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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팡이 없이 다니는 건 이 운동 덕분" 86세 할머니의 자부심

70년째 탁구 즐기는 주말자씨의 활기찬 일상, 최고령 8강 진출도... "시니어에 안성맞춤 스포츠"

등록 2023.06.14 05:12수정 2023.06.14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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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55년도부터 탁구를 시작해 70년째 탁구를 ‘즐기는’ 주말자 어르신. 단순히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탁구대회에서도 수상 경력이 있는 실력자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적게는 3일 많게는 5일 탁구장에 나온다고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이던 1955년도부터 탁구를 시작해 70년째 탁구를 ‘즐기는’ 주말자 어르신. 단순히 즐기는 수준이 아니라 탁구대회에서도 수상 경력이 있는 실력자다. 요즘에도 일주일에 적게는 3일 많게는 5일 탁구장에 나온다고 한다. ⓒ 고양신문


경기 고양시 일산동에 위치한 한광선탁구클럽에서 만난 주말자 어르신은 여느 동호인과 다를 것 없이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국가대표 탁구선수 출신 한광선 관장은 "86세 어르신이 테이블 앞에 서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거다. 하지만, 상대 공도 막힘없이 받아내는 모습을 보면서 동호인들의 본보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며, 주말자 어르신을 소개했다. 

주말자 어르신은 고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 1955년도부터 탁구를 시작했다. 당시 학교 내 체육부가 많지 않기도 했지만, 실내 운동이자 체력 소모가 덜한 탁구의 매력에 빠져 학교 탁구부에 들어가게 됐다. 올해 나이 86세, 햇수로 70년째 탁구공을 손에서 놓은 적이 없다. 


부산에 살던 주말자 어르신은 지난 2004년 일산으로 왔다. 이사 오고 가장 먼저 한 것이 탁구클럽을 찾은 것이다. 한평생을 탁구와 함께했으니, 다른 스포츠에 눈 돌릴 시간도 없었다. 한동안은 아파트 단지 내 탁구장이나 공공체육관 내 탁구장을 이용하다 2016년부터는 한광선탁구클럽에 다니고 있다. 

"다른 탁구클럽도 다녔었지만, 이곳만큼 좋은 곳은 없어요. 와서 탁구만 치는 게 아니라, 동료들과 담소도 나누고 기운을 얻고 가죠. 관장님도 고령 동호인이라고 더 잘해주니 마음 편히 자주 오게 돼요."

17년째 대회 출전... 뼈 골절 후에도 8강 올라

고등학생 시절부터 탁구 대회에서 참가했다. 결혼과 육아로 자주 구장에 나가지 못한 적도 있지만,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꼭 탁구를 쳤다. 요즘엔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하고 탁구장에 나오려고 노력하는데 일주일에 적게는 3일 많게는 5일 탁구장에 나온다.

한 번 올 때마다 최소 세 명과 시합하는데 다른 동호인들이 직접 어르신을 지목하기도 한다. 시합 때만큼은 시니어 동호인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주말자 어르신 또한 상대의 기세에 맞춰 공을 받아낸다. 


"이기고 싶은 마음 때문에 공을 치는 건 아니에요. 상대가 친 공이 오면 놓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치는 거죠. 연습이라고 해도 이기면 기분이 좋긴 하겠지만, 공을 받아내려는 마음이 더 크죠."

본격적으로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한 건 노년기에 접어들면서인데, 일산으로 이사 오고 난 이후 2005년도부터는 경기도지사배 탁구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9월에 열리는 고양시의장배 탁구대회에도 출전한다.


17년째 대회에 출전하니, 탁구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고령 탁구 동호인으로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에는 경기도생활체육대축전에 선수로 나가 8강에 올랐다. 그는 당시 대퇴부 뼈 골절 후 회복 중이었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당시 다리가 아픈 상태에서도 8강에 올랐다는 게 뿌듯합니다. 아픈 다리로 최고령 탁구인이 8강까지 올랐다는 거에 선수들도 놀랐을 거예요."

지난 제17회 경기도 실버체육대회에 고양시 대표로 참가했는데, 경기도 전체 선수 중 최고령 출전으로 모범이 돼 공로상을 받았다. 

"아마 80대 탁구 동호인은 제가 유일할 거예요. 클럽에 있는 동료들도 다 동생들이죠.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만큼 시니어 동호인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어요."

주말자 어르신은 고양시 시니어 탁구 동호인 모임에도 나간다. 모임 인원이 많지 않을 뿐더러 각자 거주지가 달라 한 클럽에 다니지는 않지만, 종종 만나 탁구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자 어르신이 꼽은 탁구의 매력은 날씨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실내 운동이라는 점이다. 체력 소모가 많지 않아 시니어 동호인에게 안성맞춤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지난해 다쳤던 다리도 탁구를 치면서 나았다고 한다.

주말자 어르신은 "구장까지 걸어오기도 한다. 지팡이 없이도 걸어다닐 수 있는 건 모두 탁구 덕분"이라며 "잘 몰라서 오지 못하는 어르신도 있을 거다. 망설이는 예비 시니어 동호인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탁구 #주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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