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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엄마' 라미란 "배우 잘 맞아, 로맨스 못할 것도 없다"

[인터뷰]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역의 배우 라미란

23.06.09 10:06최종업데이트23.06.09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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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몰아붙이는 혹독함에서부터 처절하게 무너지고 다시금 행복을 찾아나서는 인간미까지, 나쁘고도 애틋한 엄마 역할을 맡아 또 한 번 한계 없는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라미란.  

지난 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카페에서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에서 진영순 역을 맡은 배우 라미란의 종영 라운드인터뷰가 진행됐다. 

<나쁜엄마>는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던 엄마 영순(라미란 분)과 뜻밖의 사고로 아이가 되어버린 아들 강호(이도현 분)가 잃어버린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모든 것이 리셋 되고서야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찾아 나선 모자의 특별한 이야기가 시청자에게 따뜻함을 안기며 지난 8일 종영했다.

"최대한 감정 죽이면서 연기해"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역의 배우 라미란. ⓒ 씨제스


강호 밥그릇을 뺏어갈 때는 정말 너무한 것 아닌가 싶었다는 라미란. 하지만 무엇보다 본인이 연기한 영순에게서 '안타까움'이란 감정을 많이 느꼈다는 라미란은 "최대한 인물을 이해하고 그 사람이 되어보려고 노력하면서 연기하지만 인간 라미란으로 봤을 땐 (영순의 행동들은) 상상도 못할 이야기"라고 말했다. "내가 그런 상황이 안 돼봐서 그럴 수도 있지만 나 같으면 그렇게 못할 것 같다"고.

라미란은 "부모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서 자녀를 양육하는 환경도 달라지는 것 같다"라며 "강호한테 영순은 복수를 하라는 게 아니었고 힘 있는 사람이 돼라는 마인드로 그렇게 기른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드라마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짚고 넘어갔다. "이건 복수 드라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복수는) 각성을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복수가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다"라고 말한 것. 그러면서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인물들의 '각성'에 대해, 주제에 대해 흘리듯 다음처럼 이야기했다.

"넘어져봐야 아는 거지. 그렇지 않고 평온하게 살았다면 그 세상을 보지 못했겠지."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뿐 아니라 작품 전체를 바라보고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풍성하게 꺼내놓았다. 신파적인 작품이라는 일각의 평에 대해서는 "암 걸리고, 검사되고, 이런 내용이 올드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사실 대본을 읽으면서는 전혀 그런 생각이 안 들더라. 너무 흥미진진했고, 계속 다음 이야기를 볼 수밖에 없더라"라고 운을 떼며 "올드한 게 나쁜 거야? 신파가 나쁜 거야? 라고 물었을 때 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신파든 아니든 이 이야기가 나를 끌어당긴다면 재밌게 볼 수 있는 것 같다"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작가님은 이야기를 신파처럼 몰아가다가 그걸 항상 꺾는다. 결이 다른 신을 부여하는 식으로. 그런데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령, 강호가 밥을 안 먹어서 울고 불며 어렵게 먹였는데 바로 그 다음에는 강호가 '밥 줘'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작품엔 늘 그런 꺾임이 있어서, 시청자가 마냥 앉아서 울 틈을 주지 않고 거기서 빨리 나오게끔 한다"라고 예리하게 분석했다.

찍으면서 고충은 없었을까. 이 질문에 라미란은 "감정적으로 힘든 신이 많았는데 감정을 죽이느라 힘들었다. 인물들이 계속 울면 보는 사람도 지치고 감동으로 오지도 않을 것 같아서 눈물이 나는데도 매번 그걸 누르고 환기시키고 다시 찍고, 조절을 많이 했다. 도현이도 마찬가지였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로맨스? 못할 것도 없죠"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역의 배우 라미란. ⓒ 씨제스


아들 강호를 연기한 이도현과의 연기호흡은 어땠을까. 라미란은 "그 또래 배우들 중에 그 정도의 깊이를 표현하는 친구는 근래 들어서 처음 봤다. 너무 좋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아들 역이란 걸 알고 도현이의 전작들을 봤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 친구가 20대인지 몰랐고, 30대 초중반 정도 됐겠다 했다. 너무 아이 같지도 않고, 너무 아저씨 같지도 않다. 강호 역이 삼십대의 검사부터 일곱 살 아이까지 표현해야 해서 어려운 역할이었는데 너무 잘 해내더라"라고 덧붙였다.

"연기를 하다 보면 주고받지 못하고 연기하는 것 같은 친구들이 가끔 있는데, 도현이는 눈을 보고 감정을 다 주고 받으면서 연기를 하더라. 그래서 같이 하는 게 너무 재밌더라. 이야기하지 않아도, 장난치다가 슛 들어가면 바로 몰입이 되는 것도 좋았다."

라미란은 "재밌게 하는 게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감정신이라고 해서 미리부터 감정 잡고 있는 게 오히려 저는 더 감정이 깨지더라.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 슛 들어갔을 때 바로 감정을 잡고 몰입하는 게 더 자연스럽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라미란에게 <나쁜엄마>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이 질문에 그는 "(제 커리어에) 큰 획을 그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라며 "제가 코미디를 많이 했는데, 라미란에게 이런 면도 있구나 하고 저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 작품 같다"라고 답변했다.

더 다양한 면을 보여줄 욕심은 없을까. 로맨스 연기를 할 생각이 있는지 묻자 라미란은 "항상 배우로서 어떤 것이든 재밌으면 좋겠고 그렇기 때문에 열어둔다"라면서 "전도연 언니의 '일타 스캔들'처럼 할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못 할 것은 없다"라고 답했다.
 
1975년생으로 40대의 끝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남은 40대를 어떻게 채워가고 싶은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에 그는 쿨하면서도 담백한 대답을 돌려주었다.
 
"크게 의미를 두진 않는다. 저는 아직 38살이라 생각하고 사니까. 그런데 체력이 옛날 같지 않은 것은 확실하다. 계속 일할 것 같다. 불러주시면 힘닿는 데 까지 좋은 작품에서 작업을 계속 하지 않을까? 너무 재밌거든.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게 재밌고, 배우가 저에겐 맞춤 직업인 것 같다."
 

JTBC 수목드라마 <나쁜엄마> 진영순 역의 배우 라미란. ⓒ 씨제스

나쁜엄마 라미란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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