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한국노총 위원장의 작심토로 "윤석열 정부 내내 대화 중단할 수도"

[현장] 김동명 위원장, 대통령실 앞 기자회견 "노란봉투법 반대하면서 노동존중? 정권 심판"

등록 2023.06.08 13:27수정 2023.06.08 13:58
15
원고료로 응원
a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폭력진압과 구속을 규탄하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과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 유성호

 
정부의 유혈 진압에 반발해 7년 만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을 선언한 한국노총의 김동명 위원장이 8일 "윤석열 정부 내내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기존 입장을 바꿔 노조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에 찬성하는 등 정부 노동정책이 전면 수정되지 않는 한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복귀는 없다고 못박았다. 경찰의 유혈 진압 피해자인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의 석방이나 정부의 사과 역시 대화 재개의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최초의 노사정 간담회가 예정돼 있었지만, 정부는 하루 전날(5월 31일) 보란 듯이 김준영 처장에 대한 유혈진압을 단행했다"라며 "어제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경사노위 탈퇴와 시기, 방법에 대한 집행권이 저에게 전권 위임됐다. 한국노총은 노동자 전체를 적대시하며 탄압으로 일관하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심판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경사노위 복귀 조건을 묻는 기자들에게 "단순하게 무슨 사과하고 석방하고 이런 것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라며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는 노조법 2·3조 개정에도 반대하면서 무슨 약자 노동자를 위하고 기득권 노동자는 때려잡는다는 것이냐"라며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변화가 없다면 윤석열 정부 내내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경사노위) 탈퇴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5월 31일 김준영 사무처장이 포스코 광양 하청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며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 곤봉에 맞고 피를 흘리며 강제 연행된 것과 관련해 윤희근 경찰청장과 이정식 고용노동부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한국노총 지도부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자 폭력진압 윤희근을 파면하라" "하청노동자 투쟁 수수방관 이정식은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 2일 구속된 김준영 처장은 옥중에서도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동명 위원장은 공식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기자들 앞에 서서 약 10분간 작심한 듯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 내 경사노위 복귀 가능성을 재차 묻는 취재진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사람은 고쳐서 못쓴다'고 했다던데, 저도 (윤석열 대통령이) 잘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민주노총과의 연대에도 나설 것"이라고도 했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기자들의 문답을 정리한 것.

[질의응답] 김동명 작심 토로 "윤 대통령이 노동자 존중해본 적 있습니까?"
 

경사노위 참여 중단 선언한 한국노총 “뒤통수 치는 윤석열 정부, 신뢰할 수 없다” ⓒ 유성호

 
 
a

ⓒ 유성호

 
- 경사노위 참여를 전면 중단했는데, 구체적인 시기는 어떻게 되나. 사회적 대화 재개 조건으로 생각하는 것이 있나.
 

김동명 위원장 : "어제 중집(중앙집행위원회)에서 김동명과 집행부에 대한 신뢰의 표시로, 그리고 김동명이 앞으로 투쟁 과정에서 운신의 폭을 가지고 힘을 가지고 협상하라는 의미에서 관련 권한을 위임해줬다. 그 시기는 윤석열 정부 내내 사회적 대화가 중단될 수도 있고, 탈퇴를 할 수도 있다. 변화가 없다면 그렇게 가는 것이다.

대화 복귀 조건은, 단순하게 무슨 사과하고 석방하고 이런 것을 복귀 조건으로 삼지 않겠다. 지금은 어떤 요구를 해도, 그런 것들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상대인 노동자를,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행동과 언행을 통해서, 정책을 통해서, 그런 진정성으로, 한국노총 노동자들한테 다가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노동 존중 얘기하지만, 그들이 존중하는 건 노동이 만들어낸 생산물의 가치, 이런 거에 대한 탐욕만 갖고 있지, 그래서 그것을 저비용, 또 고생시켜서 효율적으로 만들어내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만 관심이 있지, 그것을 만들어내는 노동자의 고통, 노동자의 죽음, 노동자의 삶, 삶의 질, 그 사람들의 인권, 이런 걸 존중해본 적이 있나. 노동 존중의 핵심은 노동자에 대한 존중이고, 노동자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제대로 된 정치 아닌가."
 
-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이 아닌) '탈퇴'는 어떤 상황에서 이뤄질 수 있나.
 

김동명 위원장 : "탈퇴나 중단이나 실질적인 차이는 없다. 회의체를 통해서 여건이 맞으면 다시 복귀할 수 있고, 다시 재개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큰 차이는 없는데, 지금 엄중한 시점이다 보니 그런 질문이 있는 것 같다.

'탈퇴'라고 하면 좀 더 정부에 투쟁 의지를 보여주는 거고, '전면 중단'은 그거보다는 좀 약한 수위 아니냐 이런 것 때문에 논쟁이 되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어제도 말했지만 중단이 됐든 탈퇴가 됐든,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에 대한 강도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단지, 제가 (경사노위 탈퇴와 관련해)위임을 받았으니까 말씀 드리면, 아주 뜨겁게 싸우는 것도 좋지만 경사노위 탈퇴냐 전면중단이냐 이런 문제를 갖고 조직의 시시비비가 돼서 갈등이 되면 다 같이 싸우는 것이 어렵다. 그래서 저는 조금은 아주 폭발적이지는 않더라도, 우리 한국노총 전체 조직이, 분열됨 없이, 하나의 목소리로 싸우는 것도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전면 중단') 표현한 것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탈퇴'를 할 수 있다."
 
- 구체적인 투쟁 계획은.
 

김동명 위원장 : "구체적인 투쟁 계획은 어제 다 공유를 했는데요. 집회 계획 등 정치 일정과 맞물리는 투쟁 계획이긴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그 동안 한국노총은 윤석열 대통령의 노동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해왔지만, 타협의 여지가 있었기 때문에 수위를 조절해온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정책에만 반대하는 게 아니라, 윤석열 정권 자체에 대한 심판을 하겠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그다음에 한국노총은 최소한 노동문제에 국한에서 주로 비판해왔고, 의견을 냈지만, 앞으로는 국정 전반에, 우리사회 전체적인 문제, 가령 언론탄압이라든가, 민주주의의 후퇴라든가, 외교의 문제라든가, 복지의 후퇴라든가 이런 사회 전반적인 영향에서 한국노총은 전면적인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동안 한국노총은 조직 내부의 단결에 치중해왔고, 한국노총 자체의 협상, 투쟁 이런 데 무게를 실었지만, 이제는 민주노총을 비롯해서 밖에 있는 다양한 노동자들과 연대를 할 것이다. 연대 투쟁을 할 것이다.

또 하나는 윤석열 정권이 마음 놓고 한국노총을 공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의 노조에 대한 불편한 정서, 부정적인 여론, 이런 거에 기대는 측면이 있고. 또 하나는 양대노총을 '갈라치기' 해서 함께 공동투쟁하는 것들이 제한되는 조건이 있었다.

그다음에 또 한국노총 조직 내부에 있는 일부 사람들을 분열시키고, 정권에 포섭해서, 한국노총 집행부가 등을 돌리더라도, 선거든 어떤 정치적인 면에 있어서 부분적인 사람들을 회유해서 충분히 자기들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다는 오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정면으로, 그런 것들이 잘못됐다는 것을 행동을 통해서 바로 잡으려고 하는 거다."
 
- 다시 대화에 복귀하는 조건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씀 해주신다면.
 

김동명 위원장 : "그러니까 제가 아까 말씀 드린 건, 구체적으로 사과니 뭐니 하나의 조건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말하자면 정책을 좀 바꾸거나, 태도를 바꾸거나, 이런 하나하나 사안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권이, 대통령이, 진심으로 정말 노동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그게 말로만의 존중이거나, 어떤 노동의 경쟁력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진짜 어려운 노동자의 삶을 진정으로 돌보겠다는 것, 이 사람들의 삶을 보장하겠다는, 이러한 진정성이 우러나면, 그런 것은 우리가 알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막연하지만 그럴 때에야 복귀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 이번 정권 내에서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나.
 

김동명 위원장 : "글쎄 뭐 민주노총 위원장이, 제가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사람은 고쳐서 못 쓴다' 이런 얘기를 했다는데, 저도 뭐, 사람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고치고' 이런 표현은 좀 뭐 할지 몰라도, 잘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뿌리 깊은 것이고."
 
- 김문수 경사노위 위원장 교체설에 대해서는.
 

김동명 위원장 : "김문수 위원장 교체는 뭐 자기들이 그렇게 얘기하고 그러는데, 솔직히 김문수 위원장의 노동 폄하 발언이나, 과거 전력에도 한국노총은 간담회에 참석하고 했었지 않나. 근데 이번에 광양 사태가 터지고, 윤석열 정권의 노동 탄압이 누적되다 보니까 이게 한번에 폭발해서 중단한 것이지, 경사노위 김문수 위원장 때문에 중단한 게 아니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김문수 위원장 교체가, (사회적 대화를)중단한 것을 다시 재개하는 데 어떤 영향도 없을 거라고 본다."
 
a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와 조합원들이 8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 폭력진압과 구속을 규탄하며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과 윤석열 정부 심판 투쟁을 선언하고 있다. ⓒ 유성호

 
- 광양 사태가 해결이 되면 복귀할 수 있나.
 

김동명 위원장 : "아니, 광양 사태가 해결되는 게 복귀의 전제 조건이 아니라고 아까 분명히 말씀 드렸지 않나. 노력들이 축적이 돼서 신뢰가 다시 되면 복귀하는 것이다. 광양 사태 해결이라는 것도, 단편적으로 보면 포운(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의 임단협 요구가 포스코에 받아들여지는 거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이 뭐라고 했나. '귀족 노동자들 공격하면서, 열악한 노동자들 것을 빼앗아 기득권 누린다'고 했지 않나. 근데 지금 반대다. 김준영(금속노련 사무처장), 김만재(금속노련 위원장)가 뭘 위해 싸웠나. 그야말로 열악한 노동자들, 하청 노동자들 이해 관계, 그 사람들의 노동조건 때문에 싸운 것이다. 그렇게 비판 할 게 아니고.

그리고 하청노동자의 진정한 해결은, 법제도 해결도 수반돼야 한다. 그 사람들, 고용승계법 이런 것, 가령 뭐 좀 해보려고 하면, 기업 인수·분할·쪼개기, 이런 것들을 통해 사용자 지위를 박탈해버리는데 이 사람들이 싸울 근거가 없어진다. 그러니까 고용승계법 이런 것이 빨리 통과돼야 한다.

그다음에 원청에 그 사용자성을 명확히 하는 것 그리고 하청 노동자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는 것, 이런 길을 열겠다는 것이 노조법 2·3조 개정이지 않나. 이런 것에 반대하면서 무슨 약자 노동자들을 위해선 최선을 다하고, 기득권 노동을 때려잡는다는 논리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나? 네? 잘못 됐지 않나. 그런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물론 노동계에 정말 이렇게 정규직으로 억대 연봉 받으면서 어깨에 힘주고 귀족처럼 사는 사람도 있겠다. 근데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되나? 그럼 이 사회 전반에 어떤 조직에도 그런 사람들이 없나? 다 한둘씩은 다 있다. 세상에 별의 별 사람이 다 있는데. 노동조합은 대동조직인데, 그런 현상이 일부 있을 수는 있고, 다 그렇다. 그런 것을 다 꼬투리 잡아서 전체를 다 공격하고, 그러면 되나."
 
- 민주노총과도 연대 하겠다고 했는데.
 

김동명 위원장 : "네, 그 동안 관계가 여러 가지 이유로, 현장의 조직다툼도 하고 뭐 이러다 보니까, 제대로 된 연대투쟁이 좀 없었다. 그런데 아직 이건 민주노총도 있으니까 제가 속단해서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그 방향으로 한국노총도 방향을 상당히 틀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다."
 
- 민주노총은 7월에 총파업이 예정돼있다. 구체적인 연대계획은.
 

김동명 위원장 : "앞으로 최저임금 투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같이 집회도 하게 될 것이고. 또 그 이후에 여러 가지 조율을 통해서, 좀 더 조직적으로 갈 수 있도록 한국노총도 그런 방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과 또 상의해야 한다."

[관련 기사]
한국노총까지 적으로... '14%' 양대노총 배제가 여권 총선 전략? https://omn.kr/248a9
윤석열 정부 '유혈 진압'에... 한국노총, 7년 만에 경사노위 참여 '전면 중단' https://omn.kr/2499q
#김동명 #한국노총 #경사노위 #윤석열정부 #노란봉투법
댓글1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