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최저임금 노동자들의 물음, "여름에 마음 놓고 에어컨 틀겠어요?"

[현장] 최저임금 국회 토론회... 전문가들 "생계비 고려하면 시급 1만 2000원 타당"

등록 2023.06.07 18:52수정 2023.06.07 18:53
6
원고료로 응원

"월급 빼고 다 올라..."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 증언한 발전소 용역 노동자 한 발전소 경비·청소 용역 노동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을 증언하고 있다. ⓒ김성욱 ⓒ 김성욱

 
남동발전 경비·청소 용역 노동자 : "저희 아이가 이제 세 살인데 기저귀와 밤기저귀만 한달에 16만 원 정도 들고요. 아이가 밥을 잘 못 먹어 우유를 많이 마시는데 우유에만 한달 15만 원 정도 들어요. 어린이집도 다니고 있어서 한달 고정지출만 63만 원이고... 와이프랑 저까지 포함하니까 저희 집 고정지출이 한달 238만 원은 되더라고요. 정말 월급 빼고 다 올랐어요."

주택금융공사 콜센터 노동자 : "저는 올 여름이 두려워요. 습한 무더위에 에어컨이나 선풍기를 마음 놓고 틀 수 있을까요. 전기요금, 수도요금, 가스비, 교통비 줄줄이 인상됐고 대출이자도 너무 올라서... 식비 부담은 공포 수준이에요. 점심 먹으러 나가도 식대 단가인 7000원대는 찾아볼 수가 없어요."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2024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노동자들은 "고물가와 고금리, 저임금으로 벼랑 끝에 몰려있다"라며 "최저임금이 1만2000원은 돼야 노동자들이 생계를 유지하고 버틸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남동발전의 경비·청소 자회사인 HF파트너스의 이병화 한국노총 노조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에서 "우리 같은 용역회사는 대부분 계약 시 임금 설계를 최저임금의 100% 또는 110%로 하고, 이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최저임금을 기반으로 급여 체계가 설계된다"라며 "치솟는 물가만큼 최저임금도 인상돼 서민 가계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주택금융공사 콜센터인 HF파트너스의 김시현 한국노총 노조지부장은 "콜센터 노동자 임금은 모회사 직원 평균의 1/3 수준"이라며 "최저임금 심의를 절박한 심정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김 지부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에는 (산입범위 확대로)식대나 복지비도 포함된다고 하니, 실제 상승 효과는 더 줄어들 것"이라며 "최저임금위원회가 우리 저임금 노동자들의 고통에 공감하고 있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지부장은 "생계라는 건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 이하의 삶이 되지 않도록 최소한으로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공익위원들의 낮은 인상률로 최저임금이 결정된다면 노동자들의 삶은 도미노처럼 무너질 것"이라고 했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악영향? 보수언론의 프레임"  
 
a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1만 2천 원 운동본부'의 ''가 7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적정생계비'를 감안해 양대노총이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제시하고 있는 시급 1만2000원이 타당하다는 전문가 분석도 나왔다. 이정아 한국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가 활용하는 실태생계비 분석 대상인 비혼 단신 근로자는 전체 표본의 12% 미만에 불과하다"라며 "적정생계비는 '한국사회에서 표준적인 생활수준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지출액'으로, 적정생계비를 평균 가구 소득원 수로 나누는 방식으로 계측하면 최저임금이 월 255만 2000원(시급 12208원)"이라고 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곤하고 곤궁해도 괜찮은 노동자 집단이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이렇게 치열하다는 것은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 인구가 그만큼 굉장히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라며 "최저임금은 다른 임금 소득자에게도 임금 기준점으로 작용하고, 임금 곡선 자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지 빈곤 노동자뿐 아니라 최상층의 소수를 제외한 상당히 많은 중간층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또 "최저임금을 고용 감소와 연계시키는 것은 재계와 보수언론의 프레임"이라며 "경제학자들이 그렇게 오랜 기간 연구했음에도 최저임금과 고용 감소 사이의 유의미한 인과관계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 역시 "해외에서도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세였는데, 최근에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도 마이너스는커녕 오히려 고용에 플러스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최근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움직임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정아 부연구위원은 "최저임금은 단순성이 핵심적 가치"라며 "제도가 단순하기 때문에 다수가 고민할 수 있고 운영의 장점이 있는데, 이를 복잡하게 만들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24년도 최저임금을 오는 29일까지 결정해야 한다.
 
a

한 콜센터 노동자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토론회에 참석해 2024년도 최저임금 12000원을 주장하고 있다. ⓒ 김성욱


 
#최저임금 #양대노총 #최저임금위원회 #생계비 #윤석열정부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