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 ... 마산고 32회 졸업생 76명의 '자소서'

졸업 50주년 맞아 책 <학명 반세기> 펴내 ... 11~12일 기념행사 마련

등록 2023.06.07 09:30수정 2023.06.07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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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고등학교 제32회 동창회의 졸업 50주년 기념문집 <학명 반세기(1973~2023)> 표지. ⓒ 마산고 32회 동창회

 
"<학명 반세기> 원고를 보면서 동기생들이 너도나도 치열한 삶을 살아왔음을 확인했다. 높은 사회적 지위에 오른 친구는 물론이려니와 소리 없이 소중한 역할을 한 벗님네 모두가 자기 삶의 주인공이었다. 그래서 동기생 자기소개서(자소서) 문집은 여느 정치인, 재벌총수, 석학, 예술인 등의 회고록처럼 흥미진진하고 짙은 감동을 준다."
 
마산고등학교 제32회 동창회(회장 김윤생)가 졸업 50주년 기념문집 <학명 반세기(1973~2023)>(불휘미디어간)를 펴내면서 이같이 밝혔다. 감정기 교수를 비롯해 졸업생 76명이 자신의 인생사를 쓰고 이를 책으로 묶어 펴낸 것이다.
 
2022년초 졸업 50주년 행사가 논의될 무렵에 기념문집을 통상적인 방식과는 달리 동기들의 자기소개서(자서전)를 한데 모아 공유하는 색다른 방식으로 발간하자는 제안이 있어 추진되어 이번에 결실을 맺었다.
 
책 제목은 공모를 거쳐 왕성상 회원이 낸 <학명 반세기>가 선정되었다. 편집위원회는 "책 제목 공모에 40여편이 응모해 뜨거웠다. 편집위원들이 일차 선정을 하고 최종심은 역대 동기회장들로 구성되는 자문위원회에서 난상토론 끝에 당선작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윤생 회장은 "우리의 몸은 칠순(七旬)의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마음만은 아직도 광야를 질주하는 힘찬 야생마처럼 늘 푸른 청춘 그대로일 것입니다. 꿈과 희망이 있는 한, 마음은 결코 늙지 않으며 우리의 삶도 촉촉한 윤기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나날을 맞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기에서 학명(鶴鳴) 가족 상호 간의 지속적인 교류와 끈끈한 정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이제 "인생칠심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란 두보(杜甫)의 시에서 유래한 고희란 말은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며 "100세 인생은 꿈이 아니라 바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 현실이며, 다 함께 누려야 할 축복이라고 믿습니다"라고 했다.
 
박진해 편집위원은 "이른바 출세한 이들의 성공담이나 필력 좋은 이들의 솜씨 자랑 위주로 담기게 되는 책자 말고, 나름 열정을 다해 힘차게 살아낸 졸업 이후 반평생을 담담히 돌아보며 속내까지 진솔하게 드러내는 날것 그대로의 자소서를 담는 책. 그걸 친구들에게 서로 내밀며 놀라움과 공감의 하모니를 연출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졸업생들은 저마다 인생을 글로 풀어 놓았다. 이들은 힘들게 살았던 시기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각자 자기 분야에서 최고라고 불릴 정도로 열정을 쏟았던 일들, 그리고 가족 이야기와 함께 앞으로 계획도 언급해 놓았다.
 
경남대 교수를 지낸 감정기씨는 "지나온 날들을 뒤돌아보면, 딱 부러지게 내세울 만한 건 없지만, 딴에는 때에 따라 주어진 일들에 성실히는 임해온 편이라 여겨진다. 물론 따져보면 아쉽게 여겨지는 장면들이 적지 않았다"며 "그렇지만, 다시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더라도, 솔직히 말해 지금까지 해왔던 것보다 별스레 더 잘할 자신은 없다. 그만하면 됐다고 스스로 위로하련다"고 했다.
 
교사 출신인 강병욱씨는 "인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아 내 어깨에 지워진 책임감들이 무거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나는 참 열심히 살았고 내 곁에는 소중한 가족들이 있기에 돌아보니 삶의 고된 순간들도 사실은 다 행복이었다. 건강하게 지내면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고 했다.
 
현대기아자동차 판매상무를 지낸 강종환씨는 '전국 자동차 판매왕 등극'을 기억하면서 "판매는 제2의 생산이다. 어려운 불황 속에서도 판매와 생산은 계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어느 누군가에 의해 계약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기에 나는 조금도 나 자신을 게을리할 수가 없다. 세일즈의 세계는 냉혹하리만큼 무서운 승패의 갈림길이다. 끝없는 수요자 창출과 남보다 한발 앞서 생각하는 연구 자세가 필요하다"고 술회했다.
 
신라대 교수를 지낸 곽철효씨는 "내가 지나온 길들이 사회에서 여러 친구들과 서로 일로써 부대끼며 협력하고 도울 수 있는 길과는 조금 달라, 그 긴 세월 속에 자주 만나 우정을 더욱 돈독하게 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많다. 그냥 아무렇지 않게 전화라도 자주하면 되었을 것을"이라며 "그래도 언제나 가슴속 어딘가에 고등학교 그 시절 함께했던 여러 친구들의 해맑은 모습과 목소리까지 그대로 있어 가끔은 불쑥 눈앞에 어른거리며 속삭이기도 한다. 이제라도 자주 소식 전하며 지내면 좋겠다"며 인사했다.
 
한진중공업 등 조선업에 근무했던 김상근씨는 "만약 50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돌아가겠느냐?라고 물으면 '나는 돌아가지 않겠다'라고 말하고 싶다. 다소 시행착오는 있었지만 한번 열심히 살았으면 되지 않았겠나"라고 했다.
 
"인생 제5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한 김열수(육군장교 출신)씨는 "다가오는 내일과 내년은 긴 것 같은데 지나간 70년은 종이 한 장의 짧은 세월인 것 같습니다. 세월도 나이 속도만큼이나 빨리 흘러갑니다. 이제 제4막을 서서히 정리하고 완전히 자유로운 인생 제5막을 열어보려고 합니다. 남은 세월 보람되고 즐겁게 살아가고자 합니다"라며 새로운 일을 이야기했다.
 
'의류 무역 40년'을 했다고 한 홍진수씨는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태극기를 우러러 바라볼 때면 늘 내 가슴은 쿵당쿵당 뛴다. 왕이 주인인 왕국에 태어나지 않고, 황제가 주인인 제국(帝國)에 태어나지 않고, 수령이 주인인 전제국에 태어나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민국(民國) 즉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이 자랑스럽다"며 "나는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롯데그룹 부회장을 지낸 황각규씨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면, 동기생 여러분도 많은 애환과 우여곡절을 겪었겠지만, 우리 세대는 저마다 절박한 환경에서 치열하게 살았던 것 같다. 이제 얼마나 여생을 즐길지는 모르나 보람을 가지고 나름 여유를 가지고 살아 갔으면 하고 기대한다"고 했다.
 
건설회사를 운영했던 홍태송씨는 "외동으로 커가던 딸이 안쓰럽게 보이면서 자식 욕심이 생겼다. 몇 번 실패 끝에 늦둥이 아들이 태어났다. 큰애와 14년 터울이다. 힘들게 생긴 아들이라 세상을 모두 얻은 느낌이 들었다"며 늦둥이 아들을 자랑하기도 했다.
 
또 책에는 고승철, 곽동환, 구경근, 김광규, 김무영, 김봉영, 김상근, 김영근, 김영수, 김장희, 김종수, 김철하, 김치홍, 김한수, 김현구, 남원철, 노진남, 박동주, 박무식, 박성재, 박인구, 박진해, 배기만, 서익진, 손신기, 송학영, 신종태, 심동보, 안형호, 왕성상, 우남진, 우영철, 우창남, 윤용호, 이갑, 이기윤, 이봉조, 이성육, 이수영, 이수일, 이수훈, 이웅권, 이윤근, 이도윤 이종갑, 이종근, 이호섭, 이화섭, 전병문, 정광수, 정상화, 정성열, 정은상, 조길래, 조성래, 주대환, 주원덕, 주환곤, 진석근, 차정현, 최상결, 최상기, 최재경, 하영포, 홍윤, 황사철, 황우익 졸업생의 글이 실려 있다.
 
고승철 편집위원은 "<학명 반세기>는 개개인의 미니 회고록이지만 모자이크처럼 맞추면 '한국발전 70년사(史)'라는 큰 그림이 된다. 이 거대하고 장엄한 서사시 편찬에 동참한 동기생들의 집필 열정에 머리 숙여 경의를 표한다. 30년 후인 2053년, 백세(百歲) 할배들이 활짝 웃으며 또 '100세 기념문집'을 발간하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마산고 제32회 동창회는 오는 11일 모교 방문에 이어 저녁에 창원 그랜드머큐어앰배서더호텔에서 기념식을 열고 12일 마산어시장과 돝섬을 방문하는 "졸업 50주년 기념행사"를 연다.
#학명 반세기 #마산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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