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전국에서 보내온 응원... 낙동강을 다시 흐르게 하겠습니다"

낙상사고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감사 인사... 전국 700여 명 4100여 만 원 모아

등록 2023.06.06 14:59수정 2023.06.06 14:59
0
원고료로 응원
a

2019년 여름에 낙동강 답사를 벌이는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 ⓒ 권우성

 
[관련 기사]
- 수술 앞둔 30년 환경운동가의 걱정 "낙동강 물 위험하다"(5월 15일자)
- 낙동강에 30년 헌신 환경운동가 낙상사고 ... 너도나도 '돕겠다'(5월 18일자)

"전국에서 응원해주신 분들의 뜻을 받아 낙동강을 다시 흐르게 하겠습니다. 모금액은 치료비 외에 낙동강 녹조 조사 활동비로 사용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환경보전 활동을 벌이다 낙상사고를 당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임희자(54) 낙동강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이 이같이 인사했다. 현재 창원 지역 한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임 집행위원장이 5일 "안녕하세요 임희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환경 관련 단체 대화방 등에 공유하며 오랜만에 인사를 전한 것이다. 

임 집행위원장은 지난 5월 13일 의령군 부림면 동산공원묘원 인근 계곡에서 폐기물 불법매립 현장을 조사하다 굴러 떨어지면서 왼쪽 다리 정강이뼈가 골절되는 등 전체 3개월의 중상을 당했다.

창녕환경운동연합과 함께 임 집행위원장이 조사를 벌였던 현장은 낙동강 본류와 직선거리로 2km 정도 떨어져 있고, 지난해 폐타일과 스티로폼 등 폐기물 4만5000톤이 불법 매립된 곳이다. 이날 임 집행위원장은 출동한 의령소방서 산악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되었다.

임 집행위원장은 병원에서 금속판과 금속핀을 부착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녀는 1990년대 초 마산창원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 활동을 시작으로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거쳐 30여 년째 환경 현장을 지키는 활동을 해오고 있다.

임 집행위원장의 낙상사고 소식이 <오마이뉴스>를 통해 알려진 뒤 창원을 비롯해 전국에서 병원비를 돕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임 집행위원장은 모금에 반대했지만 너도나도 응원하면서 힘을 보태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발적 모금으로 십시일반 모은 성금 4100만 원

모금은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과 변기수 전 마창진환경운동연합 의장이 각각 은행 계좌를 개설해 진행했다. 모금이 끝난 현재 정 국장의 계좌에는 전국에서 566명이 2900만 5000원, 변 전 의장 계좌에는 창원 지역에서 167명이 1245만 원을 냈다.

변 전 의장과 정 국장은 "모금은 자발적으로 진행되었고, 많은 개인과 단체에서 참여가 있었다"며 "특히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닌 사람들의 참여도 많았고, 기업인들도 돈을 보내기도 했다"고 했다. 모금액은 임 집행위원장의 병원비에, 앞으로 진행될 낙동강 관련 환경 활동에 쓰여질 예정이다.

임희자 집행위원장은 감사 인사글에서 "전국에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이 제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낙동강을 녹조 독소 가득한 죽음의 공간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삶의 공간, 뭇 생명이 생명답게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임 집행위원장은 "그러겠습니다. 1990년대 창원시 어린이들은 마산만을 검붉은 색으로 그렸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낙동강 그림은 온통 녹조라떼일 것입니다"라며 "미국은 어린이가 호수를 온통 녹색으로 그린 것에 충격을 받고 녹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강을 녹조라떼로 그릴 것이 분명합니다"라고 했다.

임 집행위원장의 인사글에 박종권 탈핵경남비상행동 대표는 "훌륭한 생각입니다. 힘내세요. 많은 사람들이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 지지하고 있었네요"라고, 강춘석씨는 "힘내시고 빨리 쾌차하시길", 정진영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사무국장은 "낙동강 너무 걱정 마시고 발로 뛰는 건 저희가 갈게요. 명령어만 내려려 주세요. 우리가 다 임희자입니다"라고 격려했다.

다음은 임희자 집행위원장의 글 전문이다.

안녕하세요. 임희자입니다

6월 4일 새벽 2시 41분 병원 휴게실입니다. 세상과 격리된 채로 병원에서만 생활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입원하면서 제일 먼저 노트북을 챙겼습니다. 지금 이 순간 애써 가져온 노트북의 쓰임이 있는 모양입니다.

예기치 않은 사고였습니다. 계곡으로 굴러떨어지면서 다리 정강이뼈가 내려앉아 이를 복원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후 지금은 왼쪽 다리에 통깁스를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6주간 깁스를 유지하고 이후 8주는 발을 딛지 말라고 합니다.

병원에 누워있으면서 여러 사람 얼굴이 떠오릅니다. 특히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제가 지난 30년 넘게 환경운동 현장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건 가족들 덕분이었습니다. 집보단 밖에선 보내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결혼 후 환경운동에 더 전념할 수 있었던 것도 시부모님 덕분이었습니다. 지난 4월 아버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래서 시아버님이 가장 많이 생각납니다. 감사함과 죄스러움뿐입니다.

전국에서 많은 분이 후원해 주셨습니다. 이번 모금은 환경운동을 하는 제게 든든한 후원자였던 친정엄마와 시아버님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9월 중순까지는 재활에 전념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1년 후 다리에 삽입한 금속판을 빼내는 수술을 해야 합니다. 혹 상황이 좋지 않으면 인공 뼈 삽입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게 의사 선생님 말씀입니다. 걱정되고, 겁도 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래도 전국에서 응원해주신 덕분에 큰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아마도 많은 분이 제게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낙동강을 녹조 독소 가득한 죽음의 공간이 아닌 우리 아이들과 미래 세대를 위한 삶의 공간, 뭇 생명이 생명답게 존중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달라는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네. 그러겠습니다. 1990년대 창원시 어린이들은 마산만을 검붉은 색으로 그렸듯이 지금 우리 아이들의 낙동강 그림은 온통 녹조라떼일 것입니다. 미국은 어린이가 호수를 온통 녹색으로 그린 것에 충격을 받고 녹조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지금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강을 녹조라떼로 그릴 것이 분명합니다.

전국에서 응원해주신 분들의 뜻을 받아 낙동강을 다시 흐르게 하겠습니다. 모금액은 치료비 외에 낙동강 녹조 조사 활동비로 사용하겠습니다. 앞으로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2023년 6월 5일. 임희자 드립니다.

 
a

지난 5월 13일 의령계곡 불법폐기물 현장 조사 중 계곡에서 미끄러져 낙상사고 당해 119 구급대에 실려나오고 있는 낙동강네트워크 임희자 집행위원장. ⓒ 곽상수

#임희자 #낙동강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2. 2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3. 3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두 번의 기회 날린 윤 대통령, 독일 총리는 정반대로 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