껴지는 정반대의 날씨 속에서 결승전이 재개되었다. 주자는 무사 1·2루 상황. 성영탁은 세 개의 아웃카운트를 모두 잡아올리는 데 성공하며 1회 초부터 이어진 위기를 넘겼다. 

1회 말부터 부산고의 득점이 터졌다. 선두타자 연준원이 안타를 만든 데 이어, 빠른 발을 바탕으로 선취점을 연결했다. 1회부터 득점을 받으니 성영탁도 마운드에서 위력투를 펼쳤다. 2회 초 선두 타자를 1루수 땅볼로 유도한 성영탁은 이어진 두 타자를 연속 삼진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쳤다.

2회 말에도 안지원의 적시타로 한 점을 더 만든 부산고. 성영탁은 2사 상황 3회 이진우에게 2루타를 내준 데 이어 폭투까지 만들며 주자를 실점에 가깝게 만들었지만, 삼진으로 마지막 타자를 돌려세우며 무득점했다. 

3회 말 부산고의 방망이가 터졌다. 부산고는 양혁준의 적시타와 최민제의 담장 앞에 뚝 떨어지는 장타가 터지며 두 점을 만들어냈다. 스코어는 4대 0, 벌써 경기 초반부터 넉 점 차를 만든 부산고였다.
 

황금사자기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한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이 박계원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 박장식

 
4회 초에는 선린인터넷고도 득점 기회를 잡았다. 서지민이 2루타를 쳐내며 출루한 데 이어, 상대 송구 실책과 폭투를 틈타 3루까지, 이어 홈까지 쇄도했다. 하지만 4회 말 부산고등학교가 이원준의 1루수 옆을 떼굴떼굴 굴러가는 안타에 힘입어 한 점을 더 만드는 등 점수 차이를 지켰다.

5회 초에는 선린인터넷고가 부산고의 기세를 꺾으려 하는 홈런을 만들었다. 김성재가 좌측 담장을 아슬아슬하게 넘어가는 홈런을 때려낸 것. 성영탁은 머쓱한 듯 머리를 매만졌고, 벌어진 점수차는 다시 석 점 차로 붙었다. 매 이닝 득점이 나오는 아슬아슬한 싸움이 계속될 것만 같았다.

안지원 대활약, 12K 성영탁... 부산고 첫 우승 만들었다

하지만 5회 본격적으로 부산고가 빅 이닝을 만들었다. 만루 상황 상대의 실책으로 두 점을 뽑아낸 데 이어, 안지원이 중견수 옆에 뚝 떨어져 구르는 적시 3루타를 쳐내며 두 점을 더 달아났다. 선린인터넷고는 6회 초 한 점을 더 올리며 분투했지만, 부산고는 6회 말 두 점, 7회에 한 점을 더 달아나 스코어가 12대 3까지 벌어졌다. 

부산고는 성영탁이 6회까지 활약했다. 성영탁은 6이닝 동안 잡은 18개의 아웃카운트 중 12개를 탈삼진으로 처리했다. 특히 6회 위기 상황에는 동료 야수들도 성영탁을 도왔다. 주자 1·2루 상황 내야를 빠져나가려는 공을 잡는 호수비를 펼친 유격수 박찬혁 덕분에 더블 플레이를 유도하는 데 성공, 성영탁은 6회를 1실점으로 마무리했다.

서스펜디드 전까지 10구, 이후에 103구를 더 던지며 113구를 던지며 분투한 성영탁 다음 투수는 준결승에서 영웅이 되었던 옆구리투수 김동후였다. 김동후는 매 이닝 선두타자에게 출루를 허용하기는 했지만, 무실점으로 2이닝을 막아내며 준결승 때의 호투를 다시 재현했다. 9회에는 조민우가 올라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직전 부산고 덕아웃은 환희 그 자체였다. 성영탁 선수는 커다란 물병을 들고 축하 물세례를 준비하기도 했다. 결국 2루수 플라이로 부산고의 우승이 확정되자 목동의 이른 더위를 씻어낼 부산고 선수들의 물세례가 이어졌다. 차가운 물이 선수들을 뒤덮었지만, 선수들은 누구보다도 뜨거운 5월의 마지막 휴일을 보냈다.

"77년 지나는 동안 첫 우승... 선수들 잘 해줬다"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감독상을 수상한 부산고 박계원 감독(오른쪽). ⓒ 박장식

 
부산고 박계원 감독은 "연습량이 많았는데,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에 우승했다"며, "연습할 때 주의한 상황들이 경기에서 나온 덕분에 선수들이 잘 해주지 않았나 싶다"며 웃음을 보였다. 박 감독은 "상대보다 마운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타자들을 믿었는데 정말 득점도 많이 했다"면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 감독은 결승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안지원 선수도 칭찬했다. 박 감독은 "중학교 때까지 투수를 했던 선수인데, 윗 학년 투수층이 두꺼워 타자로 경기에 나서곤 했다"면서, "그런데 오늘 대박이 났다. 자기는 그래도 투수를 같이 해보고 싶다는데, 오늘 이렇게 잘 쳐서 고민이 된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우수투수상을 수상한 성영탁 선수 역시 "늘 그렇듯 편안하게 해줬다"고 칭찬했다.

박계원 감독은 "사실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황금사자기가 대학 다 확정난 뒤인 9월에 열려서, 그래서 덜 중요한 감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그런데 이제는 제일 중요한 경기가 되지 않았냐. 77년 지나는 동안 첫 우승을 하게 되어서 너무 좋은데, 동문들이 도와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감사하다"며 경기장을 찾은 동문들에게도 감사를 보냈다.

부산고는 이날 우승으로 황금사자기, 청룡기, 대통령배, 봉황대기까지 모두 우승하는 대기록을 썼다. 특히 지역 라이벌 학교이자 지난해 황금사자기에서 우승했던 경남고등학교도 4대 대회 석권 기록은 없다. 부산고는 창단 이후 77년 만에 동갑내기 대회인 황금사자기 첫 우승기를 들었다는 의미 깊은 기록도 썼다.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은 이번 대회 상 역시 싹쓸이했다. 안지원이 MVP를 포함해 최다 타점·안타·타격상을 수상해 4관왕에 올랐고, 성영탁은 우수투수상을 수상했다. 최다 득점에는 9득점을 기록한 연준원이, 수훈상에는 2루수 양혁준이 올랐다. 부산고는 7월 개막하는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에도 출전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고교야구 황금사자기 부산고등학교산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