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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m 높이서 경찰 4명 곤봉 타격... 윤석열 정부의 적나라한 '메시지'

[주장]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진압과 구속이 의미하는 것

등록 2023.06.06 18:30수정 2023.06.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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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 6월 15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철강 제품을 수송하려는 화물트럭이 들어서고 있다.
2022년 6월 15일,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 철강 제품을 수송하려는 화물트럭이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성암산업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사내하청사였다. 2017년 회사 매각 시도, 2020년 작업권 반납 시도에 맞서 노동조합은 생존권을 건 투쟁을 했다. 특히 2020년 성암산업 조합원들은 국회 앞에서만 한 달 가까이 노숙농성 끝에 합의서를 체결했으나 회사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원청 포스코는 다른 협력사를 통해 사실상의 대체근로를 허용하며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켰고 고용노동부 여수지청은 회사 편에 섰다.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 금속노련 김만재 위원장과 김준영 사무처장이 광양으로 내려가 직접 교섭에 참여했다. 교섭을 위해 2명만 내려간 상황에서 해결에 어려움이 있자 김준영 사무처장은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과 포운(옛 성암산업) 노사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5월 29일 밤 망루를 만들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하루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은 5월 31일 새벽 5시 20분께, 광양으로부터 소식이 들려왔다. '수많은 경찰들이 망루를 에워쌌고 사다리차 2대가 들어오고 있다'고.

당시 7m 높이의 망루(김준영 사무처장이 강체 연행될 당시에는 망루 최상단에 올라가 있었으므로 지상으로부터 8.5m 높이였다) 위에 있던 김준영 사무처장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경찰과 사다리차의 모습이 너무나 잘 보였다고 한다. 순간 지상에 있는 조합원들에게 알릴까 고민했지만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혹여라도 조합원과 경찰간의 물리적 충돌이 있을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구속 시키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가
 
 경찰이 5월 31일 오전 고공농성 중인 포스코 하청노동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봉을 휘두르는 등 물리력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경찰이 5월 31일 오전 고공농성 중인 포스코 하청노동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경찰봉을 휘두르는 등 물리력을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과정에서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은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한국노총 금속노련 유튜브 갈무리
  
높이 8.5m, 난간도 없으며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든 약 0.6평의 망루 위에서 김준영 사무처장은 홀로 4명의 경찰로부터 곤봉으로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다. 이후 피투성이가 된 채 지상으로 끌려 내려왔다.

머리를 집중적으로 가격당한 탓에 많은 피를 흘리고 있는 와중임에도 경찰은 병원이 아닌 광양경찰서로 김준영 사무처장을 이송했다. 머리에 충격을 받은 위급한 상황에서도 15분가량 대기했고 병원 이송 과정에서 구급차는 신호를 다 지켰다고 한다. 응급실에서는 머리를 꿰매는 등의 급한 처치만 마치고 다시 광양경찰서로 이송됐다. 

결국 김준영 사무처장은 당일 밤 병원에 입원했고 경찰은 다음날 병원에서 조사를 진행했다. 이후 기습적으로 새벽에 영장이 청구됐고 영장실질심사가 당일 오전 11시에 잡혔다. 영장실질심사에 검사 2명이 들어왔고 경찰을 증인으로 세우려 했다.


이례적인 일들의 연속이었다. 기필코 구속을 시키고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결국 법원은 인대와 근육 파열 등으로 걷지도 못 하는 김준영 사무처장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는 병원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에도 순천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돼 있다. 

구속 이후 김준영 사무처장은 "망루에 오를 때 가장 두려웠던 건 구속이 아니라 우리의 투쟁이 패배하는 것이었다"며 "저는 투쟁을 이어가지 못하지만, 바깥에 계신 동지들께서는 승리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교섭 타결을 바라며 망루에 올라간 5월 29일부터 유치장에 있는 현재까지 단식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대화 없이 갈라 치는 정부... 코드 맞춘 경찰이 빚은 탄압
 
 5월 31일 경찰 진압이 이뤄지기 전 고공농성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5월 31일 경찰 진압이 이뤄지기 전 고공농성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한국노총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탄압은 현실이 됐다. 윤 대통령은 소위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 가운데 노동 개혁이 가장 먼저라고 언급하며 귀족노조, 부패노조 프레임으로 노조를 척결의 대상으로 몰아세웠다. 화물연대 파업에 대한 강경대응으로 재미를 본 정권은 건설노조를 향해서는 '건폭' 운운하며 수사를 진행했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에 회계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노사 부조리 신고센터를 운영하며 대통령의 행보에 발을 맞췄다. 

이슈몰이와 더불어 윤석열 정권은 차근차근 '노동개악'을 준비해 왔다. 지난해 7월 정부가 발족시켰던 미래노동시장연구회의 권고 내용을 보면 주69시간 장시간노동, 유연근무제 확대, 성과직무급제 도입과 파견업종 확대까지 경영계의 숙원사업이 총망라돼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는 상생임금위원회가 가동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진행된 폭력 진압은 너무나 충격적이다. 2023년 5월 16일 제20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사 법치주의를 확립하고, 노동의 유연성·공정성·안전성을 높이는 것"이라며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대응해 사태를 정상화했다"고 자평했다. 

이후 윤희근 경찰청장은 5월 25일 전국 경찰 경비대에 보낸 서한문에서 "그동안 집회 시위 과정에서 무질서와 혼란이 발생해도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 실현 과정으로 인식해 관대하게 대하는 측면이 있었다"며 "집회 시위 현장에서 적극적인 법 집행으로 문제가 발생한 경우 본인의 신청이 없다 하더라도 적극 행정 면책심사위원회를 개최하겠다"고 강경 진압을 부추겼다.

이러한 신호에 맞춰 경찰은 처음부터 강경 진압을 목적으로 행동했다. 전날(5월 30일) 김만재 위원장은 경찰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대여섯 명의 경찰로부터 얼굴이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겨진 상태로, 목덜미가 무릎에 눌린 채 뒷수갑이 채워졌다.

일반적으로 집회 현장에서는 정보관들이 노사간 중간자 역할을 하며 경비요청이 있는 경우 경비기동대가 출동한다. 하지만 김만재 위원장을 진압한 경찰은 강력계 소속 형사들이었다.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해서는 대화 시도조차 없이 전남청 소속 형사들이 최고 수준의 물리력으로 진압했다. 경찰청 예규에 중대한 위해시에도 머리 부분 가격은 지양하라고 돼 있음에도 말이다. 

'하청노동자 노동3권 보장하라' '포운 노사합의 이행하라'는 김준영 사무처장의 요구가 촌각을 다투며 폭력적으로 진압을 해야 할 위해 상황이었는지 묻고 싶다. 결국 김준영 사무처장을 향해 너무 빠르게 진행된 폭력진압의 배경엔 정권의 메시지와 이에 대한 현장의 충성이 있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이번 사건은 사회적 대화와 타협 없이 불통과 편 가르기에 앞장서는 정권과 이에 코드를 맞추며 최선을 다 하는 경찰이 빚어낸 탄압이다.

바닥에 내려 놓은 작업용 칼... 경찰 아닌 사다리차 때린 지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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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노동자 머리에 곤봉... 경찰 과잉진압 논란 현장영상 영상제공 : 한국노총 취재 김형호 / 영상편집 유성호 관련기사 : https://omn.kr/245y1 ⓒ 한국노총

  
이후 경찰은 폭력진압을 정당화하기 위해 '김준영 사무처장이 정글도로 위협했고 쇠파이프로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보수 언론은 열심히 경찰의 주장을 실어 날랐다.

하지만 정글도라는 무시무시한 이름과 다르게 날이 다 죽어 있고 낫처럼 휘어있는 칼은 김준영 처장이 현수막을 자르는 등 작업용으로 사용했었던 것이다. 경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오지 말라며 휘두르는 듯한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지만 이내 김 처장은 정글도를 바닥에 내려놓고 다시 들지 않았다. 

경찰로부터 거센 집단 폭력을 당하고 바닥에 주저앉았을 당시, 그곳에는 정글도라 불리는 작업용 칼이 있었지만 김 처장은 그 칼을 집어들지 않았다. 경찰을 위해할 의사가 없었던 그는 맨손으로 경찰의 곤봉을 막다가 결국 강제 연행됐다.

또한 경찰이 '쇠파이프'라고 주장하는 막대기는 길이 1.2m 정도, 두께 2.2cm 정도의 비계 지지대다. 급작스러운 경찰의 진압에 대항하기 위해 김준영 사무처장은 오지 말라며 쇠파이프가 아닌 그 막대기로, 경찰이 아닌 사다리차와 방패를 타격했다.

하지만 보호구까지 완전 착용한 경찰은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집중적으로, 쓰러지고 나서도 가격했다. 이런 공격은 김준영 사무처장이 권총을 쏘는 정도의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을 때나 가능할 법하다. 경찰은 강제 진압 초기, 경찰봉을 던져 김준영 사무처장의 후두부를 공격하고 이후 15차례 이상 김준영 사무처장의 머리를 집중 타격했다.

경찰 스스로도 과잉진압이라고 판단했던 걸까. 김준영 사무처장 폭행 장면을 채증하던 카메라는 5초 이상 허공을 찍은 후 김준영 사무처장이 진압된 후 다시 돌아왔다. 법률대리인(한국노총 중앙법률원)에 따르면, 이는 지난 2일 김준영 사무처장에 대한 영장심사에서 드러난 내용이다(관련 기사 보기). 경찰의 폭력 진압은 경찰 규정을 위반한 것이다.

윤석열 정권의 친자본 편중과 노동 배제, 노조 때리기와 사회적 대화 외면은 이번 폭력 진압으로 가상의 위협에서 현존하는 공포가 됐다. 사정기관을 동원한 노동탄압의 서막이다. 그 대상은 조직된 노조, 그것도 한국노총에 가맹 중인 연합단체 중 최대조직인 금속노련에도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결국 이번 폭력 진압은 노동계 전체에 대한 정권의 메시지라고 본다. 윤석열 정권은 지금이라도 노동탄압을 중단하고 법원은 김준영 사무처장을 석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자들의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다.
 
 진나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포스코 하청노조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윤희근 경찰청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진나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포스코 하청노조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윤희근 경찰청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권우성
덧붙이는 글 글쓴이 나병호씨는 한국노총 금속노련 정책국장입니다.
#한국노총 #노동탄압 #곤봉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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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금속노련 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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