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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이 데이트 예능 흉내 낸 '놀면 뭐하니'... 쓴소리 잊었나

[TV 리뷰] MBC <놀면 뭐하니?> 주입식 러브라인 에피소드는 '패착'

23.06.04 11:21최종업데이트23.06.0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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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뜬금없는 러브라인 강조, 데이트+연애 예능 전개가 지금 <놀면 뭐하니?>에게 필요한 내용일까? 지난 3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선 한 주 전에 이어 이이경과 이미주의 열애설 종결 프로젝트 '종이 울리면' 편으로 꾸며졌다. 그동안 이 프로그램을 비롯해서 다양한 방송 현장에서 목격된 둘의 미묘한 관계를 활용해 총 1회 반짜리 분량의 에피소드로 만든 것이다.

하룻 동안의 데이트 후 상대방과 한 번 더 데이트를 하고 싶은 사람은 종을 쳐여 한다. 그런데 종은 이이경만 쳤고, 이미주는 종을 치지 않은 채 갈 길을 떠나면서 나름 웃음을 자아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와 같은 선택은 "제작진의 패착, 악수 중의 악수"였다.  

자주 언급된 것 처럼 현재 <놀면 뭐하니?>는 말 그대로 '풍전등화'의 처지에 놓여 있다. 출연진과 제작진 교체설 등 개편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 지 오래다. 이렇다보니 현재 내놓는 내용물에 대한 관심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뜬금 없이 내민 데이트 예능으로의 전환이 통할 리 만무한 것이다.  

이미주-이이경의 데이트 '종이 울리면'
 

지난 3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날 <놀면 뭐하니?> 멤버들은 각자의 취향, 아이디어를 총동원해 두 사람의 데이트 코스를 구상해 제시했다. 이에 따라 이미주와 이이경은 식당과 놀이공원, 그리고 사주 카페 등을 돌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로 한다. 어색한 분위기 속 식당에서 그간 논란이 되었던 스킨십을 비롯해서 서로의 이상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화기애해함을 도모한다.  

이어 "(유)재석이 형이 우리 결혼하면 아파트 해준다고 했는데 아파트만 어떻게 하나..."라는 이이경의 말에 "장만해?"라고 화답하는 이미주의 반응을 화면으로 지켜본  유재석의 어이 없는 반응이 소소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한다. 곧이어 장소를 옮겨 공원에 도착한 두 사람은 교복으로 맞춰 입고 달달한 분위기 속에 놀이기구를 타면서 좀 더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마련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사주카페에서 두 사람은 "각자의 사주가 너무 세서 이혼을 몇 번 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주다. 쇼왼도 부부에 최적화된 궁합"이라는 전문가의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후 진행된 최종 결정에서 각자 엇갈린 선택을 한 이미주와 이이경은 서로에 대한 응원의 한 마디를 남기고 이날의 방송을 마무리 지었다.  

위기 타개에 전혀 도움 안되는 데이트 콘셉트 도입
 

지난 3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이번 <놀면 뭐하니?>는 최근 1-2년 사이 방송 예능의 주류로 자리 잡은 연애-데이트 예능의 콘셉트를 차용해 분량을 마련하긴 했지만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에는 여전히 물음표만 남겼다. 기존 버라이어티 예능 속 종종 등장하던 러브라인을 아예 통째로 1회분 이상의 에피소드로 제작한다는 것 자체가 억지스러움을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인해 가뜩이나 요즘 몇회분에서 존재감이 사라진 일부 고정 멤버는 분량 자체가 사실상 증발하고 말았다. ​잠깐의 양념 정도로만 활용되던 소재를 무리하게 규모를 키우다보니 가뜩이나 이도 저도 아닌 방향성 때문에 쓴 소리만 양산했던 프로그램으로선 더 큰 위기를 초래한 건 아니었을까?

우리가 매주 <놀면 뭐하니?>에 기대했던 건 <나는 솔로> <환승연애> <땡땡땡 종이 울리면> 등의 데이트 따라하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을 강조해온 재마와 웃음이었다. 억지 혹은 주입식 로맨스 구성의 전개는 과연 누구를 위한 내용 만들기였을까? 이건 해당 출연자 및 시청자 모두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은 방식이다.  

외려 현재 상황 인식에 대한 안이한 제작진의 판단만 부각되는 우를 범하고 만 것이다. 개편이 임박한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이처럼 <놀면 뭐하니?>의 방향성과 정체성 혼란을 더욱 부추긴다면 이후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겠는가?

한 주 전 예능 대부의 쓴소리, 벌써 망각했나
 

MBC '놀면 뭐하니?' ⓒ MBC

 
​불과 한 주 전 초대손님으로 등장한 이경규의 "프로그램 폐지해야..." 발언이 큰 웃음과 더불어 화제를 불러 모았지만 이를 무색케하듯이 <놀면 뭐하니?>는 생뚱맞게 고정 출연자들의 데이트 마련으로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단단히 허리띠 조이고 뛰어도 모자란 판국에 데이트 예능으로의 생뚱 맞은 전개를 진행한다는 건 무슨 의도였을까?

​이전 <무한도전>을 비롯해 요즘 인기 예능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수용하는 의미에서 매주 방영분을 제작한다면 충분히 시청자들의 공감을 유발시켰겠지만 이날의 방송은 그러한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단순히 별 생각 없는 따라하기식 제작은 이 프로그램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만드는 패착에 가까웠다.  

​예능대부의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를 들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움직임이 엿보였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놀면 뭐하니?> '종이 울리면' 편은 제작진의 현실 오판만 확인한 채 씁쓸히 끝을 맺었다. 이런 식의 움직임이라면 시청자들의 본방 사수, OTT 다시 보기를 유도하는 건 더욱 더 어려운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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