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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3대습지 팔현습지 파괴? 이게 무슨 짓인가"

[현장] '공사 철회'에서 '공사 재개'로 입장 바뀐 낙동강유역환경청 규탄 기자회견

등록 2023.05.31 12:10수정 2023.05.31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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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3대 습지로 불리는 팔현습지. 깃발이 꽂힌 곳으로 교량형 산책로를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건설하려 해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오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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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부근 금호강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 환경영향평가서엔 이 귀한 물고기에 대한 기록이 없다.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했다는 것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공사 현장 부근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얼룩새코미꾸리가 발견됐다. 멸종위기종 수달과 흰목물떼새가, 천연기념물 원앙과 황조롱이도 목격됐다. 대구의 3대 습지 중 하나인 팔현습지에서다. 

팔현습지는 여러 멸종위기종과 다양한 야생생물들의 보금자리다. 그런데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팔현습지의 핵심 생태구간을 가로지르는 교량형 산책로 공사(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를 강행하려 해 물의를 빚고 있다.

공사 철회에서 공사 재개로 입장 바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도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이 환경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런 까닭에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2월 22일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아래 금호강 공대위)'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 중에서 산책로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런데 낙동강유역환경청은 4월 6일 주민설명회 후 돌연 입장을 바꿔 다시 공사를 재개하겠다고 최근 밝혔다. 4월 6일 주민설명회에서 주민들의 집단적 항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당시 주민설명회는 환경파괴 우려로 산책로 공사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설명회였다. 거세게 항의하는 몇몇 주민들의 방해가 있었지만, 설명회는 그대로 진행됐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친 것이다.

그런데 돌연 180도 입장을 바꾼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이번엔 산책로 공사 재개를 약속하는 주민설명회를 5월 30일 오후 2시 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 대강당에서 다시 열면서 물의를 빚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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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구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 들머리에서 팔현습지에 산책로 공사 강행하는 낙동강유역환경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 공대위는 30일 오후 1시 30분 고산2동 행정복지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금호강 공대위는 "도대체 환경부가 이렇게 왔다갔다 하는 행정을 펼쳐도 되는 것인가?"라며 "환경부는 이 나라 국토환경을 제대로 지키라고 있는 부서다. 그런 부서가 일부 주민들의 선동에 휘둘려 어떻게 하천 보전에서 개발로 입장을 180도 전환할 수 있단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또한 "이는 스스로 환경부이기를 포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로 거센 비난을 자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 이유로 "공사구간은 무제부 구간으로 산지와 강이 연결된 생태 민감 지역으로 생태적으로 아주 중요한 곳"이라며 "팔현습지 중에서도 핵심 생태 구간에 교량형 산책로를 내겠다는 것으로 이는 명백한 생태환경 파괴사업"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호강 공대위는 "주민설명회에 나온 주민들은 대부분 고산동과 시지동 주민들로 고산동이나 시지동은 산책로 현장과 6~7km나 떨어져 있다"며 "그 먼 거리에서 산책을 온다며 산책로를 내어달라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불순한 의도로 동원된 주민들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주민들의 선동에 환경부의 근본 정책이 휘둘려서야 되겠는가? 너무나 부끄러운 환경부 행정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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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공대위 활동가와 시민들이 팔현습지 훼손하는 산책로 공사 강행하는 낙동강유역환경청 규탄 기자회견을 벌이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팔현습지 산책로 공사 반대한다

금호강 공대위는 "명분 없는 주민설명회를 보이콧하고 명백한 환경파괴 사업일 뿐인 팔현습지 산책로 공사에 대한 분명한 반대의 뜻을 전하는 바"라며 "낙동강유역환경청 또한 환경부답게 처신해줄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산책로가 놓이게 될 곳은 원앙과 황조롱이 같은 수많은 새들과 나비를 비롯한 수많은 곤충과 수달과 삵과 너구리와 고라니와 같은 야생동물들 그리고 얼룩새코미꾸리를 비롯한 수많은 물고기들의 땅"이라며 "그들의 땅을 더 이상 약탈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그들과 공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팔현습지를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 된다. 지금도 너무 많이 개발됐다. 더 이상의 개발은 탐욕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들은 "그곳은 원래 산지 절벽으로 길이 없는 곳이다. 길이 없는 곳에 생태환경을 교란시켜가면서까지 환경부가 나서서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환경부로서의 부끄러운 행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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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이 저 팔현습지 산지 절벽 앞으로 산책로를 건설하려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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펼현습지 사초군락지에서는 나비들이 군무를 펼쳐 보일 정도로 많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날 기자회견에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대구환경운동연합 이승렬 의장은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입장 변화를 질타하면서 지금 당장 자연에 대한 폭력을 멈출 것을 촉구했다.

"금호강 팔현습지는 달성습지, 안심습지와 더불어 대구의 3대 습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곳엔 야생화 전문서적에서나 볼 수 있는 희귀한 꽃과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거목들이 즐비하다.

벌과 나비가 사라지고 있다는 전세계적인 우려가 매체를 장식하고 있다. 나비들을 놀래키지 않도록 발자국 소리를 죽이고 자연과 연결돼 우리의 신경선을 곤두세운 채 그곳으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발걸음을 떼어보라. 여러분들은 이곳이 250만 명이 모여 사는 대도시라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을 나비들의 군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사라져가는 수많은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생명체들이 모여 사는 금호강 습지는 대구 시민 모두의 자랑거리이자 우리들 모두의 쉼터다. 이를 보호하고자 하는 주민설명회와 환경청장의 태도를 일순간 망가뜨리는 일부 주민들의 힘자랑은 단순히 일탈적인 개인들의 힘자랑이 아니라고 볼 수밖에 없다.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미명의 대대적인 토건사업을 통해 표를 모으고 싶은 홍준표 대구시장의 힘자랑이든 토건자본의 힘자랑이든 우리 주민들은 우리의 생활터전과 마음 속을 흐르는 금호강과 습지의 훼손을 더 이상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다. 힘자랑은 폭력이다. 폭력은 자연을 망치고 우리의 민주주의를 망친다. 멈춰라, 주민들의 뜻과 관계없이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이뤄지는 환경파괴사업을 지금 당장 멈춰라."


"팔현습지 파괴하는 환경부 용납하지 않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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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가 팔현습지 공사 당장 멈출 것을 호소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어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도 대구의 자랑인 팔현습지를 훼손하는 산책로 공사를 당장 중단하고, 제방도로의 차량통행이나 제한해 기존 산책로의 기능을 보강할 것을 제안했다.

"여기는 대구의 자랑인 팔현습지다.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얼룩새코미꾼리가 살고 있고, 원앙과 수달이 살고 있는 귀중한 곳이다. 그래서 공사 시행 전에 법적으로 대안을 내놔야 한다.

억지로 절벽에 길을 내고 멀쩡한 도로를 넓혀 생태계를 파괴할 일이 아니고 오히려 지금 있는 제방도로의 위험한 차량통행을 막아서 산책로 기능을 살려야 한다. 이것이 상생의 최선이다. 길은 핑계다. 길은 이미 많이 있다. 따라서 이 공사는 당장 취소가 정답이다."


마지막으로 자신 또한 팔현습지 인근 주민이라고 소개한 녹색당 대구시당 황정화 운영위원장은 다음과 같이 팔현습지 파괴하는 환경부를 질타했다.

"환경부가 공사를 못해서 안달이 났다. 환경부가 건설부가 됐다. 그렇게 환경부가 자기조직의 존재 이유를 배반해가면서 국민의 혈세로 산책로를 짓겠다고 하는 팔현습지가 어떤 곳인가.

대구 3대 습지의 하나다. 산과 강이 만나는 곳이다. 사람이 다니지 않아 다행히 멸종위기종들이 겨우 살아가는 몇 안 남은 생태 공간이다. 얼룩새코미꾸리, 원앙, 황조롱이, 수달, 삵, 너구리, 고라니 등 자기들끼리 먹이사슬 속에서 겨우겨우 균형을 맞춰가며 명맥을 유지하고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다.

도시에 이렇게 다양한 생물이 살아있는 자연스럽고 푸른 공간을 멀찍이 바라만 보아도 인간은 행복할 수 있다. 오직 회색 건물만 가득하고 식물도 동물도 모두 건물에 갇혀서 구경거리가 되는 그런 도시에 무슨 매력이 있는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당장의 치적을 위해 야생동물을 다 죽이는 산책로를 건설하겠다는 그런 환경부는 왜 있어야 하는가. 주민들에게 알리지도 않는 주민설명회가 왜 필요한가. 우리 동네의 매력, 아이들의 자랑거리 팔현습지를 파괴하는 환경부를 주민들은 결코 용납하지도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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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유역환경청 홍동곤 청장이 공사와 관련한 유역청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당일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선 고성이 오가는 등 찬반 양측의 팽팽한 주장이 대립한 가운데 홍동곤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은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이 사업이) 환경에 당연히 좋지 않다. 다만 감내할 만한 수준의 피해다. 환경훼손 여부는 우리 청(낙동강유역환경청)이 아닌 대구환경청이 이미 환경평가에서 통과시킨 사안이다.

우리는 시행자일 뿐 오케이(OK) 한 것은 대구환경청이다. 환경청과 국토청이 합치기 전 이미 대구환경청이 다 내줬기 때문에 잘못되면 대구환경청이 책임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환경부 #얼룩새코미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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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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