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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 206만원 받는 의사, 여기 있습니다

현직 의사가 본 공보의 기피 현상과 '군턴'... 지역 의료 문제 해결할 실질적 대책 필요

등록 2023.06.14 21:10수정 2023.06.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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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면 병원 담벼락에 핀 라일락과 철쭉꽃의 향기가 병실로 넘어오고는 한다. 산뜻한 꽃내음처럼 병원을 환기하는 얼굴이 있으니, 바로 '군턴'이라 불리는 전공의들의 입사다. 

병원에서 진료하며 동시에 수련받는 의사들을 통칭해 '전공의'라 부른다. 이들은 주로 3월에 근무를 시작한다. 그러나 병역을 마치게 되면 일정상 5월에 입사하게 되어 '군대 다녀온 인턴'이란 뜻의 '군턴'이라 불린다.


공보의 아닌 일반병 근무 원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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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는 지방의 의료 환경 속, 공보의는 최전방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지키는 흰 가운의 전사들이다. ⓒ pixabay


미필인 본인을 포함해 이 땅의 모든 남자 의사는 전공의 진입과 동시에 '의무사관후보생'으로 편입된다. 치과의사, 판사, 검사, 변호사, 성직자, 수의사 등이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이는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예술체육요원과 같은 '보충역'에 해당한다.

이들은 '군의관'으로 복무하거나 '공중보건의사(공보의)'로 섬이나 산마을과 같은 의료 취약지역의 보건소, 보건지소에서 근무하게 된다. 하루가 다르게 무너지는 지방 의료 환경 최전방에서 공보의는 환자의 건강을 지키는 흰 가운의 전사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전사들이 방패도, 창도 없이 청진기 하나만 주어진 채 전장으로 투입되고 있다. 이들의 처우는 열악하고, 옳은 쓰임과 명예도 사라진 지 오래다. 나중에 사회에서 '의사'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대가로 생각해 보아도 그 무게가 퍽 과하다.

2018년 이후 육군 현역 복무기간은 36개월에서 계속 줄어 18개월이 되었으나, 공보의는 여전히 1953년 현역 장병과 같은 36개월을 근무한다. 그 와중에 훈련 기간 4주는 포함되지 않아 실질적으로 37개월(군의관은 38개월)을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셈이다.

금전적인 보상도 민망한 수준이다. 2023년 최저임금이 월 200만 원을 넘었다. 현역 병장의 월급은 130만 원에 육박하며 정부 공약으로 2025년 205만 원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공보의의 월급은 206만 원으로 시작해 숙련된 전문의도 300만 원에 못 미친다.

이렇게 전문 인력을 값싸게 취하는 시스템 속에서는 젊은 예비 의사들이 다른 길을 찾는 것도 당연하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현역 의대생의 74.7%가 일반병으로 근무하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실제로 공중보건의사는 2008년 1962명에서, 2022년 1048명으로 15년 사이 반토막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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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신규 공중보건의 편입 현황 ⓒ 김원이 의원실


기존 인력부터 의미 있게 활용해야

그렇다면 공보의들은 과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을까. 불행히도 5월 입사한 군턴들이나 공보의로 근무 중인 동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지는 못한 것 같다.

많은 공보의의 역할은 의례적으로 당뇨약이나 고혈압약을 처방 내주는 1차 의료에 집중되어 있다. 특정 지역이나 거점 병원에서는 공보의 숫자가 부족하지만, 어떤 곳은 책상 앞을 지키며 단 몇 명의 환자를 보며 자리만 지키는 일도 있다고 한다.

동료들에 따르면, 공보의는 산마을마다 회관 앞에 있는 운동 기구와도 같단다. 대당 수천만 원에 달하지만, 관리는 부실하고 사용하는 이는 손에 꼽으며, 유치하기 위해 마을 위정자들이 힘쓰고 홍보하지만, 유지비와 미사용을 이유로 폐쇄하려 하면 기를 쓰고 반대하는 기구.

그러나 막상 공보의의 재배치를 논하면 지역 정치인들과 주민들이 반대하곤 한다. 정작 그들 대부분은 조금이라도 아프면 읍내나 대도시의 대형 병원으로 향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소중한 인력들이 낭비되는 동안, 다른 한편에서는 지방·필수 의료의 붕괴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태백산맥 너머 어딘가는 산부인과가 없어 서울까지 헬기를 타고 왔단다. 호남 어느 지역에는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가 전무해 뉴스가 되었다. 이대로는 지방에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기 힘들 거라고들 한다.

누군가는 의사 숫자로 책임의 화살을 돌리거나, 공공 의대를 만들어 오지에 의사를 강제로 배치하자고 주장하기도 한다. 의사는 월급 300만 원을 받는 것이 적절하다거나 의대 정원을 10만 명으로 늘리자는 과격한 말도 종종 들린다.

그러나 기존의 인력도 의미 있게 활용하지 못하는데, 의사 수를 늘리는 것이 답이 될지는 의문이다. 어떤 길이 무너지는 지방·필수의료를 살리는 길일지 현명하게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아프지만 병원은 먼 이들에게 제대로 손이 닿기 위해서는 먼저 공보의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고, 의술을 펼칠 수 있는 여러 의료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우선되어야만 할 것이다. 현역병에 비해 과다한 복무 기한은 단축되어야 하며, 걸맞은 대우 또한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나 사는 곳에 상관 없이, 사회적 배경에 관계 없이 잘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잘 치유된 이들이 모여 튼튼하고 건강한 공동체가 유지되기를 소망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공보의라는 전사들에게 창과 방패라는 지원과 걸맞은 대우가 절실하다.
덧붙이는 글 류옥하다 기자는 스물 넷 의사 기자입니다.
#공보의 #공중보건의사 #필수의료 #지역의료 #류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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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스물 다섯 산골 청년 | 가톨릭중앙의료원 전공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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