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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로와 상처뿐인 '결혼과 이혼 사이', 관건은 단 하나

[리뷰]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 2

23.06.02 14:55최종업데이트23.06.0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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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이야기한다는 것에 거리낌이 있던 시절이 있었다. 특히 재미에 치중하는 예능에서는 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한 예능은 이혼을 영리하게 활용하고 있다. 채널A '돌싱글즈'는 '돌싱'들의 연애를 담았고, SBS '돌싱포맨'은 훨씬 가볍게 돌싱 남자 연예인을 소비한다. TV조선 '우리가 이혼했어요'는 이혼한 연예인 부부의 동거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모색했다.

2022년 공개됐던 TVING '결혼과 이혼 사이'는 각기 다른 이유로 고민하는 부부의 현실적 결혼 생활을 솔직하게 보여고자 노력했다. 시즌1은 야심찬 기획에 걸맞은 화제성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내용적으로나 결과적으로나 다소 실망스러웠다. 우선, 연예인 출신 또는 인플루언서 출연자가 등장한다거나 명품백을 두고 다툼을 벌이는 상황 등은 보편적이지 않아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또, 이혼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왜 갈등하고 무엇 때문에 반목하는지에 대해 언급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과정에서 폭언과 욕설 등이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자극적인 사연을 전시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부부의 갈등을 봉합하는 과정이 부실했고, 잘 헤어지는 법에 대한 고민 역시 부족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솔루션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방송 후, 일부 출연자의 경우 관계가 더 악화되었다는 점이 알려져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서사랑은 인스타그램에 몇 장의 사진을 게시하며 남편 이정환으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고, 이정환은 서사랑의 외도, 알코올 중독, 대마 흡입 사실을 밝히며 반박했다. '결혼과 이혼 사이' 출연자들은 최종 선택에서 '결혼'을 택했는데, 프로그램의 효용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즌2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잘 헤어지는 법을 말씀드리고 싶다. 꼭 이혼해야 한다는 입장은 아니다. 결혼도 이혼도 잘 고민해 선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즌1부터 기획한 프로그램이다." (이진혁 PD)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는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그 고민의 깊이가 궁금하다. 먼저, 프로그램의 소개부터 달라졌다. "결혼과 이혼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 부부들이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현재진행형 이혼 관찰 리얼리티." 시즌1이 '현실적 결혼 생활'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시즌2는 '잘 헤어지는 법', 그러니까 '이혼' 쪽에 방점이 찍힌 듯하다. 

은희-건우 부부는 재결합 커플이다. 한 차례 이혼 후에 다시 의기투합했으나, 관계의 벽에 부딪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결합 당시에 과거의 문제를 풀어내지 못한 두 사람은 계속 같은 문제로 반목한다. 그 갈등은 아이가 없을 때, 두 사람만 있을 때 더욱 도드라진다. 다만, 인플루언서 은희의 경우 홍보성 출연에 대한 의심이 남아 있어 몰입의 강도는 낮은 편이다.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 한 장면. ⓒ 티빙

 
소영-상진 부부는 너무 이른 결혼과 출산이 어떤 갈등을 몰고 오는지 보여주는 예시이다. 25살의 나이에 아이 둘의 엄마가 된 소영은 소소한 일탈을 꿈꾼다. 독박 육아로 지쳐버린 심신을 달랠 무언가가 필요하다. 상진은 말로는 그런 아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어떤 여유도 제공하지 않으며 더욱 옭아맬 뿐이다. 솔직한 두 사람의 이야기는 지극히 현실적이다. 

"술을 한 잔 한 상태에서 욕하는 분의 장면의 보며 나도 염려가 됐는데 그 캐릭터가 계속 그런 캐릭터가 아니라 가다 보면 노력하는 모습이 나온다. 시청자들이 보면서 자기 가치 판단과 비교해 볼 수 있는 거다. 정말 이 사람이 아내에게 짐이 되는 구나, 아니면 우리가 이해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없을까 이런 부분을 끝까지 보는 게 이번 시즌2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혼과 이혼 사이2' 음악 감독 윤상)

혜진-주민 부부의 상황은 굉장히 심각하다. 술에 취해 귀가한 주민은 잠들어 있는 아내에게 힘을 사용해 막무가내로 깨우더니 언어 폭력을 가한다. 참담한 욕설과 함께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혜진은 그런 남편의 눈빛이 무서울 수밖에 없다. 이 관계를 명징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혜진은 남편의 폭언을 감내하고, 집안일과 독박육아로 힘겨워한다.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 한 장면. ⓒ 티빙

 
 

티빙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 한 장면. ⓒ 티빙

 
한편, 3회에서야 합류한 네 번째 부부(나나-세현)는 시즌2의 기획 의도를 드러내는 히든 카드였다. 냉랭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앞선 부부들과 달리 두 사람은 다정한(?) 모습으로 사이좋게 법원으로 향했다. 그들이 편안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던 건 상대방에 대한 기대를 포기했기 때문이리라. 부부가 아닌 부모로서의 관계만 유지하기로 한 그들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의 반응은 여전히 뜨겁다. 공개 첫 주에 티빙 전체 오리지널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했다. 각양각색 다양한 부부를 섭외해 공감의 범위도 넓혔다. 어린이집을 제공해 부부가 두 사람의 관계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했다. 좀더 밀도있는 관찰이 가능해졌다. 관건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던 시즌1의 문제점을 얼마나 개선했느냐이다.

제작진은 솔루션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렇다고 해결은 뒷전이고 보여주기가 전부였던 시즌1의 과오가 덮일 수는 없다. '결혼과 이혼 사이' 시즌2가 실제로 결혼과 이혼 사이에서 고민하는 시청자들을 위해 좀더 생산적인 이야기를 전해주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결혼과 이혼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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