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서 앞에서 울려 퍼진 대학생들의 외침 "학생들을 석방하라"

전쟁 훈련 중단 촉구하자 경찰 연행... "수갑 채우기, 불필요한 공권력 남용"

등록 2023.06.04 16:55수정 2023.06.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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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연합 화력격멸훈련의 두 번째 훈련이 진행된 지난 2일, 전쟁 훈련의 중단을 촉구하며 승진훈련장 앞으로 뛰쳐나간 학생 2명이 경찰에 의해 수갑까지 채워지며 폭력적으로 연행되는 일이 있었다.   

연행된 학생들은 포천경찰서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연합 화력격멸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아래 대학생 농성단)'은 연행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지난 3일 오후 3시, 경기 포천경찰서 앞에서 진행했다.  

첫 번째 발언자로 나선 학생은 "이번 한미연합 화력격멸훈련은 한반도에 핵참화를 불러올 수 있다. 그래서 학생들은 훈련장 앞까지 뛰쳐나가 훈련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 것이다"라며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학생 2명이 경찰에 짓눌려 옷까지 벗겨지며 연행이 됐다. 경찰은 다친 학생에게 수갑을 채워 병원에 데려가는 만행을 벌이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인권유린이자 폭력적인 행태이다"라고 포천서의 만행을 규탄했다.  

이어 "한반도를 핵참화의 전쟁터가 아니라 평화롭게 만들기 위해 뜨겁게 투쟁한 자랑스러운 학생들을 지금 당장 석방하길 강력히 요구한다"라고 연행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이어 다음 발언자로 나선 학생은 "전쟁 연습으로는 절대로 평화를 얻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훈련을 하는 것은 진짜 전쟁으로 가는 불씨가 될 것이다. 전쟁이 나면 죽는 건 국민들이다"라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올바른 목소리를 낸 학생들을 즉각 석방하라"라고 연행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발언에 이어 포천서의 폭력적인 연행을 규탄하고 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 낭독으로 이날 기자회견은 마무리됐다. 이후 4일에야 대학생 농성단이 포천서 앞에서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이어가던 중 학생 전원이 석방됐다. 아래는 성명문 전문이다.

전쟁훈련 반대 외친 애국 대학생을 즉각 석방하라!  
한미연합 화력격멸훈련의 두 번째 훈련이 진행된 어제, 한반도 핵참화를 불러오는 전쟁훈련의 중단을 촉구하며 승진훈련장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던 대학생 2명이 경찰에 의해 폭력적으로 연행됐다. 경찰은 연행과정에서 학생들을 방패로 밀어 넘어뜨리고, 여학생을 남성 경관들이 붙잡고 그 과정에서 옷을 벗기는 등의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경찰은 학생들을 호송차에 태워 연행하는 과정에서 수갑을 채우는 불필요한 공권력 남용까지 벌였다.  


도로교통법 위반을 연행 사유로 내걸면서 학생들에게 수갑을 채운 것도 어처구니 없는 일이지만, 이후 경찰은 연행된 학생들에게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를 새로 적용했다. 한 학생의 경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의 수사 문건을 작성하다가 파쇄하고, 집시법 위반 혐의를 걸어 다시금 문건을 작성했다고 한다. 경찰이 제대로 된 법률검토도 없이 현장에서 무리하게 학생들을 연행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찰은 연행된 학생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학생 농성단에게 거짓말을 하기도 했다. 어제 오후 8시경 "연행된 학생들이 곧 석방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경찰은 오후 11시가 되자 "언제 석방될지 모른다"며 입장을 번복하며 "희망적으로 생각하라는 취지"였다는 황당한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연행된 학생들에 대한 인권유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죄를 지어 여기 온 것 아니냐"며 학생들을 향해 비아냥대는가 하면, 같은 방에 입감되었던 학생들을 분리시켜 소통을 차단했다. 연행과정에서 학생 한 명이 손을 다쳐 심하게 부어있는 가운데, 어제는 곧 석방된다며 병원에 안 보냈던 경찰이 오늘은 수갑을 채운 채 병원에 데려가려 해 변호인이 이를 말리는 일까지 있었다. 연행된 학생의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까지 청구될 예정이라고 한다.  

이 땅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고조시키며, 핵참화를 불러올 수 있는 화력격멸훈련의 반대를 외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학생들을 흉악범 취급하며, 심각한 인권유린을 자행하는 포천경찰서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연행 당시 학생들의 손에 들려있던 것이라곤 자그마한 손 현수막 하나였을 뿐, 경찰을 향해 그 어떤 폭력도 행사하지 않았다. 오히려 폭력적으로 학생들을 연행해놓고서는 연행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조차 존중하지 않는 포천경찰서의 행태를 우리는 강력히 규탄한다. 연행된 애국 대학생들의 석방과 화력격멸훈련 중단을 위해 대학생 농성단은 굽힘 없이 싸워나갈 것을 다시금 결의한다.  

2023년 6월 3일 한미연합 화력격멸훈련 반대 대학생 농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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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여한 학생이 포천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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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참여한 학생이 포천서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김용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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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된 학생 전원이 석방됐다. ⓒ 김용환

     
#화력격멸훈련 #농성단 #대학생 #전쟁훈련 #전쟁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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