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민원 응대시 슬리퍼 신지 말라" 공문... 창원시 공무원들 '시끌'

서산 수박 민원 이어 이번엔 '복장 주의안내' 논란, 노조게시판 비판글 도배... '기본 매너' 의견도

등록 2023.06.02 15:18수정 2023.06.02 17:16
8
원고료로 응원
a

창원특례시청사 전경. ⓒ 창원특례시청


충남 서산 한 면사무소에서 '수박 논쟁'이 불거진 가운데, 경남 창원에서는 공무원이 슬리퍼를 착용한 상태로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복도·화장실을 다니지 말라고 해 공무원들이 '과한 요구 아니냐'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최근 창원시는 지역 시의회·소방을 포함해 모든 실·과·소·읍·면·동장 앞으로 '공무원 근무 중 복장 관련 주의 안내' 공문을 냈다.

시는 공문을 통해 "슬리퍼를 착용한 상태로 민원인을 응대하거나 복도·화장실을 다니는 경우에 대한 민원 지적 사항이 있어, 전 직원께서는 규정에 맞는 복장 착용으로 동일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시는 "공무원은 근무 중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도록 규정한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을 근거로 들었다.

이 공문이 전달된 뒤 한국노총 창원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분위기다.

한 공무원은 tvN 드라마 <미생>에서 '땀냄새 잔뜩 배어 있는 이 슬리퍼. 사무실도 현장입니다. 사무실의 전투화 실내화를 팔겠습니다'라는 대사가 나온다고 언급하며 "사무실의 전투화를 이렇게 매도해버리나. 이제 무얼 신고 전투에 임해야 하나"라고 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직원 개인 품위가 문제가 아니고 시 행정 품위가 문제다"라며 "민원이랑 '생떼', '억지'는 좀 구분해서 일합시다. 법령상 근거를 두고 타당한 주장을 해야 민원인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 "슬리퍼 안 신는 게 맞지 않나? 민원님 전화 오시면 전화도 일어서서 공손히 두 손으로 받고. 한 번씩 나가서 민원님 다니시는 바닥 좀 좀 쓸고. 그게 맞지"라며 비꼬는 글도 있었다.


'슬리퍼 해결 방법'이라는 제목의 글을 쓴 사람은 "직원들이 구두 신고 다녀 발에 냄새가 나서 불편하니 슬리퍼 신게 하라고 시청에 민원 넣으면 된다"라고 했다.

여러 글에 달린 댓글도 대부분 부정적인 여론이다. "민원인 오면 큰절하고 응대하는 시대가 곧 오겠구만", "슬리퍼는 치열한 사무 현장에서 전투화다", "레드카펫도 깔아 드리고 웰컴수박도 드리고. 수박도 우리끼리 먹다가는 큰일나요"라는 댓글이 달렸다.

또 "예전에 어떤 구청에서는 구청장께서 직원들 복도·화장실 다닐 때 슬리퍼 신지 말라고 엄명 내리셨던 적도 있었는데 이번엔 공문인가", "나막신은 신어도 되나", "직원이 편하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줘도 뭐 할 판에..."라는 의견도 나왔다.

반면 공무원사회 바깥에선 '민원 응대를 하는 직원이 격식에 맞춰 복장을 갖춰 입는 것은 업무의 기본 매너'라는 여론도 있다.

공무원 출신인 이병하 경남진보연합 대표는 "누구나 근무 환경이 중요하고 자율성을 주어야 하지만, 서비스인 행정은 민원인에 대해 불쾌함을 줄 수 있는 복장이나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며 "일하는 데 슬리퍼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집에서 손님을 잠옷 차림으로 맞이할 수 없듯이 민원인을 응대할 때는 신는 신발도 복장의 일부이기에 갖춰야 한다"며 "복도나 화장실이 건물 안이라 하더라도 슬리퍼를 신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충남 서산에서는 면사무소를 찾았던 한 민원인이 당시 수박을 먹고 있던 공무원들이 자신에게 과일을 권하지 않아 괘씸했다는 내용의 글을 지난 5월 27일 서산시청 홈페이지에 올려 논란이 일었다.  
#공무원 #창원특례시 #창원특례시공무원노동조합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특혜 의심' 해병대 전 사단장, 사령관으로 영전하나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5. 5 '파란 점퍼' 바꿔 입은 정치인들의 '처참한' 성적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