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겪는 분들에게 상담가로 다가갑니다"

[인터뷰] '빅토르 위고' 번역가 홍순도 작가

등록 2023.05.31 11:05수정 2023.05.3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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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빅토르 위고’ 번역가 홍순도 작가 .

‘빅토르 위고’ 번역가 홍순도 작가 . ⓒ 최미향


한때 '프랑스어 선택하는 학생 인원이 줄지 않는 서산, 프랑스어의 저력 서산'이란 말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이름이 있다. 지난 4월 1024쪽의 <빅토르 위고>를 공동번역한 프랑스어 번역가 홍순도 작가다. 동시에 <빅토르 위고>를 '맛있게' 읽기 위한 도움서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 저서를 공동 출간하기도 했다.
 
a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 빅토르 위고에 대한 이해를 도울 만한 책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를 공동 번역한 홍순도 작가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 빅토르 위고에 대한 이해를 도울 만한 책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를 공동 번역한 홍순도 작가 ⓒ 최미향

 
햇살이 잔잔한 바람을 몰고 온 지난 26일 서산시 부석면 한내울길 자택 텃밭인 '보물섬'에서 만난 홍 작가에게 특별히 좋아하는 작가를 묻자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와 스탕달을, 격렬하고 자유분방한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를, 스위스 출신의 프랑스 사상가 루소를 꼽았다. 그들에게선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의를 지향하는 공통점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빅토르 위고의 백그라운드는 자연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자연은 인간이 건드릴 수 없는 위대함이죠. 그것은 마치 신과 같은 존재인데 위고 작품에는 자연이 작품 배경으로 들어가 있어요. 어쩌면 자연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존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a 직접 만든 벤치에 앉아 보물섬 텃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홍순도 작가 .

직접 만든 벤치에 앉아 보물섬 텃밭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 홍순도 작가 . ⓒ 최미향

 
- 작가님의 보물섬(텃밭)이 참 아름답습니다.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 삼박자가 빼곡한데 혹시 농사를 지어본 적이 있으신지요.
"충남 당진에서 가난한 농사꾼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농사야 기본이죠. 학자 타입의 아버지께서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돌아가셨어요. 무거운 짐이 홀로 계신 어머님의 몫이 되어 버렸죠. 아버지가 안 계신 가정에 형제가 많다 보니 저는 제대로 목소리 한번 내지 못하고 가정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하다 보니 학교에서는 항상 공부 잘하는 아이, 집에서 말 잘 듣는 아들, 거기에 농사는 빠지지 않는 일과였겠죠.

특히 프랑스어 과목이 희귀하다 보니 고향 당진에는 개설하는 공립고등학교가 없어 1988년 서산 학교로 발령받을 때까지 집에서 담배 따는 일부터 풀 베는 일, 하물며 남해 통영 비진도라는 섬에서부터 부산 해운대까지 무전여행을 하면서 보냈어요. 여행 중에는 재워주고 먹여주는 집에서 농사일도 해봤고요. 사실 지금 우리집 텃밭이야 농사라기보다 저의 보물섬이죠. 없는 게 없어요."
 
a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홍순도 작가 .

전원생활을 즐기고 있는 홍순도 작가 . ⓒ 최미향

  
- 프랑스어를 가르치기 위해 서산으로 내려오셨는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또 보람이 있다면 어떤 것이었을까요.
"어려운 점이 참 많았죠. 당시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제2 외국어가 독일어였죠. 선택의 폭이 넓어졌을 때는 일본어와 중국어까지 개설되어 입지가 더 좁아질 수밖에 없었고요. 교사·학생들에게 프랑스어의 필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어필했어요. 그러다 보니 '(프랑스어) 인원이 줄지 않는 서산, 프랑스어의 저력 서산'이라는 소리가 들렸어요. 22년 동안 한우물만 팠지만, 자꾸만 줄어드는 입지 앞에서 뭔가를 해야 했어요.

방송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게 됐죠. 호서대학 대학원 과정에서 국어교육과 석사를 취득하여 교사 자격증을 얻게 됐고요. 이러한 노력이 교직 생활 내내 이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프랑스어 교사, 영어 교사, 국어 교사, 전문상담교사, 진로진학상담교사 등 교사 자격증만 5개를 취득했었어요. 덕분에 교사로서의 역량은 확장할 수 있었지만, 여전히 (프랑스어) 수업만 들어가면 듣지 않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게 됐고, 그럴 때마다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프랑스어 교사로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뭘까?'라고 끝없이 고민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자원봉사로 연극반동아리를 만들었고, 또 관심 있는 교사를 모아 검정고시팀을 만들어 복지원 등으로 봉사를 다니기도 했답니다.

그렇다고 다 힘든 것만은 아니었죠. 상담교사로 근무하게 된 11년은 교사 생활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이었어요. 더구나 상담 관련 박사 학위를 받게 된 것도 끊임없는 고민 속 배움의 연장에서 얻은 귀한 선물이었고요.


덕분에 지금은 상담연구소에서 심리상담과 진로상담을 겸하고 있습니다. 퇴직 후에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요. 더더욱 기쁜 일은 책을 출간하게 된 것이고요. 이는 어렸을 때 제 꿈이기도 했어요. 책을 낸다는 것, 그것도 위대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전기 소설을 번역(공동번역)했다는 것은 인생의 한 획을 긋는 계기라고 봐요. 너무 기쁩니다." 
  
a 빅토르 위고를 공동번역하여 지난 4월 28일 초판발행을 했다.  .

빅토르 위고를 공동번역하여 지난 4월 28일 초판발행을 했다. . ⓒ 최미향

 
- 사상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투쟁한 거장 '빅토르 위고'를 공동번역(홍순도·박용주)했습니다. 계기가 있다면요.
"상담 봉사를 하고 있을 2021년도에 대학 후배가 '형 나랑 같이 일 한번 해볼래?'라며 빅토르 위고 책을 불쑥 내민 겁니다. '그래, 네가 하자면 하지 뭐'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대학 다닐 적에 공부한 사람은 형하고 나 딱 둘이었던 거 알지?'라고 하더군요. 농담으로 한 말이었지만 사실 그 당시 저는 대학원에 가려고 굉장히 열심히 공부했답니다.

살짝 귀띔하자면 저는 대학 1학년 입학하기 전부터 프랑스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학보단 문학적인 관심이 커서 좋아하는 작가들도 정해져 있었어요. 소설가로서는 빅토르 위고, 스탕달, 시인으로는 보들레르, 사상가로는 루소 등. 사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정의를 지향하는 것이었죠. 참, <빅토르 위고> 번역집도 냈지만 작은 평론집 같은 저서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라는 책도 출간했습니다. 순전히 <빅토르 위고>를 '맛있게' 읽기 위한 도움서죠."
 
a  ‘빅토르 위고’ 번역가 홍순도 작가(‘QW상담연구소’ 운영) .

‘빅토르 위고’ 번역가 홍순도 작가(‘QW상담연구소’ 운영) . ⓒ 최미향

 
- 꿈이 있다면 무엇이며 묘비명에는 어떤 한 문장을 남기고 싶으세요?
"빅토르 위고는 사회적으로 큰 인물이었어요. 수많은 사람들이 추앙하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외로운 사람이었죠. 외롭지 않게 사는 것이 꿈입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을 아쉬움 없이 사는 것 말이에요. 말하고, 느끼고, 행동하고…. 그리고 후회하지 않도록 살고 싶습니다.


오늘의 슬픔과 고통이 있다면 그런 나를 수용하고, 남에게 피해주는 것이 아니라면 보류하지 않고 즉시 실행하고 싶어요. 그러다가 남을 비난하지 않고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났으면 더 좋겠고요.

묘비명이요? 미래에는 묘비가 없을 테니 읽는 사람이 없을 테고. 묘비명은 생략해야겠죠(웃음). 대신 유골함에 "그래도 꽤 괜찮은 사람이었어"라고 누군가 저를 기억해주면 좋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을 내는 것이 평생 소원이었는데 그 소원을 <빅토르 위고> 번역과 함께 작은 평론집 같은 저서 <위고를 위하여 에스프리를 위하여>를 출간했어요 번역에 미흡한 부분도 있지만, 이 책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인간적인 면에서 흠결도 있지만, 이 시대에 빅토르 위고가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 한국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작가, 사상가, 정치가가 탄생되는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그리고 제가 'QW상담연구소'를 하고 있어요. 잘 되기를 원하지요. 특히 어려움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 교도소에서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의 심적인 어려움을 덜어주고 싶어요. QW는 'Quality World' 즉, 좋은 세상이란 의미지요. 한 사람 한 사람의 좋은 세계는 이 세상을 좋은 곳으로 만드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이렇게 이름 지었어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산시대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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