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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 문수스님 13주기... "스님의 뜻이다, 낙동강을 살려내라"

[현장] 전국 3곳에서 각기 진행된 13주기 문수 스님 추모제

등록 2023.06.01 09:38수정 2023.06.0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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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지보사 문수 스님 부도탑 앞에서 스님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명박 정권은 4대강사업을 즉각 중지, 폐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

지난 5월 31일은 문수 스님이 2010년 5월 31일 오후 3시에 낙동강의 지천 위천 둑방에서 위 유지를 남기시고 세납 49세, 법랍 25년에 소신공양을 결행 입적하신 지 13주기가 되는 날이다. 스님 소신공양 13주기를 맞아 전국에서 각각 스님을 추모하는 추모제가 진행됐다.

수행자, 환경운동가, 불교운동가로서 문수 스님을 추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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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개운사에서 스님을 기리는 추모 다례제가 열리고 있다. ⓒ 유정길

   
우선 오전 10시에는 조계종 총무원과 중앙승가대 동문회, 유족들이 중심이 되어 서울 안암동 개운사에서 추모 다례제가 실시됐다. 총무원 사회부장, 승가대 총장, 동문회장, 유족대표 등 참여하여 수행자로서 스님을 추모하는 의식이 거행됐다.

오전 11시 군위 지보사의 문수 스님 부도탑 앞에서는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 주관으로 15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추모행사가 진행됐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환경운동가로서 스님을 추모하는 의식이었다.

오후 3시에는 불교사회단체들인 정의평화불교연대, 불교환경연대, 신대승네트워크, 불력회, 조계종 민주노조 등이 참여하여 서울 성북동 약사암에서 문수 스님 추모법회가 진행됐다. 불교운동가로서 스님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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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성수동 약사암에서 열린 문수 스님 추모법회 ⓒ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유정길 운영위원장는 이날 "각기 스스로 기억하는 스님의 모습으로 이렇게 여러 곳에서 추모를 해주셔서 얼마나 고맙고 감사한지 모른다. 어렵고 요원한 길이지만, 스님의 원력을 잘 잇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스님은 중앙승가대학의 총학생회장을 하셔서 사회적 문제의식이 높았던 분이셨다. 이후 20년 넘게 선방에서 용맹정진하셨고, 소신공양 3년 전 무문관 수행을 하셨던 천상 수행자셨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그러나 "스님의 간절한 유서의 염원이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지금 상황이 가슴 아프고 스님의 영정 앞에 부끄러울 뿐"이라며 "그래도 매년 3곳에서 각자 저마다의 문수 스님을 추모하여 그 뜻을 기리며 스님을 잊지 않고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조용히 스님을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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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위 지보사 문수 스님 부도탑 앞에서는 스님의 뜻을 기리는 추모제가 열렸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31일 오늘은 문수스님이 스스로 몸을 불살라 입적하신 지 13년째 되는 날로 스님은 당시 4대강사업으로 수많은 뭇 생명들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못 참고 소신공양이라는 극단적 저항을 통해 4대강사업에 맞서 싸우신 분"이라고 스님을 추모했다.

이어 "스님 가신 지 벌써 13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4대강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아직도 낙동강 8개 보는 건재한 채 물길을 막아 세우고 있다. 답답한 현실"이라고 진단한 뒤 "그러나 스님이 소신공양하신 큰 뜻을 기리면서 다시 한번 우리 마음을 다잡고 4대강을 원래 모습으로 되돌리는 싸움을 다시 힘차게 벌여나가야 할 때인 거 같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물하천위원회는 "스님의 기일과 함께 다시 녹조의 시즌이 시작됐다. 4대강사업으로 죽어간 뭇 생명들의 절규가 녹조로 피어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낙동강에 녹조가 극심하다"고 하면서 "어쩌면 이 극심한 녹조가 다시 낙동강을 되살리는 열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보면서 올해도 낙동강으로 힘차게 나아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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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 문수스님 추모제에서 참가자들이 소신공양 당일 스님의 하루를 회상하는 글을 읽으며 스님을 추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물하천위원회 권정택 위원장은 이날 "스님의 유지를 받들어 올 한해도 낙동강 투쟁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래서 낙동강 재자연화의 길을 앞당길 것이다. 그것이 스님의 뜻을 기리는 최소한의 행동일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동환경운동연합 김수동 공동대표 또한 스님을 추모하며 각오를 밝혔다.

"안동환경운동연합은 4대강사업 때문에 탄생한 환경단체다. 당시 막 우리 단체를 만들었을 때 스님 소신공양 소식을 듣고 곧바로 군위로 달려와 스님 영정 사진 앞에서 울분을 토했던 기억이 난다. 스님 가신 지 13년이나 흘렀지만 낙동강의 현실은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그러나 용기를 잃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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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이 함께 피케팅하면서 각오를 다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어 그들은 군위 지보사 스님의 부도탑 앞에서 이들은 준비한 손피켓을 손에 하나씩 들고 모두 함께 큰소리로 외쳤다.

"문수 스님의 뜻이다. 낙동강을 살려내라!"

이어 이들은 스님이 소신공양을 결행한 위천 둑방으로 이동해서 현장에서 다시 스님을 기렸다.

이 자리에서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 박호석 대표는 헌화하면서 "부디 올 한해, 스님의 바람인 4대강 재자연화가 꼭 이루어져 4대강의 뭇 생명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그 원년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고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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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대위 박호석 대표가 헌화하면서 스님을 추모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마지막으로 30년 이상 환경운동을 해온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부회장도 다음과 같이 고인을 추모했다. 

"당시 스님은 이곳에서 얼마나 고뇌에 찬 모습이었을까, 생각하며 아득해진다. 스님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야말로 4대강 싸움에서 중요하다. 매년 이곳을 찾을 것이다."

이날 정오를 막 넘긴 위천 둑방에는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했다. 세상이 조용히 스님을 추모했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다니며 4대강사업의 폐혜를 고발해오고 있다. 2010년 당시도 스님 소식을 듣고 군위로 달려와 스님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4대강사업 #문수스님 #소신공양 #군위 지보사 #이명박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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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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