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5월 15일, 서울대학교 이태원 참사 간담회 당시의 무대 측 사진. 좌측부터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 이종철 님(이지한 씨의 아버지), 조미은 님(이지한 씨의 어머니), 발제자 신준영, 발제자 조성윤.
소셜투어
다시,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
서울대학교 기획단은 국회의원 용혜인 의원실에서 주관하는 '대학생 소셜투어 2기: 다시, 기억하는 여행의 참가자들로, 5월 광주민중항쟁, 4.3 제주항쟁,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참사와 역사적 사건에 대해 공부하고, 현장을 찾아가 희생자와 생존자들의 삶의 흔적을 느껴보며, 더 나아가 사회적 참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기 위해 모였다.
소셜투어 참가자들은 지난 4월 자체적으로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시간을 가진 뒤, 각자가 속한 대학별로도 간담회를 열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의 상황을 알리는 게 좋겠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태원 참사 200일 주간을 맞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서울대학교에 속한 참가자들이 유가족 간담회를 준비하게 됐다.
유가족이 '외부인'이어서 안 된다고요?
간담회 날짜를 정하고 보니 주어진 준비 기간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6개월이 됐던 지난 4월 29일부터 간담회 당일인 5월 15일까지 총 17일이었다. 발 빠르게 간담회 질문지를 준비하고, 간담회 장소를 대관했으며, 홍보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했다.
가장 어려웠던 건 장소 대관 문제였다. 평소 학생들이 자유롭게 대관할 수 있는 학내 건물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 간담회 개최'라는 사유를 적고 세미나실 대관을 신청한 결과, 유가족들이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두 차례의 신청이 모두 반려됐다. "참석하시는 유가족 두 분만 외부인이고 진행자와 관객 모두 학내 구성원인데도 반려되느냐" "외부인이 관객으로 오는 공연은 허락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담당 직원은 "두 분만 외부인이어도 안 된다" "관객과 행사 주최 측은 다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외부인도 출입 가능한 다른 장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 건물만 담당하고 있어서 잘 모른다"고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 안의 공간 하나를 겨우 빌려 간담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대학 내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올린 홍보 게시글에도 일부 비난의 댓글이 달렸다. "그걸 대체 왜 여기서 하느냐" "그것이 서울대와 무슨 상관이냐" 등의 질문에 답글을 주고받다 보면 그들의 참사에 대한 왜곡된 시각이 표출되는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한 세대 안에서도 여러 의견과 입장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적 참사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기에 누구와도 무관하지 않다.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과 같은 또래의 '세월호 세대'가 8년이 지나 이제는 10.29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와 같은 또래로 불리고 있는 현실은 참사가 끊이지 않고 반복됨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프고 시리다.
또한 대학이라는 공간도 그 안의 사람들도 국가의 부재로 인해 희생당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 대학이라는 공동체는 단지 지식의 전달만이 이뤄지는 곳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자유롭게 낼 수 있는 공간,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했다. 사회적 참사에 대해 "그걸 왜 여기서 하느냐"고 말할 수 없는 이유다. 에브리타임에 올렸던 게시글에 달린 댓글들을 보며 우리의 마음은 절망적이기보단 오히려 이 간담회를 개최해야겠다는 쪽으로 더 기울었다.
대학은 무관하지 않다
앞에서 이야기했던 것과는 정반대의 경험도 많았다. 간담회 개최를 알리기 위해 일주일 전부터 학내 곳곳에 포스터를 부착하고,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카카오톡 채팅방에도 홍보를 진행했다. 5월 10일과 11일에는 양일간 유가족에게 질문이나 응원의 말을 쪽지를 받는 간담회 홍보부스를 운영했는데, 많은 학생들이 찾아주고 용기를 북돋아줬다.
기획단원이 아닌데도 발 벗고 나서서 부스를 함께 지켜주고, 아이스크림을 건네주고, 간담회 당일에 장소 세팅을 도와주기도 했다. <대학신문>과 <서울대저널> 등 학내 언론도 적극적으로 취재했다.
기획단원 한 명이 다른 단체 채팅방에 홍보 문구와 포스터를 올리며 "이 방의 성격과 무관한 게시물일 수 있어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는데, 그 채팅방에 속한 한 학생이 "우리와 무관하다고 생각한 적 없다. 관심을 가지고 있다. 힘내시라"는 답을 보내준 일도 있었다. 이처럼 간담회 홍보를 진행하면서 심각한 2차 가해나 비난을 듣게 될까 걱정했던 것들은 다행히 대부분 기우였다.
"내가 대한민국의 마지막 참사 유가족이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