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12일, 이동관 전 홍보수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바레인 출국에 앞선 입장 발표 후 문재인정부의 적폐청산 작업에 대해 "잘못된 것이 있다면 메스로 환부를 도려내면 되는 것이지, 손발을 자르겠다고 도끼를 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남소연
차기 방송통신위원장으로 거론되는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별보좌관(특보) 아들의 학교폭력 문제로 온 사회가 벌집 쑤신 듯 시끄럽다. 이 특보의 거짓 해명이 속속 드러나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 모양새다. 사안 발생 당시 학교 측과 입을 맞춘 정황이 드러나고, 열리지도 않은 선도위원회의 결정으로 아들이 전학을 갔다고 둘러대며 화를 자초했다.
불과 몇 개월 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내정됐다 자진 사퇴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 사안이 아직 국민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는데, 마치 데칼코마니처럼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 것이다. 폭력의 정도로 보면,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그것보다 심각성이 훨씬 더하다. 숫제 현 정부 들어 자녀의 학교폭력 사안은 고위공직자 임명에 결격 사유가 아니라는 투다.
이 특보의 해명을 듣노라니, 현직 교사로서 무기력한 학교 교육에 대해 자괴감을 떨칠 수가 없다. 이래서는 학교폭력의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과거 학교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꾸려졌고, 지금은 교육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이관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졌는데도 '무풍지대'에서 살아온 듯하다.
대개 학교폭력 사안이 발생하면 담임교사와 학생부장, 상담교사, 보건교사 등이 동시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학교가 비상 체제로 돌입되는 게 보통이다. 피해자의 돌발 행동을 우려하여 학교장이 직접 관장하는 위기관리위원회가 즉시 가동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현재 이 특보 아들이 보인 폭력 정도라면, 곧장 교육청의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 보고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당시 학교폭력이 벌어진 하나고등학교는 법과 정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었던 듯하다. 피해 학생의 도움 요청을 받은 교사가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해도 별일 아니라는 듯 덮어버렸고, 구제 신청을 위해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려도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정순신 변호사의 경우처럼, 이 특보의 '힘'을 빼놓고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이 특보의 해명은 이 땅의 권력자들이 학교 교육을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여긴 채, 교육의 본령을 얼마나 훼손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사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피해 학생의 신고를 묵살하라고 종용했다면, 불법 여부를 따지기에 앞서 파렴치한 반교육적 행위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다른 아이들에게 끼칠 교육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실천하고 올곧은 시민을 길러내야 할 학교마저 권력자들의 입김에 휘둘려 되레 약자들을 짓밟은 곳으로 전락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심각한 학교폭력 사안인데도 일개 담임교사가 종결 처리했다는 건, 슬프게도 이사장, 교장, 교감, 교사로 이어지는 서슬 퍼런 사립학교의 위계가 엄존함을 증명한다. 예나 지금이나 이사장은 사립학교의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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