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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방해해도 우린 한다"... 서울퀴퍼, 을지로에서 열린다

'서울광장' 사용 불허에 을지로 일대 집회신고 마쳐... "퀴어축제 탄압,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 없어"

등록 2023.06.07 12:24수정 2023.06.07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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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발표 기자회견'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조직위원장 양선우) 주최로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연대발언을 하고 있다. 조칙위는 오는 6월 22일부터 7월 9일까지 18일간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퀴어퍼레이드, 레인보우 굿즈전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서울퀴어퍼레이드는 7월 1일 을지로 2가 일대에서 열리며 도심 행진도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 권우성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을지로에서 개최된다. 오는 7월 1일 열릴 제24회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을지로2가 일대에서 시작해, 서울광장을 포함해 서울 도심을 행진할 예정이다.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이 아닌 곳에서 진행되는 건 2015년 이후(코로나19 시기 제외) 처음이다.

7일 참여연대에서 축제 장소 개최 발표 기자회견을 연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는 "서울시의 차별행정에 의해 서울광장 사용이 불허됐다. 퀴어문화축제를 이렇게까지 탄압한 예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볼 수가 없다"라며 "차별에 대한 강력한 저항을 위해 조직위는 89시간의 무지개 줄서기를 통해 6월 1일 집회 신고를 마쳤다"라고 밝혔다. 

조직위는 64명의 시민들이 나흘 동안 밤을 새며 3곳의 경찰서 앞에서 집회 신고를 위해 줄서기를 해 축제 장소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을지로2가 일대에서 예년부터 해 온 부스 행사, 공연 행사, 행진 행사를 모두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김가희 서울퀴어퍼레이드 집행위원은 "서울시의 불허 결정이 알려진 후 서울시내 곳곳을 답사해 새로운 장소가 있을지 고심했다, 15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장소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라며 "을지로를 선택함에 있어 조직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안전이다. 혐오세력의 폭력이라는 위험요소를 고려해 평평한 도로인 을지로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 집행위원은 "더불어 중요하게 고려된 요소는 서울의 도심을 행진하는 것"이라며 "자긍심 행진의 의미는 성소수자들이 자신의 존재를 더 이상 절대 숨기지 않겠다는 것이기에 서울광장을 비롯한 주요 도로를 행진하는 경로를 선택했다"라고 덧붙였다. 

퀴어퍼레이드는 을지로2가에서 시작해 명동역, 서울광장 지나 종로와 종각역을 거친 후 다시 행사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될 예정이다. 

퀴어퍼레이드 대신 개신교 행사 열려... "인간존엄 옹호 그리스도가 혐오에 앞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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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 양선우 조직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제24회 서울퀴어문화축제 개최 일정을 발표하고 있다. 조칙위는 오는 6월 22일부터 7월 9일까지 18일간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퀴어퍼레이드, 레인보우 굿즈전 등으로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서울퀴어퍼레이드는 7월 1일 을지로 2가 일대에서 열리며 도심 행진도 예정되어 있다고 밝혔다. ⓒ 권우성

 
지난달 3일 서울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는 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개최를 불허한 바 있다. 대신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는 날 서울광장에서는 개신교계가 개최하는 행사가 열린다.


조직위는 "서울광장 불허를 결정한 위원들은 퀴어문화축제가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주장을 펼쳤다"라며 "이는 2019년 서울지방법원에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의미, 성격, 참가 인원, 규모 등에 비춰볼 때 아동·청소년에 한해 집회의 참가를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사실조차 모르는 편견에서 비롯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의 양지혜 운영위원장은 "혐오세력은 아동·청소년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퀴어문화축제를 금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해한 것은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청소년에게 가해지는 보호라는 명목의 폭력"이라며 "청소년의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은 어른의 허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2023년 퀴어문화축제가 벽장 속에 고립된 퀴어 청소년들이 만나고 연결되는 장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호소했다. 

이날 회견에서 연대발언을 한 박상훈 신부는 기독교 단체들이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데 대해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에 그리스도교가 앞장서고 있다는 게 마음 아프다"라며 "그리스도교는 처음부터 인간존엄을 옹호해왔다. 그러니 성소수자의 인간 존엄을 파괴하는 사회구조에 대해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박 신부는 "교회는 올바른 윤리원칙과 규범을 제시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이를 이용해 차별을 지지하고 정당화할 수 없다"라며 "인간 존엄은 하느님의 특징이어서 존엄을 위배하는 일은 신성모독"이라고 선을 그었다. 

박 신부는 이어 "복음서에서 예수는 항상 경계를 넘어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을 전했다, 경계안에 머물면서 하느님을 경험할 수 없다"라며 "성소수자의 차별에 앞장서는 교회가 이 기회에 조금 더 현실로 내려와서 인간 안에서 존엄을 찾는 회심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 장서연 변호사는 "서울시의 차별적 행정은 보수기독교 단체들의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선동을 용인하고 부추기는 것"이라며 "지자체의 차별적 행정은 역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라고 짚었다. 장 변호사는 "2000년 첫 회를 시작으로 매년 개최되어 온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무수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더욱 성장해왔다"라며 "올해도 어김없이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에 저항하며 성소수자들의 존재와 다양성을 드러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6월 26일부터 7월 9일까지 열리는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온·오프라인 한국퀴어영화제, 온라인 퀴어퍼레이드, 성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는 소상공인에게 플랫폼을 제공하는 레인보우 굿즈전 등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

온라인퀴어퍼레이드에 대해 양은석 조직위 사무국장은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는 언제 어디서나 열릴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런 당연한 명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2023년의 퇴행하는 한국사회에 이 행사들이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불어,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로 인한 충돌 가능성에 대해 양선우 조직위원장은 "경찰, 서울시가 안전하게 행사를 개최할 수 있도록 협조하는 게 관건"이라며 "우리 조직위는 서울시 사단법인이 됐다. 서울시가 이 행사가 안전하게 열릴 수 있도록 협조하는 건 당연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퀴어퍼레이드 #서울퀴어문화축제 #서울시 #서울광장 #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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