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본문듣기

독수리 가고 꾀돌이 오고, 애틀란타 콤비의 엇갈린 희비

[K리그1] 강원 FC, 최용수 감독과 결별... 후임 윤정환 감독 선임

23.06.15 13:55최종업데이트23.06.15 13:55
원고료로 응원

지난 5월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3 K리그1 FC서울과 강원FC의 경기에서 최용수 강원 감독. ⓒ 한국프로축구연맹

 
독수리는 날개를 접었고, 꾀돌이가 돌아왔다. 한국 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하는 전설이 가고, 그 빈 자리를 또다른 전설이 메운다.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가 최용수 감독과 결별하고, 후임으로 윤정환 감독과 함께 새 출발을 선택했다.

강원 FC 구단은 15일 구단 홈페이지와 공식 채널을 통해 "반등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K리그 휴식기 동안 새 감독 체제로 팀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전하며 감독 교체 소식을 알렸다.
 
전임자와 후임자의 인연을 감안하면 묘한 구도가 됐다. 최용수-윤정환은 1990년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스타로 동시대에 활약했고, 특히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간판 스트라이커와 플레이메이커로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황금 콤비'였다.
 
4강 신화를 작성했던 2002 한일 월드컵 대표팀에도 나란히 승선했지만, 이때는 두 선수 모두 주전으로 중용되지못하는 아픔도 같이 겪었다. 두 사람은 은퇴 후 비슷한 시기에 감독 경력을 시작했고, 지도자로서도 굵직한 족적들을 남기며 스타 출신 감독의 성공사례로 꼽힌다는 공통점도 있다.
 
최용수 감독은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시절부터 선수와 코치를 거쳐 감독까지 2번이나 역임한 '서울맨'이었다. 최 감독은 2012년 K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15년 FA컵 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올렸다.
 
2016년에는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의 감독을 역임하기도 했으며, 2018년에는 서울로 다시 컴백하여 당시 강등 위기에 몰려있던 서울을 승강플레이오프를 통하여 극적인 잔류로 이끌었다. 2020년 서울 감독직에서 다시 물러난 이후에는 잠시 축구중계 해설위원과 예능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2021년 11월 16일, 강원의 제9대 감독으로 선임됐다. 당시 강원은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강등 위기에 몰려있었고, 최 감독은 팀을 빠르게 수습하여 대전과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을 패하고도 2차전에서 4-1로 승리하며 극적인 대역전극으로 팀의 1부리그 잔류를 이끌었다.
 
2013년 승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이후 1차전에서 패배한 팀이 2차전에서 결과를 뒤집은 사례는 최용수의 강원이 최초였다. 또한 2018년 서울 시절에 이어 강등 위기에 빠진 서로 다른 두 팀을 맡아 두 번 모두 승강 PO 끝에 잔류시키는 데 성공한 감독이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또한 강원 2년 차이자 첫 풀시즌을 치른 2022년에는 구단 역대 한 시즌 리그 최다 승리(14승)과 구단 역대 최고 리그 순위(6위)-최다 승점(49점) 타이 기록을 수립하며 전시즌 강등권 팀을 상위스플릿에 진출시키는 쾌거를 일궈내며 강원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하지만 2023년 들어 최용수호는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원은 올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2승 6무 10패(승점 12)라는 충격적인 부진에 빠지며 최하위 수원 삼성(2승 3무 13패, 승점9)에 불과 3점 앞선 11위에 그치고 있다.

개막전부터 8경기 연속 무승의 부진에 허덕이던 강원은 4월 26일 9라운드 FC서울(3-2), 29일 10라운드 전북현대(1-0)를 상대로 연승을 거두며 잠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듯 했으나, 5월 이후 또다시 시즌 2번째 8경기 연속 무승에 빠져있다.
 
부진이 길어지며 강원 팬들의 여론도 급격히 악화됐다. 지난 5월 13일 춘천에서 열린 13라운드 수원 삼성전에서 완패하자 팬들은 버스를 가로 막고 최 감독을 불러냈다. 최 감독은 팬들과의 면담에서 "여름에 전력보강을 통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그로부터 불과 한 달 만에 여름을 넘기지도 못하고 결국 경질 당했다. 강원FC는 반등을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최용수 감독과 이별을 택했다.

후임인 윤정환 감독은 현역 시절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불렸던 플레이메이커였다. 특이한 부분은 국내 지도자로서는 드물게 감독 경력은 주로 해외 커리어에 치우쳐있다는 것이다. 윤 감독은 울산 현대(2015-16)을 제외하면 일본 J리그 사간 도스와 세레소 오사카, 제프 유나이티드, 태국 무앙통 유나이티드의 감독을 역임했다. 특히 J리그에서는 소속팀의 1부리그 승격과 컵대회 우승 등 상당한 호성적을 거두며 명장으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정작 친정인 K리그 시절은 오히려 윤정환 감독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다. K리그의 강호 울산의 지휘봉을 잡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2시즌간 무관에 그치며 리그 순위도 각각 7위(하위스플릿)와 4위에 머물며 재계약에 실패하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7년 만에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 강원은 윤 감독에게 K리그에서의 명예회복을 위한 기회인 셈이다. 윤 감독의 강원행에는 김병지 대표이사의 적극적인 설득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감독은 올해 초부터 K리그 앰배서더이자 방송중계 해설위원으로 활동해온 만큼 최근 리그의 흐름이나 선수파악에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윤 감독은 현역 시절에는 패스마스터이자 기술축구로 명성을 떨쳤지만 의외로 지도자로서 색깔은 과정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실리축구에 가까웠다. 강원은 현재 18라운드까지 고작 11골에 그치고 있는 최악의 득점력이 가장 큰 고민이다.
 
윤 감독은 바닥까지 떨어진 선수단의 자신감 회복과, 부진에 빠져있는 양현준- 김대원-갈레고 등의 공격진을 어떻게 살려낼지가 관건이다. 또한 지난 U-20 월드컵 기간 3골 4도움으로 '브론즈볼'을 수상하며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끈 '샛별' 이승원의 중용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승원은 올해 초 강원에 입단했으나 소속팀에서는 B팀(4부리그)에서만 활약하며 아직 1군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강등 위기에 놓인 강원은 올여름 최전방을 비롯한 몇몇 포지션에 전력보강이 필수라는 평가지만, 도민구단의 특성상 얼마나 적극적인 지원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윤정환 감독은 과연 2021년의 최용수 감독처럼 제한된 환경과 악재 속에서도 강원을 위기에서 구할 '소방수'가 될 수 있을까.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최용수 윤정환 강원FC 이승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