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학 교직원 노조가 먹거리 나눔 행사를 한 이유

저출산과 고령 사회 속 일본 대학의 현실

등록 2023.06.03 13:30수정 2023.06.03 13:30
0
원고료로 응원
a

학생들이 류코쿠대학 교직원 노조에서 준비한 먹거리가 든 주머니를 받아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지난 2일 오후 3시, 일본 류코쿠대학 교직원 노조는 자취하는 대학생들과 먹거리 나눔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에서는 쌀이나 생활필수품을 주머니에 담아서 필요한 학생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그 밖의 먹거리도 필요한 학생들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학생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여 학생 100여 명이  참가하여 먹거리를 나눠가져 갔습니다.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했을 때 류코쿠대학에서는 일찍이 자취생들에게 먹거리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이 일본 전국에 방송되어 학교 소개와 모금 활동에 큰 성과를 거둔 적이 있습니다.

이제 학교에서는 더 이상 먹거리 나눔 행사를 열지 않습니다. 대학 교직원 노조에서는 현재 학생들의 상황이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들을 확인하고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a

먹거리 나눔 행사에 참가한 학생들이 생활 실태를 조사하는 설문 조사에 응하고 있습니다. ⓒ 박현국

 
출산 인구 감소와 더불어 일본 대학은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2000년 이후 문을 닫아 더 이상 학생들을 받지 않는 대학교가 17곳입니다. 앞으로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사립대학 598개 학교 가운데 2022년 입학 기준으로 정원에 미치지 못한 대학수는 전체 대학의 반에 해당되는 284곳입니다. 그 가운데 13곳은 정원의 반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일본에서 대학에 입학하는 18세 인구는 1992년 205만 명을 최고로 이후 계속 감소가 진행되어 2022년에는 112만 명이었습니다. 이 숫자는 2035년 100만 명 미만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줄어드는 인구를 막을 수 없습니다.
   
a

먹거리뿐만 아니라 필요한 차나 기호품들을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도록 펼쳐놓았습니다. ⓒ 박현국


사립대학은 학생의 수업료가 수입의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생수가 줄어들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현상으로 여자 대학이나 단기 대학, 지방 대학이 위기에 놓여있습니다.

적령 학생 수 감소와 더불어 대학생들의 학비나 생활비 등 비용 증가도 큰 문제입니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물가가 오르고, 생활비가 증가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특히 지방에서 도쿄나 교토에 있는 대학으로 진학하여 학비와 더불어 집세와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 1년 전에 비해서 부담액이 1퍼센트 증가했다고 합니다.
 
a

지방 출신 자취생들의 교육비(첫 해 기준, 2022년) [단위 : 엔], 도쿄 지역은 수도권 넓은 지역을 조사했고, 교토는 시내 대학을 조사해서 합계 금액에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 박현국

 
도쿄나 교토 부근에 살면서 대학에 들어간 경우 첫 해 부담하는 비용 161만 2000엔 정도인 것에 비해서 지방 출신으로 도쿄나 교토에 있는 대학에 다니는 경우 286만 엔으로 300만 엔에 가깝습니다. 일본 학생들은 대부분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생활비나 용돈은 자기가 일해서 벌어서 씁니다.


학비의 경우 반 정도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나머지 반 정도는 대여 장학금을 이용합니다. 대여 장학금을 갚는 신랑감은 결혼 상대로 적합하지 않다거나, 대여 장학금을 갚는 사람이 자식을 낳으면 남은 장학금을 탕감해주자거나 하는 말이 대두되기도 했습니다.
  
a

류코쿠대학에는 안중근 의사 유품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안중근 연구센터에서는 원광대학교 동북아시아인문사회 연구소 등 안중근 연구 기관과 학술 교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박현국

 
어느 사회, 어느 나라 모두 만족스러운 곳은 없습니다. 사물에는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습니다. 밝은 면을 보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사는 것이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저출산 고령화가 가져오는 사회 변화는 우리 모두가 마주하고 있습니다. 다른 어느 곳보다 대학들이 그 영향을 먼저 맞이하고 있습니다. 류코쿠대학 교직원 노조에서는 그 영향을 문제로 인식하고 자취 대학생들과 먹거리 나눔 행사를 열었습니다.
     
참고문헌> 고베신문 2023.4.11., 교토신문 2023.5.16., 요미우리신문 2023.5.24., 산케이신문 2023.5.25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먹거리 나눔 행사 #류코쿠대학 교직원 노조 #대학 소멸 #입학생 감소 #자취 대학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