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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문' 뒤 또 닫힌 문... 용산구청 간 유족들 "우릴 진상 만들려 해"

[현장] 박희영 석방에 "무슨 자격으로 출근? 사퇴해야" 항의... "특별법 왜 중요한지 알릴 것"

등록 2023.06.08 11:03수정 2023.06.0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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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막아선 직원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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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막아선 직원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왜 이러세요."

문고리를 붙들고 섰던 한 직원의 말에, 한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이 즉각 소리쳤다.

"(제가) 왜 그러냐고요? 내 새끼가 용산구에서 죽어서 그렇습니다."

8일 오전 8시 30분께, 10여 명의 유가족들은 박희영 용산구청장실이 있는 서울 이태원동 용산구청 9층으로 올라왔다. 지난 7일 법원의 보석 인용으로 석방된 박 구청장이 8일 오전 출근한다는 보도에, 출근 저지와 사퇴 촉구를 하기 위해 모인 현장이었다(관련 기사: 용산구청장 석방에 오열한 유가족들 "무슨 나라가 이러냐!" https://omn.kr/249c9).

닫힌 문 위 "박희영은 사퇴하라" 붙인 유가족들... "경찰, 유족을 진상 만들려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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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잠긴 문에 가로막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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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잠긴 문에 가로막혀 있다. ⓒ 이희훈

 
"'떼법'이라고? 우리는 그 말 때문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트라우마가 있으면) 치료를 받아야지, 왜 출근을 해."
 

문을 가로 막고 선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던 유가족들은 소리치며 읍소했다. "문을 열어달라" "용산구청 관계자 있으면 안에 (박 구청장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요구에 돌아오는 말은 그러나 "문은 부서지지 않게 해달라"는 대답이었다. 결국 구청장실로 향하는 문 하나가 열렸지만, 열린 문 뒤로 굳게 닫힌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이 정도도 각오 안했어?"
"문 열어주세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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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막아선 직원과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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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을 막으려 구청장실에 진입하려 했으나 잠긴 문에 가로막혀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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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저지를 위해 용산구청장실로 향하고 있다. ⓒ 이희훈

 
한 희생자의 어머니는 닫힌 문을 붙들고 울먹였다. 손가락에 붕대를 한 유가족은 닫힌 유리문 위로 "박희영은 사퇴하라" 손팻말을 붙이고 섰다. 구청장실로 향하는 문에는 규탄 메시지가 담긴 종이가 연이어 붙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여기 경찰들이 들어오지 않은 건... 우리를 진상 만들려고 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국민에게 알립시다. 우리가 할 일을 하자고요.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왜 중요한지, (나가서) 싸웁시다. 용산구청 직원들 들으라고 말합시다."
 

답 없는 문 앞에 멈춰 서있던 유가족들을 향해 한 유가족이 말했다. 문 앞에 섰던 유가족들은 결국 문 앞에서 "박희영은 사퇴하라" 구호를 함께 외친 후 20여 분에 걸친 항의 방문을 종료했다. 유가족들은 닫힌 문 위로 '사퇴 촉구서'를 붙이고, 1층 구청 민원실 앞으로 내려와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 고 송채림씨의 아버지 송진영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박 구청장은 (참사 당일) 인파 관리를 할 공무원에게 정부 비판 전단지를 주우라고 지시하는 등 재난 안전 책임 지자체장으로서 재난 안전 책임에 실패했다"면서 "박 구청장이 (보석 사유에서 밝힌대로) 공황장애라면, 유가족들은 살아서 숨 쉬는 시체다. 검찰 출석도 하지 않은 상태서 법원이 해당 보석을 받아들인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라고 말했다.

"구속 전 구청 내부 알박기 인사, 증거조작 안 할거라고 누가 믿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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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저지 및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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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청에서 전날 보석으로 석방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출근저지 및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사법부에 호소합니다. 박 구청장의 트라우마를 인정하기 전에 유가족들의 헤아릴 수 없는 슬픔과 생존자들의 트라우마를, '다음은 내 차례가 될수 있다'는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먼저 봐주십시오."
 

고 신애진씨의 어머니 김남희씨는 박 구청장의 참사 당일 책임으로 제기된 여러 정황들을 언급하며 "박 구청장은 본인이 가진 행정권력을 본인의 책임회피에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속 전 구청 내부 인사를 단행해 알박기 인사를 실시했다고 한다. 본인의 비서실장도 6급으로 승진 시켰다고 한다"면서 "보석으로 풀려난 박 구청장이 증거 조작과 말맞추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믿겠나"라고 주장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박 구청장 사퇴 촉구문에서 "박 구청장이 법정에서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하며 철면피 같은 태도로 일관한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면서 "참사의 책임을 져야할 사람이 그 자리에 남아 책임을 외면하면, 이태원과 용산 주민들의 안전한 미래도, 진정한 의미에서의 지역 회복과 화합도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종료한 유가족들은 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국회에 호소하는 159km 릴레이 행진을 진행하기 위해 서울광장 분향소로 향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오늘(8일)부터 7월 1일까지 오전 10시 29분을 시작으로 서울광장 분향소에서 광화문, 서부지법, 국민의힘 당사, 민주당 당사, 국회 앞 농성장으로 향하는 행진을 이어갈 계획이다.
#용산구청장 #박희영 #이태원참사 #보석 #책임자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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