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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 볼 게 뭐 있다고 여행을... 그 어려운 걸 해낸 MZ 청년들

대학가 활성화 위해 청년 공동창업 공간 꾸린 청주 '에이드풀'... 공동체 힘으로 지방재생 꾀하다

등록 2023.05.30 15:53수정 2023.05.3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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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60만 도시, 충북.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충북의 청년(15세~39세) 전출 인구는 4만 1236명에 달한다. 이중 2만1210명(51%)이 수도권(서울·경기·인천)으로 향했다. 학업을 위해, 또는 일자리를 찾아 너도나도 서울로 향한다지만, 우리 주위에는 충북에 남기를 택한 청년들도 있다. 그들은 충북에서 자신의 기반을 만들고 지역의 가치를 창조해낸다.

그들에게 충북은 어떤 도시일까? 충북을 떠나지 않고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청년들이 찾아낸 충북의 가치는 무엇일까? 충북 청년들의 삶을 들여다본다. - 기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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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드풀의 대표 최대환씨. 초기 창업 당시 에이드풀의 거처였던 카페 겸 공방은 현재 전시, 공연이 함께하는 복합문화 공간 블루 인 그린으로 이름을 바꿨다. ⓒ 충북인뉴스

 
각자도생 시대의 청년들, 불안한 사회가 지속될수록 경제활동에 뛰어든 청년들은 먹고 살기 급급하다. 사회 활동과 인간관계에 지쳐 고립을 택하는 이들 또한 늘어나고 있다. 'MZ세대'는 '개인주의적이고 공동의 책임을 외면한다'는 청년 세대의 편견을 정당화하는 유행어처럼 자리잡았다.


이러한 편견과는 달리 공동체를 추구하며 '개인의 영역과 취향을 존중하고 힘을 합치는 것이 얼마나 효과적이고 즐거운 일인가'에 대한 노력을 이어 가는 청년들이 있다.

2018년 청주시 월곡리에 위치한 충청대학교 학생과 창업에 도전하고픈 청년 5명이 "대학로 활성화"를 외치며 만들어 낸 사회적 기업 '에이드풀(AIDFUL)'이 그렇다.

에이드풀의 소속 청년 작가(창업가)들은 빠르게 소비되고 소외되는 자원들에 주목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재생이란 단순한 물건뿐만 아니라 청년이라는 귀중한 인적 자원의 회복과 같이 폭넓은 '재생'을 이야기한다.

대학가 청년 창업 공동체로 시작해 지역 문화 예술의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확장하는 에이드풀의 대표 최대환씨를 만나봤다.

주민·학생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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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의 청년이 함께 창업에 도전했다. 한 공간을 나눠 각자의 공방과 판매창구가 되어줄 카페를 운영했다.(좌측은 카페, 우측은 가죽공방과 재봉틍 공방이 위치했던 과거 모습). 하루는 공연장이 되고도하고 하루는 옷가게가 되기도 했다. 청년 작가들의 콘텐츠가 구체화되고 성장하면서 공간은 다채로운 도전을 담아냈다. (사진=KAFFIA) ⓒ 충북인뉴스

     
"'함께하면 더 즐겁다' 누군가와 함께 있음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죠. 공동체라는 것이 사람의 본질, 당연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일손이 많은 것도 좋잖아요."


최대환씨는 청년이 주체성을 가지면 '나'를 알게 되고, '나를 위함'도 알게 되며, 타인을 둘러볼 수 있는 힘도 생긴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체적인 청년의 삶을 추구하며 재생과 자립을 위해 지방을 택했고 공동체를 택했다.

에이드풀 소속 청년 작가(창업가)들은 침체된 대학로 상권을 주민과 학생 모두 즐길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자 뜻을 모았다.

2018년 대학가에 위치한 오래된 상가 2층 건물을 직접 꾸며 각자가 좋아하는 분야 빈티지, 재봉, 가죽, 꽃차 등 공간을 나눠 공방을 차렸다. 창업 정보와 기회를 공유하며 전시, 수업, 카페 운영 등을 함께 기획했다.

내부 활동뿐만 아니라 외부 문화 예술가들과 협업을 통한 활동을 이어왔다. 공연, 초청 강연, 마을 축제를 함께 기획하면서 소속 작가와 지역 문화 예술인들과 협력관계를 이어오며 청년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처럼 에이드풀 활동은 환경과 공동체의 선순환을 위해 그 안의 개개인, 사람을 존중하고 세심하게 살핀다. 대상을 인간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소통하고 공유하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획들이 눈에 띈다.

'노잼도시'에서 관광은 어렵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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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진행된 청주 체류 문화여행 '니모를 찾아서'의 활동 모습.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만난 참가자들이 상당산성을 방문해 요가를 함께 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청주 문화를 체험하며 나뭇잎을 주워 창작물을 만들기도 하고, 함께 운동을 하거나 각자의 취향에 맞춰 자유로운 여행을 즐겼다. (사진=에이드풀) ⓒ 충북인뉴스

 
2021년부터 에이드풀은 그간 쌓아온 '청년 장인(작가) 공동체'를 활용한 문화여행 사업에 나섰다.

사업을 통해 지역 문화예술자원과 문화 체험을 희망하는 여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시도하고 있다.

참가자들의 문화예술 향유와 공동체성 회복과 더불어 협력 작가들의 콘텐츠를 홍보하고 지역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였다.

프로그램을 기획했을 때 '청주라서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를 듣곤 했다. 여행지나 관광지로서 매력이 부족한 도시라는 평가가 지배적이고, 실제로 청주와 관련된 관광 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우려와는 달리 에이드풀의 문화 여행은 단순 관광이 아닌 참가자 개개인에 집중해 참가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었다. 지역의 풍부한 문화 자원들을 활용해 참가자 취향과 성향에 맞춰 구성해 재미와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었다.
   
매년 총 3기로 나눠 인원을 모집하면서 참가자들과 참여 작가들의 피드백을 거쳐 완성도를 높여왔다. 2주 일정에서 1주로, 8명에서 4명으로 일정과 인원 조정을 거쳐 보다 집중된 프로그램이 운영되도록 했다.

여행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청주라는 지역의 정체성을 경험함과 동시에 취향과 자신을 돌아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정북동 토성 ▲상당산성 ▲무심천 자전거 여행 등 지역의 자연환경을 느낄 수 있는 활동과 ▲에이드풀 자체 공연 관람 ▲지역 축제 참여 ▲로컬 뮤지션과 협업을 통한 음원 녹음 ▲공방 일일 클래스 등 사전에 조사한 참가자들의 취향에 맞게 마련됐다.

나와 내 옆을 둘러볼 수 있는 문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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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 진행된 문화 여행 '높은마음 가을방학'의 프로그램 일정표.(사진=에이드풀) ⓒ 충북인뉴스

   
참가자들은 자신의 취향을 되짚어보며 자유롭게 활동을 선택해 여행을 구성해야 한다.

청주의 관광지를 구경하고 맛집을 찾아가도 좋고, 숙소에서 책을 읽거나 휴식을 취해도 좋다. 함께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도 각자의 선택이다.

이 자유로운 여행에도 꼭 참여해야 하는 시간이 있는데, 아침밥과 저녁밥을 함께 해 먹는 식사시간, 그리고 공동체 프로그램이다.

▲인생 그래프 ▲취향 일기 ▲MV(뮤직비디오) 제작 ▲자아발굴 등 일과 중에 함께 공동체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루 일정에 대한 소감을 공유하고 각자의 창작물을 공유하면서 소통의 시간을 필수로 갖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이를 표현하며 참가자들은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 여행에서 처음 본 사람이지만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 등 각자의 삶을 소개하면서 마음을 열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낯선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주일이 언제나 즐겁고 편할 수만은 없다. 티격태격 언쟁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참가자들도, 기획자들도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고 소통한다.

"청년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작정 나만 생각하라는 뜻이 아닌, 우선 나를 알고 옆에 있는 사람을 둘러볼 수 있는 여유와 마음을 가질 수 있길 바라며 문화 여행을 기획했습니다."

최대환씨는 "청년들이 자신을 돌아볼 시간도 없이 '내가 없는 시대'를 살아가는 것 같다"며 청년들의 주체성 회복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돕는 것이 우선돼야 건강한 공동체와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겠다고 느꼈다.

그는 "공동체 형성을 위한 청년 지원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지역적, 공간적 한계를 넘어 함께 일할 수 있는 기회와 리더십 함양 사업 등이 방법이라고 이야기했다.

키워드는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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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환씨가 블루 인 그린의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공간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도록 가구 배치와 장식에 신경 쓰고 있다. 버려진 가구를 고치고 벽을 칠하고, 에이드풀 작가들의 손때 묻은 공간이다. ⓒ 충북인뉴스


에이드풀의 청년들은 쇠퇴 상권, 도움이 필요한 이들, 문화 소외 지역 등을 되살릴 수 있는 포괄적인 '재생'에 관심을 갖고 있다.

앞서 소개한 활동 외에도 창업 공간 공유, 협력 작가 구성, 교육 사업 등 지속 가능한 문화예술을 위해 모두 '재생'이라는 키워드를 따랐다.

청년들의 주체성 회복이란 고민은 청년들이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할 수 있도록 창업 기반을 마련하는 활동으로 이어졌다.

우선 청년 창업가들이 기획과 판매 창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공유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공간만 나눠쓰는 것이 아닌 함께 콘텐츠를 개발하고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서로 사업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하며 따로 또 같이 성장을 이뤄왔다.

콘텐츠의 완성도를 높이면서 소속 작가들의 지속 가능한 작품 활동을 위해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 교육 사업을 시도하게 됐다.

고정적이진 않더라도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만족감도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재활용품을 사용한 아동 교육, 학교와 지자체 및 센터 출강 등 수요처 발굴을 통해 작가들의 홍보뿐만 아니라 수익 사업과도 연계시켜주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에이드풀과 함께 창업에 도전한 청년들은 자신의 가게를 개업하거나, 사업과 관련된 학과에 진학하는 등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갔다.

확장과 변화를 겪으며 현재는 청주시 운천동에 위치한 ▲체험형 카페 테크네 클럽 리포트 ▲코스모스 재봉틀 공방 ▲제로웨이스트샵 사사상회, 사창동 ▲사사상회 2호점, 월곡리 ▲공연·전시 카페 블루 인 그린(구 에이드풀) 5곳의 공간을 꾸려 6명의 소속 작가들이 함께하고 있다.

지방의 열악함은 오히려 성장할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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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모를 찾아서' 여행 중 무심천 자전거 타기 프로그램 모습. (사진=에이드풀) ⓒ 충북인뉴스

 
최대환씨에게 지방의 열악함은 재생을 통한 성장의 가능성이었다. 정보와 기회의 격차에 서울이나 수도권의 필요성을 느낄 때도 물론 있다.

최씨는 "개인의 성장에 있어선 수도권이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을 택하는 것도 필요한 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 충분히 주체적인 삶을 살아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수도권의 다양한 기회나 경험만큼은 아니지만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되기 때문에 해소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에도 충분한 자원과 기회들이 존재하니 잘 활용해본다면 좋겠습니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선 수당적 지원보다도 지속 가능을 위한 예술인들과 소비층을 이어줄 매개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최대환씨는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기존의 자원을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쉽다"며 "보여주는 실적이 중요한 관의 한계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에이드풀은 예술가들이 깊이 있는 예술 활동이 가능하도록 매개 역할을 하고 시민들은 다양한 문화 경험을 제공받을 수 있는 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다.

매개가 될 새로운 사업 구상을 위해 에이드풀 작가들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지금까지 전시·기획 경험을 살려 낙후된 상권의 유휴공간을 활용한 문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 운영을 위한 기획에 도전하고 있다.

지역에서 에이드풀이 어떤 의미로 남길 바라냐는 질문에 최대환씨는 "협업하기 괜찮은 기업이라고 느껴지길 바란다"며 "실속 있게 재밌는 활동으로 지역에 활기를 더할 수 있는 기업으로 남길 바란다"고 전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충북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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