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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얼룩새코미꾸리... "금호강 공사를 멈춰주세요"

[현장] 제천간디학교 학생들, 금호강 물길을 걸으며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반대 행동 펼쳐

등록 2023.06.06 12:45수정 2023.06.06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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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강 팔현습지 자갈돌 사아에서 발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어종 얼룩새코미꾸리. 이날은 운이 좋게도 강에 들자마자 이 귀한 친구를 만날 수 있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어, 얼룩새코미꾸리 아니야?"

5일 오전 9시 30분 제천간디학교 아이들과 함께 금호강에 들자마자 물속 자갈돌 틈에서 낯선 생명체를 발견한 필자가 작은 소리로 내뱉었다. 다가온 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가 박사가 물속 민물고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얼룩새코미꾸리가 맞다고 말해주었다.

물속에서 봐도 새의 부리를 닮은 선명한 콧잔등 무늬와 얼룩덜룩한 반점이 뚜렷한 얼룩새코미꾸리인 것이 확인되는데 전문가 동정을 통해 녀석의 존재가 확실히 밝혀진 것이다. 운이 좋았다. 이날 녀석은 한참을 미동도 없이 그대로 있더니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자 이내 가운데 깊은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환경의 날 금호강 팔현습지 지킴이를 자처한 제천간디학교 아이들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금호강 팔현습지에서 아름다운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행사를 열었다. 이곳 팔현습지는 현재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세금 367억 원(278억에서 증설)을 들여 슈퍼 제방공사와 무제구(산지) 구간 앞으로 교량형 보도교를 설치하는 사업(보도교 사업에만 170억 원이 들어간다)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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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름다운 산지 절벽 아래로 수상한 보도교 사업이 예정돼 있다. 이런 환경파괴 사업을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계획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민가도 거의 없는 곳에 이미 튼튼히 들어서 있는 제방을 더 확장하겠다는 공사도 이해하기 어렵지만, 더 이해할 수 없는 건 원래 길이 없어 아무도 다니지 않았던 산지 벼랑 쪽으로 새로운 길을 내겠다는 것이다. 이 '수상한 보도교 공사'를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계획하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같은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의 과도한 토건공사를 막기 위한 '작은 행동'으로 이날 금호강 민물고기 채집 활동과 금호강 물길걷기 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는 '움직이는 학교' 차원으로 대구를 찾은 제천간디학교 학생들과 담수생태연구소, 대구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준비했다.


채병수 박사는 아이들 둘과 함께 민물고기 채집에 나서고, 나머지 아이들은 필자의 안내로 금호강 물길을 따라 '금호강 물길 걷기' 체험을 했다. 강은 아주 맑았다. 지난 5월 29일 내린 많은 양의 비가 각종 부유물들을 쓸어간 덕분에 금호강이 그렇게 맑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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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아이들이 금호강 물길 걷기를 하고 있다. 강물은 너무 깨끗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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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아이들이 금호강 물길 걷기를 하고 있다. 강에 들어가 걷고 물놀이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금호강이 맑아졌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더구나 세찬 흐름을 잃지 않은 금호강인지라, 흐르는 물로 인한 자정작용으로 여울목을 통과한 강물을 더욱 맑았다. 제천간디학교 아이들은 처음엔 무릎까지 오는 물길에서 반바지를 걷어올린 채 쭈뼛쭈뼛 걷더니, 이내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졌다.

한 아이가 발을 헛디뎠는지 물에 빠졌는데, 그것을 시발점으로 아이들이 개구쟁이로 돌아갔다. 서로 물에 빠트리기 위해 삼삼오오 짝을 이뤄 한 친구를 물속으로 내동댕이치는가 하면 손으로 연신 물을 뿌리며 동심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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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학교 아이들은 이내 동심으로 돌아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 이미 물속에서 시작된 '르네상스'

그 광경은 필자가 유년시절 금호강에서 아이들과 놀았던 당시를 회상하게 해주었다. 지금은 강으로 들어와 노는 아이들의 모습도 사라졌지만, 70~80년대까지만 해도 아주 흔하고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이런 풍경이 산업화를 거치면서 자취를 감췄다가 다시 등장한 것이다. 금호강이 다시 이렇게 맑게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이날 금호강의 '오래된 미래'가 팔현습지에서 펼쳐진 것이다.

이 일대는 바닥이 청석(바위)이다. 청석과 군데군데 자갈돌이 깔린 곳이라서 미끄러워 걷는 게 하류 모래강 구간 금호강과 달리 좀 어려웠다. 그래도 뒤뚱뒤뚱 금호강 물길을 크게 한 바퀴 돌아 나왔다. 물길 걷기를 하는 도중 강물 속에서 어른 손바닥만 한 큰 민물조개인 '대칭이'도 만나고, 경상도 말로 '고디'라 부르는 다슬기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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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물조개인 대칭이를 들고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는 아이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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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학생이 다슬기를 한아름 주워들었다. ⓒ 대구환경경운동연합 정수근

 
얼른 손에 주워들고 신기한 듯 바라보는 제천간디학교 친구들의 모습이 정겹다. 이렇듯 물속에는 이미 다양한 저서생물들도 돌아와 있을 정도로 금호강 물길 생태계는 과거와 달리 엄청 회복됐다.

'금호강 르네상스'는 이미 물속에서 시작된 것이다. 자연은 알아서 금호강 르네상스를 시작했는데 그런 금호강을 '시민 이용 중심'으로 만들겠다며 개발 공약이 나오고 있다. 이 광경은 홍준표 시장이 꼭 봐야 할 풍경이 아닐 수 없다.

물길 걷기를 하고 조개와 다슬기까지 관찰하고 나오자 채병수 박사가 어느새 10여 개체가 넘는 다양한 민물고기들을 채집한 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들에게 금호강 민물고기에 대한 현장 강연이 이어졌다.

채병수 박사의 손에 하나씩 들려 나온 금호강 '물살이'들은 민물의 제왕 가물치, 좀처럼 채집하기 어려운 귀한 물살이 친구 쏘가리, 볼의 푸른 반점이 아름다운 꺽지, 모래무지 사촌 돌마자, 몸에 빨판이 달린 밀어, 빛깔이 아름다운 토종 붕어, 더듬이가 길어 특히 아름다운 징검이새우, 민물의 포식자 동사리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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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가 관찰함에 쏘가리를 넣어서 간디학교 아아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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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수생태연구소 채병수 박사가 간디학교 아이들에게 금호강 팔현습지에 채집한 물살이들을 보여주며 이들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채병수 박사는 우선 아까 강물 속에서 본 얼룩새코미꾸리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했다. 그는 "얼룩새코미꾸리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보호하고 있지만 과거 금호강에선 아주 흔했던 물고기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산업화를 거치면서 금호강이 오염돼 녀석이 자취를 감췄지만, 최근 들어 자주 목격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를 다름과 같이 설명했다.

"금호강 상류에 영천댐이 만들어지면서 그 물을 포항제철로 보내기 시작했다. 금호강 하류에 물이 줄어들고, (섬유공장 등의 난립으로) 강이 급격히 오염돼 많은 생물들이 사라졌으나, 포항제철이 공업용수를 재사용하면서 포항으로 보낼 물량이 줄어들고, 영천댐 임하댐 도수로가 깔리면서 임하댐 물이 추가로 공급됐다. 금호강 하류에 하천유지용수가 늘자 강이 되살아나기 시작해 오늘 얼룩새코미꾸리까지 목격할 정도로 강이 맑아진 것이다."

그는 이어 민물의 포식자 동사리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재미나게 이어주었다.

"동사리는 민물의 포식자다. 입을 벌리면 입이 한없이 커진다. 이빨이 있고 그 이빨이 안쪽으로 휘어져 있어서 녀석이 일단 물었다 하면 빠져나오기 어렵다. 일전에 뱀이 녀석을 한 번 잘못 물었다가 녀석이 그 뱀의 혀를 물어서 둘이 사투를 벌이다 결국 둘다 사망한 대구MBC 자연다큐를 본 적도 있다."

"우리들이 살 세상인데 ... 팔현습지 보도교 공사 멈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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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병수 박사가 간디학교 아이들의 질문에 대해서 답변을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50여 분간 이어진 설명이 끝나자 질문이 이어졌다. 정진형(16) 제천간디학교 4학년(고1) 학생이 먼저 "공사를 하면 오늘 본 얼룩색코미꾸리 같은 물고기들은 어떻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채병수 박사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습지 절벽을 따라서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게 길을 만들고, 제방을 쌓고, 교량을 만드는 공사를 여기에 하게 되면 얼룩새코미꾸리를 볼 수 없게 될 수도 있다. 강바닥을 밀어버리는 공사를 할 텐데 물고기는 물론 물속 생물들의 집이 파괴될 것이다.

어떤 물고기는 여울을, 어떤 물기는 자갈 밑을, 어떤 물고기는 진흙 속을, 어떤 물고기는 얕은 물을, 어떤 물고기는 깊은 물을 좋아하는데 그런 공사를 진행하면 가령 10종 중에서 2~3종만 살아남고 나머지는 모두 사라질 것이다. 그러고 나서 터전을 다시 회복하는 데는 30년~50년 가까이 걸린다."


이날 체험에 대한 다양한 반응도 이어졌다. 정서연(16) 학생은 "강물이 더러울 줄 알았는데 너무 깨끗했다. 공사로 이런 강이 훼손된다면 물고기들과 지구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다"고 소감을 나누어주었다.

황시우(16) 학생은 "이곳에는 이미 파크골프장을 포함해 자전거길도 있고 즐길거리들이 충분히 많은데, 굳이 왜 또 개발 공사를 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인데, 어른들이 이곳 팔현습지 파괴하는 보도교 공사를 제발 멈춰주길 바란다"고 기성세대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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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피켓까지 만들어서 아이들이 팔현습지 망치는 보도교 건설사업 반대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후 간디학교 아이들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7시까지 강촌햇살교 주변에서 이곳 습지를 찾는 '진짜 주민'을 상대로 팔현습지 망치는 보도교 공사 중단촉구 서명전까지 펼치면서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한 이날의 '작은 행동'들을 모두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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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의 일몰. 팔현습지에서는 이처럼 아름다운 일몰도 만날 수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낙동강을 비롯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금호강 #팔현습지 #낙동강유역환경청 #제천간디학교 #채병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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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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