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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감사 최종 거부한 선관위... 감사원은 '법적 대응' 예고

[이슈] 선관위와 감사원, 감사 권한 두고 '법' 근거로 공방... 감사원 "엄중하게 대처"

등록 2023.06.02 17:22수정 2023.06.0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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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2일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회의를 마치고 위원장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위원회의에서 '자녀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의 직무 감찰 수용 여부를 논의한다. ⓒ 연합뉴스

 
'자녀 채용 특혜' 논란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비판 여론에 직면한 가운데,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한 것을 두고 논의가 정치권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앞서 선관위 소속 주요 간부의 자녀들이 경력직 채용 과정에서 '아빠 찬스'를 쓴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여러 관련 정황들이 속속 밝혀졌다. 박찬진 전 사무총장과 송봉섭 전 사무차장이 자진 사퇴했지만, 다른 직원들의 자녀들도 부적절한 채용 과정을 거쳤던 점들이 연이어 지적되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2일 "국회의 국정조사,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 및 수사기관의 수사에는 성실히 임한다"라며, 내부 독립기구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 정확한 실태 파악에 나서기로 했다.

이날 선관위는 위원회의를 거쳐 "사무총장, 사무차장, 제주선관위 상임위원, 경남선관위 총무과장 등 4명을 오늘 경찰청에 수사의뢰 하고, 부적정하게 업무를 처리한 관련 공무원 4명을 다음주 중 징계의결 요구한다"라고 밝혔다. "위원회에 근무 중이거나 근무했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까지 범위를 확대하여 가족채용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6월 중에 마무리한다"라고도 알렸다.

하지만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며, 이에 따라 직무감찰에 응하기 어렵다는 것이 위원들의 일치된 의견"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의 감찰을 최종적으로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힘 "선관위, 궤변에 가까워... 감사원 감찰 거부할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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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발표하는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 국민의힘 유상범 수석대변인이 5월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논평을 발표하는 모습. ⓒ 연합뉴스

 
감사원에 선관위 감사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 각 기관별 입장이 첨예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날도 선관위를 매섭게 비판하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감사원 감사 거부하는 선관위. '그리도 숨길 것이 많나'라는 국민적 의심만 키울 뿐이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상황이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정신 못 차린 선관위는 권익위원회의 조사에는 협조한다면서, 감사원의 감사는 거부하는 한가로운 '취사선택 놀이'를 하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권한을 운운하는 선관위의 (거부) 이유는 궤변에 가깝다"라며 "이미 2019년 감사원은 선관위 정기감사를 진행하며 일부 채용문제에 대한 징계를 요구한 바 있고, 지난해 9월부터도 선관위 정기감사가 진행 중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선관위는 대체 무슨 권한을 가졌길래 자신들이 감사원 감사대상이 아니라고 항변하나. 선관위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치외법권의 영역인가"라며 "국민께 송구하다던 노(태악) 위원장은 선관위 관계자 뒤에 숨지 말고 직접 나와 사퇴 표명과 함께 즉각적인 감사원 감사수용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동혁 원내대변인 또한 "이렇게 썩을 대로 썩은 선관위가 아직도 독립성을 부르짖으며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것을 보면, 선관위의 '독립성'은 부패를 위한 장식품에 불과했다"라고 꼬집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관위가 독립성을 방패로 내부적으로 온갖 비리를 저질러왔고 스스로 교정할 수 있는 능력마저 상실한 게 분명해졌다면, 외부기관의 감사를 자청해서 받는 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가기관의 도리"라며 "진정한 개혁 의지가 있다면 감사원 직무감찰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라고 비판했다.

선관위 "인사감사 대상 아냐...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게 헌법적 관행"

공교롭게도 중앙선관위와 감사원 모두 '법'을 근거로 들고 있다. 이날 선관위는 "헌법 제97조에 따른 행정기관이 아닌 선거관리위원회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며, 국가공무원법 제17조 제2항에 따라 인사감사의 대상도 아니므로 감사원 감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에 위원들 모두의 의견이 일치하였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헌법과 감사원법상 감사는 회계검사와 직무감찰로 구분되며, 회계에 속하지 않는 일체의 사무에 관한 감사는 직무감찰에 해당하므로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 또한 직무감찰에 해당한다"라며 "특히 그동안 국가기관 간 견제와 균형으로 선관위가 직무감찰을 받지 않았던 것이 헌법적 관행"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처럼 선관위가 감사원 감사를 거부하는 첫 번째 주요 근거는 헌법 제97조이다. 헌법에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라고 되어 있다. 즉, 감사원의 직무 감찰 대상을 '행정기관 및 공무원'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독립기관인 선관위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주장이다.

또한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2항에서 "국회·법원·헌법재판소 및 선거관리위원회 소속 공무원의 인사 사무에 대한 감사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의 명을 받아 국회사무총장, 법원행정처장, 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각각 실시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 소속 공무원 인사에 대한 감사를 '선관위 사무총장'이 실시하도록 되어 있으니, 감사원의 인사 감사 대상은 아니라는 취지이다.

선관위 해석 반박한 감사원 "배제 근거 될 수 없어"... 처벌 규정도 언급

반면 감사원 역시 법을 근거로 이같은 선관위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이날 감사원은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선관위가 주장하는) 국가공무원법 제17조는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를 배제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맞섰다.

해당 규정은 "행정부(인사혁신처)에 의한 자체적인 인사감사의 대상에서 선관위가 제외된다는 의미이며, 선관위 인사사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를 배제하는 규정이 결코 아니"라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2016년과 2019년, 선관위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였음을 그 예시로 들기도 했다.

또한 감사원법을 보더라도 "선관위는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라고 강조했다. 감사원법 제24조에는 감사원 직무감찰 대상과 예외 기관들을 규정하고 있는데, 제3항에서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라고 되어있다. 감사원은 "(19)42년 '감사원법' 개정안 국회 논의과정에서 선관위는 직무감찰 제외 대상에서 빠짐"이라며 "직무감찰의 예외로 인정한 기관 외의 기관인 선관위는 직무감찰 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특히 감사원은 "'감사원법'에 규정된 정당한 감사활동을 거부하거나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감사원법' 제51조의 규정에 따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하게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51조는 처벌 규정으로, "이 법에 따른 감사를 받는 자로서 감사를 거부하거나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다. 두 기관 사이 권한 공방이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마저 보이는 셈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선관위가 감사원 직무감찰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관련 조항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결과이며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라 할 것"이라며 "국가공무원법상 감찰 책임자인 사무총장도 사퇴한 상태"라고 감사원에 힘을 실어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이만희 의원 역시 "작년 야당은 선관위를 감사원의 감사기관에서 제외기관으로 명시하자는 감사원법 개정안을 냈다"라며 "즉 현재로서는 제외기관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감사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직무감찰 #국가공무원법 #감사원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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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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