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경찰 진압이 이뤄지기 전 고공농성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한국노총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탄압은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소위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이 가장 먼저라고 언급하며 귀족노조, 부패노조 프레임으로 노조를 척결의 대상으로 몰아세웠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재미를 본 정권은 건설노조를 향해서는 '건폭' 운운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대통령의 행보에 발을 맞췄다.
이슈몰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권은 차근차근 '노동개악'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족시켰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 내용을 보면 주69시간 장시간노동, 유연근무제 확대, 성과직무급제 도입과 파견업종 확대까지 경영계의 숙원사업이 총망라돼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는 상생임금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진행된 폭력 진압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2023년 5월 16일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공정성·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사태를 정상화했다"고 자평했다.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5월 25일 전국 경찰 경비대에 보낸 서한문에서 "그동안 집회 시위 과정에서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 과정으로 인식해 관대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집회 시위 현장에서 적극적인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다 하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강경 진압을 부추겼다.
이러한 신호에 맞춰 경찰은 처음부터 강경 진압을 목적으로 행동했다. 전날(5월 30일) 김만재 위원장은 경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대여섯 명의 경찰로부터 얼굴이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겨진 상태로, 목덜미가 무릎에 눌린 채 뒷수갑이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집회 현장에서는 정보관들이 노사간 중간자 역할을 하며 경비요청이 있는 경우 경비기동대가 출동한다. 하지만 김만재 위원장을 진압한 경찰은 강력계 소속 형사들이었다.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대화 시도조차 없이 전남청 소속 형사들이 최고 수준의 물리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청 예규에 중대한 위해시에도 머리 부분 가격은 지양하라고 돼 있음에도 말이다.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하라' '포운 노사합의 이행하라'는 김준영 사무처장의 요구가 촌각을 다투며 폭력적으로 진압을 해야 할 위해 상황이었는지 묻고 싶다. 결국 김준영 사무처장을 향해 너무 빠르게 진행된 폭력진압의 배경엔 정권의 메시지와 이에 대한 현장의 충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대화와 타협 없이 불통과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정권과 이에 코드를 맞추며 최선을 다 하는 경찰이 빚어낸 탄압이다.
바닥에 내려 놓은 작업용 칼... 경찰 아닌 사다리차 때린 지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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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저앉은 노동자 머리에 곤봉... 경찰 과잉진압 논란 현장영상
영상제공 : 한국노총
취재 김형호 / 영상편집 유성호
관련기사 : https://omn.kr/245y1 ⓒ 한국노총
이후 경찰은 폭력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준영 사무처장이 정글도로 위협했고 쇠파이프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은 열심히 경찰의 주장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정글도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 다르게 날이 다 죽어 있고 낫처럼 휘어있는 칼은 김준영 처장이 현수막을 자르는 등 작업용으로 사용했었던 것이다. 경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오지 말라며 휘두르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김 처장은 정글도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들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거센 집단 폭력을 당하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당시, 그곳에는 정글도라 불리는 작업용 칼이 있었지만 김 처장은 그 칼을 집어들지 않았다. 경찰을 위해할 의사가 없었던 그는 맨손으로 경찰의 곤봉을 막다가 결국 강제 연행됐다.
또한 경찰이 '쇠파이프'라고 주장하는 막대기는 길이 1.2m 정도, 두께 2.2cm 정도의 비계 지지대다. 급작스러운 경찰의 진압에 대항하기 위해 김준영 사무처장은 오지 말라며 쇠파이프가 아닌 그 막대기로, 경찰이 아닌 사다리차와 방패를 타격했다.
하지만 보호구까지 완전 착용한 경찰은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쓰러지고 나서도 가격했다. 이런 공격은 김준영 사무처장이 권총을 쏘는 정도의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을 때나 가능할 법하다. 경찰은 강제 진압 초기, 경찰봉을 던져 김준영 사무처장의 후두부를 공격하고 이후 15차례 이상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집중 타격했다.
경찰 스스로도 과잉진압이라고 판단했던 걸까. 김준영 사무처장 폭행 장면을 채증하던 카메라는 5초 이상 허공을 찍은 후 김준영 사무처장이 진압된 후 다시 돌아왔다. 법률대리인(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따르면, 이는 지난 2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영장심사에서 드러난 내용이다(
관련 기사 보기). 경찰의 폭력 진압은 경찰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친자본 편중과 노동 배제, 노조 때리기와 사회적 대화 외면은 이번 폭력 진압으로 가상의 위협에서 현존하는 공포가 됐다. 사정기관을 동원한 노동탄압의 서막이다. 그 대상은 조직된 노조, 그것도 한국노총에 가맹 중인 연합단체 중 최대조직인 금속노련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폭력 진압은 노동계 전체에 대한 정권의 메시지라고 본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이라도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법원은 김준영 사무처장을 석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