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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흥지구 특혜' 최은순 무혐의, 법원 판결은 달랐다

법원은 최씨 회사 지배력 인정했는데 경찰 '관여 안했다" 판단... 시민단체, 공수처 재고발

등록 2023.06.01 20:15수정 2023.06.01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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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순씨가 지난 2022년 1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 출석해 요양병원 불법개설 요양급여 수급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을 떠나고 있다. ⓒ 이희훈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를 무혐의 처분했지만 경찰 판단 근거와 배치되는 법원 판결이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 처가 의혹과 관련해 다시 한번 봐주기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경찰은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 수사를 끝내면서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를 비롯한 ESI&D 관계자 5명, 양평군 공무원 3명을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김씨 등은 개발부담금을 덜 낼 목적으로 공사비 등과 관련된 서류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개발사업으로 이익이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 개발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김씨 등이 공사비를 부풀린 서류를 제출해 이를 경감받으려 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양평 공흥지구 사건은 최은순씨 일가의 가족회사인 ESI&D가 양평군에서 800억 원대 부동산 사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사업 기한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800억원대 분양 실적을 올리고도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아 특혜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지난해 대선 당시 고발장이 접수됐고 경찰이 1년 6개월동안 수사를 진행해 왔다.

경찰은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평가받았던 최은순씨와 투자금 유치를 맡은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무혐의)하기로 했다. 최씨와 김 여사가 이 사업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씨의 경우 양평 공흥지구 공사가 본격화되기 전인 2014년 11월 ESI&D 대표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직접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최씨는 단 한 차례 서면조사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이 내놓은 수사 결과는 법원의 판결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오마이뉴스>가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 행정소송 판결문(수원지방법원, 2023년 1월 19일)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최씨가 공흥지구 사업 초기부터 2014년 11월 회사 대표 자리를 아들에게 넘긴 뒤에도 ESI&D를 실질적으로 지배왔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 행정소송은 최씨가 경기도 성남시 도촌동에서 진행한 다른 부동산 사업과 관련해 제기했다. 

최은순·김건희 무혐의 결론낸 경찰 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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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장모 최은순씨와 자녀들이 지분 100%를 소유한 부동산개발회사 ESI&D가 개발사업을 시행한 양평 공흥지구 A아파트. ⓒ 신나리

 
ESI&D는 2001년 11월 8일 건축 및 토목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씨는 2005년 7월 18일 이 회사의 대표이사가 됐고,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김 여사 오빠 김진우씨와 언니, 동생 등이 임원을 지내는 등 가족 일가가 운영하는 회사였다.

최씨는 대표직을 맡은 직후부터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주도했다. 2005년 최씨는 경기 양평군 공흥리 일대 임야 9421㎡(2850평)를 회사 명의로 사들였다. 2009년 5월엔 ESI&D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던 김건희 여사가 투자금 유치에 나서 8억 원을 받아오자 이를 바탕으로 공흥리 일대 임야 2585㎡(782평)를 추가 매입하기도 했다.


양평군 공흥리 일대 임야를 확보한 ESI&D는 2011년 8월 양평군에 해당지구를 도시개발 구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제안한다. 이듬해인 2012년 9월 양평군은 최은순씨를 '도시개발사업시행자'로 지정했다. 같은해 11월 22일 최씨는 '2014년 11월까지 공사를 끝낸다'는 조건으로 양평군에서 실시계획 인가받았다.

당시 최씨에게 허가를 내준 양평군수가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다. 김 전 의원은 2007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양평군수를 지냈다. 2021년 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꾸렸을 당시엔 선대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앞서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윤 대통령은 양평군을 관할하던 여주지청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애초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은 임대주택을 만들려던 LH의 계획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양평군의 반대로 공공개발은 좌절됐고 ESI&D는 이를 파고 들었다. 양평군은 개발 승인 과정에서 자연녹지를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한다. 해당 토지의 용도 변경되면서 ESI&D는 막대한 지가상승 혜택도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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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군은 ESI&D의 종료시점지가를 처분가격을 적용한 약 178억 원으로, 개시시점지가를 매입가를 적용한 약 63억 원으로 변경한 후 2017년 6월 23일 ESI&D에 개발부담금 0원(미부과)을 통보했다. ⓒ 강득구 의원실 제공


문제는 이후에 발생한다. ESI&D는 공흥지구 개발 사업은 따냈으나 시공사 선정이 늦어졌다. 양평군이 정한 사업 기한까지 공사를 끝내지 못했다. 하지만 양평군은 시행사인 ESI&D에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오히려 특혜로 볼 수밖에 없는 조치를 선제적으로 취한다. 사업 기한 만료를 앞둔 2014년 5월과 8월에 각각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과 분양 승인을 잇달아 내줬다.

ESI&D는 최초 사업 기한을 지키지 못했음에도 결과적으로 해당 개발사업을 통해 약 800억 원에 달하는 분양매출과 100억 원의 분양 수익, 105억 원여의 토지 시세차익 등을 거뒀다.

하지만 ESI&D는 양평군에 내야 할 개발부담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실제 양평군이 2016년 11월 17일 약 17억 4800만 원의 개발부담금을 부과했지만, ESI&D는 두 차례나 이의 신청을 하면서 2017년 6월 최종적으로 부과액이 0원이 된 고지서를 받았다. 관련 내용이 대선을 앞둔 2021년 뒤늦게 알려져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양평군은 그제야 개발부담금을 1억 8768만 원을 다시 부과했다.

법원의 판단... 최은순 대표직 사퇴 후에도 "ESI&D 지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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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이 지난 1월 최씨에게 내린 판결문에는 "최은순과 그가 지배하는 ESI&D 측"이라는 문구가 명시됐다. ⓒ 오마이뉴스

 
최씨가 경찰로부터 무혐의를 받은 결정적 이유는 시점 때문이다. 경찰은 개발부담금 문제가 2016년에서 2017년에 발생했고, 최씨는 그 이전인 2014년 11월에 대표이사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줬기 때문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봤다.

2022년 2월 이들을 고발한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가 공개한 '수사결과 통지서'에도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및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자료 분석 등 다방면으로 면밀히 수사한 결과 피의자 최은순은 증거가 불충분하여 혐의가 없다"라고 돼있다. 

그러나 최씨가 성남시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소송 판결문을 보면 최씨가 2014년 11월 대표직을 물러난 이후에도 ESI&D를 '지배'해 회사 자금을 실질적으로 운용한 정황이 드러난다. 이 소송은 성남시가 부동산 실권리자 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에 대해 과징금 27억 3000여만 원을 부과하자 최씨가 취소해 달라며 낸 행정소송이었다. 원고 최씨의 청구는 기각됐다.
 
"도촌동 부동산이 경매될 위기에서 연체이자 3억 원과 대출원금 10억 원을 변제하여 ○○저축은행으로부터 도촌동 부동산에 대한 근저당권을 이전받은 것은 최은순과 그가 지배하는 ESI&D 측이다. 이후 도촌동 부동산 중 임야 부분 가운데 OOO 지분의 경락대금도 원고가 지배하는 ESI&D의 대출금으로 지급되었다." (수원지방법원 행정소송 판결문)
 
이 행정소송에서 법원은 최씨가 대표직을 아들에게 물려준 후에도 지속적으로 ESI&D를 지배해 왔고, 2015년경부터 성남 도촌동에서 진행된 부동산 투자에 회사 자금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에 대해 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지난 5월 30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찰이 2012년 공흥지구 개발 사업 과정에서 발생했던 특혜를 특혜로 보지 않아 최은순씨를 무혐의 처분한 것"이라면서 "당시는 윤 대통령이 여주지청장을 할 무렵이다. 양평군은 LH 제안을 거부한 뒤 최은순씨에게 인허가를 내줬고, 이후 개발이 지연되자 공사 기간을 연장해 주고 나중에는 개발부담금도 면제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한 판단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관련 수사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26일 사세행은 공수처에 최씨를 포함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김선교 전 의원(전 양평군수)를 재고발 했다.
#ESI&D #최은순 #불송치 #김건희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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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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