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하고 따스하게 비치는 파밀리아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김연순
바르셀로나에 머무는 동안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에 세 번 갔다. 한국어 오디오가이드 투어로 첫 방문, 그리고 다음날 여행사에 신청해 둔 종일 일정의 가우디 투어 때가 두 번째 방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는 미리 예약해 두었다. 세 번째 방문은 여행 시작한 지 5주쯤 지나 다시 바르셀로나로 왔을 때다.
매주 일요일 아침 9시에 인터내셔널 미사가 있다는 걸 알고 미사에 참석하느라 방문했다. 어떤 장소가 마음에 깊이 남아 다시 오고 싶으면 또 오는 것, 이게 바로 배낭여행의 참 맛 아니겠나.
1882년 카톨릭 신자들의 모금으로 시작된 성당의 설계는 다음 해인 1883년 안토니 가우디가 맡게 되었다. 가우디는 처음엔 다른 일과 병행했지만 1914년부터는 오로지 파밀리아 성당 건축에만 집중했다고 한다. 1926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성당의 건축은 계속되었고 현재까지도 진행중이다.
파밀리아 성당에는 세 개의 파사드가 있다. 파사드는 출입구가 있는 정면부를 말한다. 성경 속 예수의 일생을 세 개의 파사드로 표현했는데 '탄생의 파사드', '수난의 파사드' 그리고 '영광의 파사드'가 그것이다. 각각의 파사드에는 네 개의 종탑이 있고 총 열 두개의 종탑은 예수의 열두 제자를 의미한다.
가우디는 살아 생전 탄생의 파사드를 완공했다. 수난의 파사드는 건축가 수비라치에 의해 1976년에 완공되었고 현재 공사 중인 영광의 파사드는 2026년 완공 예정이라고 한다. 가장 먼저 지어진 탄생의 파사드는 색깔부터 다르다. 거뭇거뭇한 게 세월의 때가 묻어 오래된 티가 난다. 왠지 그 모습이 더 끌린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오로지 기부금과 관광객들이 내는 성당 입장료로 공사비용을 충당한다고 한다. 입장료 내고 들어온 누구나 성당의 건축에 기여하는 것이라면서.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성당 건축에 벽돌 한 장이라도 올리는 것 같아 뿌듯했다.
성당 안으로 들어서자 내부에 따스한 빛이 가득차 있다. 붉은빛도 초록빛도 파란빛도 모두 은은하며 따스해 보인다. 자연의 숲과 나무, 꽃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기둥과 천정, 조명 장식들이 내가 알고 있는 유럽의 다른 성당들과는 많이 다르다.
너무도 독특하고 특이한 구조와 장식을 보며 가우디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는 것 같았다. "어떻게 이럴수가"란 감탄이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다. 더불어 낯설었을 그의 설계를 받아들이고 인정한 시민들도 존경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