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4 11:23최종 업데이트 23.06.0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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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캡슐커피는 가공 과정을 거친 원두를 분쇄해 진공 포장한 형태의 커피이다. 원두를 직접 사용하는 커피머신에 비하면 비교적 간단한 장치를 통해 캡슐 하나로 집에서 편하게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캡슐커피가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유사한 맛을 구현해 내면서, 편의성까지 더해져 캡슐커피를 찾는 사용자가 점차 증가했다.[1] 특히 팬데믹 이후에 국내 캡슐커피 시장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인 2020년 한국 캡슐커피 시장은 1980억 원으로 2019년보다 42.8% 규모가 커졌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홈카페 열풍으로 캡슐커피 수요가 크게 는 것으로 풀이된다.[2] 커피전문점의 커피 가격 인상으로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대안으로 캡슐커피를 찾기 시작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캡슐커피 ⓒ Unsplash

 
캡슐커피, 알고 보니 환경오염 원인?

소비자에게 편리함을 주는 캡슐커피가 폐기과정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캡슐커피는 밀봉한 구조여서 캡슐 내부에 남아있는 커피 찌꺼기를 따로 분리수거하기 어렵다. [3]캡슐커피의 캡슐 구조는 캡, 필터, 바스켓 부분으로 나뉜다. 바스켓에 원두가 담기고 캡이 씌워져 밀봉한다. 캡은 뚜껑 부분에 해당하고, 바스켓의 위와 아래에 두 개 필터가 있고 그 사이에 분쇄된 원두가 들어가 있다. 캡과 반대쪽인 바스켓 밑부분에 더운 물이 투입되어 필터를 거쳐 캡 쪽으로 커피가 추출된다. 커피를 내린 후 남은 찌꺼기는 필터 및 바스켓과 분리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지 않은 채 폐 커피캡슐은 종종 일반 쓰레기로 버려진다.[4] 한국소비자원이 최근 1년 이내 캡슐커피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캡슐 용기를 재질에 맞게 분리배출하는 소비자는 42%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분리배출이 원활히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캡슐커피가 분리배출 표시 지침 예외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캡슐커피는,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지침의 제6조 분리배출 표시의 적용 예외 사항, 즉 내용물의 용량이 30밀리리터 또는 30그램 이하인 포장재에 해당한다. 설문조사에 캡슐의 재활용 가능여부를 잘 몰라서, 여러 재질이 혼합돼 있어 분리배출이 어렵다는 응답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용 예외' 외에 정보부족과 캡슐구조가 분리배출을 저해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커피캡슐을 둘러싼 환경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캡슐커피 용기구조 ⓒ 한국소비자원

   

순환을 통한 캡슐커피의 재탄생

식음료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의 커피 브랜드 네스프레소는 사용한 커피캡슐을 회수해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 중이다.[5] 네스프레소는 2011년부터 폐 커피캡슐을 회수해서 알루미늄과 커피가루로 분리한 후 각각 재활용하고 있다. 네스프레소 웹사이트에서 '재활용 백' 신청 시 날짜와 정확한 회수 장소를 지정하면 회수가 가능하다. 소비자가 사용한 캡슐을 회수한 후, 알루미늄과 커피가루를 분리하는 작업을 한다. 알루미늄은 캔, 자동차 부품 등으로 활용되고 커피가루는 농장의 거름으로 재활용된다.
 

네스프레소 재활용 백 이미지 ⓒ 네스프레소

   
그러나 네스프레소의 캡슐커피 회수 프로그램이 그린워싱의 대표적 사례라는 일각의 비판이 있다.[6] 영국 시장조사 회사 민텔에 따르면 네슬레가 알루미늄 용기의 재활용률을 10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재활용률은 29%에 그쳤다. 카트린 하르트만의 저서 <위장 환경주의>에서는 네스프레소에서 배출하는 빈 알루미늄 쓰레기가 매년 최소 8000톤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재활용 시스템을 통해 친환경 기업임을 내세울 뿐, 실질적으로는 캡슐커피의 환경오염 문제에 구체적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포장부터 친환경으로

대안 중에는 캡슐용기를 재활용하기보다 커피캡슐 포장재를 아예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있다. 영국 커피브랜드 헤일로(Halo)사에서는 생분해 캡슐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헤일로 커피캡슐은 사탕수수로 만든 종이펄프 안에 분쇄한 원두를 담았다. 100% 퇴비로 활용할 수 있어 사용 후 음식물 재활용통에 커피캡슐을 버리면 90일 이내에 자체적으로 분해된다. 커피가루와 포장용기를 따로 배출할 필요없이 음식물 쓰레기통에 버리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버려진 헤일로 캡슐커피는 비옥한 토양으로 순환한다.[7] 
 

음식물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캡슐커피 ⓒ halo

 

캡슐커피를 대체한 커피볼 또한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아이디어다. 커피볼은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사용한 캡슐 자체를 없애고 커피를 캡슐커피처럼 즐길 수 있는 대안이다. 스위스 커피 브랜드 커피B에서는 커피볼과 전용 커피 머신을 팔고 있다. [8] 이 커피볼은 천연연료로 만든 얇은 보호막 안에 원두가루가 보관되어 있으며 별도 포장이 전혀 없다. 보호막이 무미, 무취로 커피 맛과 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용한 커피볼은 전량 퇴비로 만들 수 있다. 커피볼에는 둘러싼 얇은 막 이외에 다른 어떤 포장도 없어서 토양에 버려져 그대로 비료로 전환될 수 있다. [9] 
 

coffee b 커피볼을 커피 머신에 넣는 모습 ⓒ coffee b

 
스페인 발렌시아의 스타트업 Recycap은 커피캡슐 재활용 기술에 주목했다. 인간의 개입 없는 자동화 기술로 커피 캡슐을 분해할 수 있는 플랫폼 REACT를 선보였다. REACT는 다 쓴 커피 캡슐을 재활용에 적합한 형태로 분류, 배출하는 시스템으로 현재 커피캡슐이 분리배출 기준에 맞춰 회수되지 않는 실정을 고려한다면 유용성이 큰 기술이라 평가할 수 있다.[10]

REACT는 세 단계의 분류 작업을 거친다. 첫번째로는 먹임(Feeding) 단계이다. REACT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디바이스에 다 쓴 캡슐을 넣는다. 두번째 추출(Extraction) 단계에서는 REACT 시스템이 캡슐로부터 커피 찌꺼기를 분해한다. 마지막 수집(Collection) 단계에서는 캡슐과 커피가루가 분리된 채 다른 케이스로 분류된다.
 

REACT의 작동 단계 ⓒ RECYCAP

 
REACT는 가정, 사무실 및 산업 기관에 알루미늄 캡슐 재활용 장치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Recycap은 가정에서 커피 캡슐을 분해할 때의 번거로운 단계를 생략하고 분해하기 용이한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기업이라는 뜻이다. Recycap은 2023년 3월 베오스 벤처로부터 40만 유로의 투자를 받았다.[11].

캡슐커피 사용 제한까지

아예 기존 포장 형태의 캡슐커피를 금지하는 사례도 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캡슐커피를 시 예산으로 사는 것을 금지했다. 함부르크는 2016년에 캔맥주, 플라스틱 용기에 든 생수 등을 구매금지 품목으로 지정하고 지침서를 내놓으며 캡슐커피 구매금지 정책도 발표했다. 시 환경에너지부서는 캡슐커피가 매우 작은 단위로 포장되는 데다 용기를 플라스틱과 알루미늄을 결합해 만들기 때문에 용기 재활용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캡슐커피를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판단이다.[12]

스페인 발레아레스 주도 2018년 1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분리배출이 어려운 재질의 캡슐커피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의 준비에 들어갔다. 재활용의 어려움과 폐기물 문제 때문이다.[13] 스페인 나바라 지역에서도 같은 규제를 내놓았다. 2018년 6월 캡슐커피 사용을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2020년 1월 발효됐다. 캡슐커피를 포함해 컵, 접시 등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진 일회용품이 판매 금지됐다.[14]
 

카페에 제공된 커피 ⓒ 픽사베이

   
지속 가능한 캡슐커피를 향한 움직임의 시작

이처럼 해외에서는 친환경적 캡슐커피 제품 판매 혹은 전면적 제도의 변화가 이루어지는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캡슐커피가 사실상 무풍지대에 있다. 캡슐커피 재활용 시스템은 국내 유통 21개 상품 중 3개 상품을 판매하는 네스프레소만 도입해 시행 중이다. [15] 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네스프레소뿐만 아니라 일리, 네스카페 등 조사대상 8개 브랜드가 캡슐 회수 프로그램을 실시 중이다. 네스프레소는 알루미늄 포장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데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16] 국내 캡슐커피 시장에서 네스프레소를 비롯한 네슬레 브랜드의 점유율이 80%를 넘는다.

약간의 변화 조짐은 있다. 국내 기업인 천마하나로가 국내 최초 친환경 캡슐커피 포장재를 자체 개발했다.[17] 천마하나로의 V.T.O 리필 캡슐 포장재는 해바라기 씨앗 껍질, 옥수수 전분 추출물 등 복합 원료로 만들어졌다. 사용 후 1년 안에 토양 미생물에 의해 생분해되어 퇴비로 사용 가능하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사용 후 버려진 캡슐커피에서 플라스틱을 98% 이상 분리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18] 연구진은 플라스틱 97.3%, 알루미늄 2.7%로 구성된 폐커피캡슐을 재활용 대상으로 삼았다. 1차 공정을 통해 폐커피캡슐 전체를 30㎜ 크기로 부순 뒤 바짝 건조해 커피 찌꺼기를 제거했다. 그다음 단계로 2차 공정을 시행했다. 폐커피캡슐을 1차 공정 때보다 더 잘게 파쇄해 조각 크기를 10㎜로 줄였다. 그 뒤 파쇄한 커피캡슐에 고압 전기를 흘려보내 알루미늄과 플라스틱을 분리했다. 이러한 파쇄, 건조 등의 과정을 거쳐 폐 커피캡슐에 함유된 전체 플라스틱의 98.3%를 회수했다. 알루미늄도 95.4%를 선별해냈다. 이 연구는 캡슐커피뿐 아니라, 재활용률이 낮은 플라스틱 재질의 다양한 상품에 적용돼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편하자고 쓰는 캡슐커피에 지구가 불편하다면, 인간의 편리함을 재고하고 수정할 때가 되었다는 데에 최소한 의견은 모이는 듯하다. 빠른 행동이 필요하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안신우·이주현·김비치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신미진,광부 ‘맥심의 기적’ 보여줬지만, 커피믹스 시장은 주춤,서울경제, 2022.11.13
https://www.sedaily.com/NewsView/26DLZSZ2P2

[2] 오정민, “차라리 집에서 만들어 먹자”…오르는 커피값에 불티나네,한경경제, 2022.02.18
https://www.hankyung.com/economy/article/202202183201g

[3]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 캡슐커피 소비자문제 조사 보고서, 2022.06, 4-5p

[4]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 캡슐커피 소비자문제 조사 보고서, 2022.06, 14p

[5] 네스프레소 코리아 공식 페이지
https://www.nespresso.com/pro/kr/ko/sustainability

[6] 김상희, 깐깐해진 소비자 ESG요구에 기업 ‘그린워싱’으로 생색내기, 2022.11.27
깐깐해진 소비자 ESG 요구에 기업 '그린워싱'으로 생색 내기 :: 1등 조세회계 경제신문 | 조세일보 (joseilbo.com)
 

[7] 공경미, 환경오염에 대응한 생물분해성 커피캡슐 halo, 특허청 디자인맵 사이트 해외리포트 ,2022.01.17
디자인맵 | DESIGNMAP

[8] Howard Bryman, From new swiss brand coffee B, The coffee ball has dropped, Daily coffee news ,2022.9..6
From New Swiss Brand CoffeeB, the Coffee Ball Has DroppedDaily Coffee News by Roast Magazine

[9] Coffee B 공식사이트 Buy 100% Arabica espresso I CoffeeB

[10] RECYCAP 공식 사이트 https://www.recycap.com/discover-our-platform/

[11] BBC, https://www.eu-startups.com/2023/03/valencia-based-recycap-picks-up-e400k-to-launch-its-coffee-capsule-recycling-solution/

[12] “Is there a serious problem with coffee capsules?”, BBC ,2016.02.19
[13] 이성학, 스페인, 캡슐커피 판매제한 움직임 확산, 마드리드무역관 Kotra 해외시장 뉴스, 2018.10.10
https://dream.kotra.or.kr/kotranews/cms/news/actionKotraBoardDetail.do?MENU_ID=90&pNttSn=170105

[14] 최신혜, 환경부 ‘일회용컵’ 이어 ‘캡슐커피’ 규제 나설까…유럽선 규제 강화(종합) ,아시아경제, 2018.10.31 https://www.asiae.co.kr/article/2018103114195929353

[15] 박수지, 재활용 어려운 캡슐커피, 제조사도 ‘나몰라라’, 한겨레, 2022.08.10
https://www.hani.co.kr/arti/economy/consumer/1007075.html

[16] 한국소비자원 시장조사국 거래조사팀, 캡슐커피 소비자문제 조사 보고서, 2022.06, 5p

[17] 박상철, 천마하나로, 국내 최초 친환경 캡슐커피 포장재 개발, 중부매일, 2022.11.05
천마하나로, 국내 최초 친환경 캡슐커피 포장재 개발 < 기업·벤처 < 경제 < 기사본문 - 중부매일 - 충청권 대표 뉴스 플랫폼 (jbnews.com)

[18] 김준호, 지질자원연, '다 쓴 커피 캡슐' 재활용 기술 개발,연합뉴스,2022.10.26
지질자원연, '다 쓴 커피 캡슐' 재활용 기술 개발 | 연합뉴스 (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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