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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의 깜깜이 중국 억류 사태, 어디로 가나

[주장] 중국 공안 당국, 손준호 구속수사 전환... 축협도 해결책 못찾아

23.06.19 17:31최종업데이트23.06.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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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축구선수 손준호의 '중국 억류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외 언론들은 중국 공안 당국이 형사 구류 기한이 만료된 손준호를 석방시키지 않고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고 보도했다.
 
손준호는 지난 5월 12일 상하이 공항에서 출국하여 한국으로 돌아오려다가 중국 공안에 붙잡혔다. 손준호가 받고 있는 혐의는 '비 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로 알려졌으며, 민간인이 자신의 직무와 관련해 재물을 불법 수수했다는 뇌물죄(금품수수)에 해당한다. 스포츠 선수가 경기와 관련해 부정한 요청과 함께 금품을 주고 받았다면 이 죄목에 해당될 수 있다.
 
손준호의 소속팀 산둥은 최근 전 감독과 선수들이 '승부 조작' 혐의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있었다. 손준호에 대한 공안 조사 역시 이와 관련된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미 무려 한 달 이상 구류 기간을 꽉 채워가며 조사를 이어왔던 중국 공안 당국이 끝내 손준호를 구속 상태로 전환한 것은, 해당 혐의에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며 '사법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로서 손준호의 유-무죄 여부는 중국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현재 중국 현지 인터넷 포털(바이두)와 SNS(웨이보) 등에서는 손준호와 구속 수사 관련 내용들이 조횟수 상위권을 차지할만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한축구협회(KFA)와 국내 팬들도 큰 충격에 빠졌다. 최근 중국에서는 축구계에 만연한 부패·비리 척결을 위한 고강도 사정 작업이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외국인 선수가 체포된 것은 손준호가 처음이다. 한국축구사에서도 현역 국가대표 선수가 타국에서 구속되어 재판을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때문에 이 사태의 배경과 향후 전개를 두고 국제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사자인 손준호는 이번 사건으로 심각한 명예 실추와 함께 선수생명의 기로에까지 서게 됐다. 손준호는 2014년 프로에 데뷔하여 포항-전북 등에서 활약했으며 2020년에는 K리그1 MVP까지 수상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 2022 카타르월드컵 16강에 기여하며 정상급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2021년부터는 중국 슈퍼리그로 진출하여 산둥의 핵심 선수로 활약해왔다.
 
하지만 선수로서 최전성기를 맞이한 시점에, 돌연 해외에서 뜻하지않은 대형 논란에 휘말리며 손준호는 축구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이하게 했다.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된다면 짧게 잡아도 수개월, 길게는 1~2년 이상까지 억류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심지어 혐의가 인정되어 유죄를 받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될 경우에, 손준호는 중국에서 최대 5년이상 징역형을 살게 될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이렇게되면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불미스러운 사건에 연루된 손준호가 축구계에서 활동하는 것은 어려워질수 있다. 또한 무죄를 선고받아 뒤늦게 억울함을 푼다고 해도, 수사와 재판으로 인한 공백기가 길어진다면 선수 생명에 치명타를 받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팀으로서도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내년 아시안컵을 앞두고 현재 정우영의 뒤를 이을만한 안정감있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다. 페루전에서도 정우영의 부재와 '영건' 원두재와 박용우의 부진으로 중원 조합에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클린스만호에 합류했다면 중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던 손준호의 빈 자리가 생각날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6월 A매치 2연전을 앞두고, 놀랍게도 중국에서 구금되어 사실상 대표팀 합류가 불가능한 손준호의 이름을 명단에 올려 큰 화제를 모았다. 손준호의 결백에 대한 대표팀의 신뢰와 지지, 중국 당국에 대한 압박의 메시지를 담은 조치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축구협회도 중국축구협회에 공문을 보내고 관계자들을 현지에 급파하며 손준호를 구명하기 위하여 노력해왔다.
 
하지만 오히려 중국 당국이 보란 듯이 손준호를 최근 구속수사로 전환시켰고, 축구협회 관계자들도 별다른 성과가 없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지며 고민만 더 깊어지게 됐다. 손준호의 공백 장기화가 불가피해지면서 클린스만호는 전력에 큰 손실을 입었다. 아울러 현역 국가대표 선수의 비리 혐의 의혹은, 곧 대한축구협회의 명예와도 관련된 사안인만큼 그 결과를 민감하게 주시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선수 개인만의 이슈를 넘어선, '한중관계'와의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한한령과 주한 중국대사의 망언 논란 등으로 국내의 '반중감정'이 크게 고조된 상태에서, 우리 국민이자 국가대표 선수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혐의로 중국에서 일방적으로 억류되고 구속까지 당한 것은 국민적 반감을 자아낼 우려가 있다.
 
손준호의 유무죄 여부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사안이다. 손준호 측은 현지에서 제기하는 승부조작이나 뇌물수수 혐의 등에 대해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손준호는 중국에서도 고액 연봉을 받는 스타급 외국인 선수이고 굳이 승부 조작이나 뇌물 관련 범죄에 가담해야할 이유가 없는 입장이다.
 
반면 손준호의 혐의 유무와 별개로, 지금까지 중국 공안 당국의 수사 절차와 투명성에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은 곳곳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공안 측에선 손준호를 처음 구류할때부터 정확한 혐의를 밝히지 않았고, 외국인에게 보장되어야할 축구협회측 관계자와 한국 변호사 접견도 모두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공식 외교채널인 한국총영사관과 손준호의 접견에서도 사건에 대한 얘기는 일절 나누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하나같이 정상적인 민주주의-법치 국가에서라면 있을수 없는 상황들이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중국축구협회에 확인 공문을 보냈지만 '도와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 자팀 선수에 대한 구명에 나서야할 손준호의 소속팀 산둥은 공식 홈페이지와 홈구장에서 손준호의 프로필을 아무런 해명없이 은근슬쩍 삭제하며 '발빼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몇몇 중국 현지 언론에서는 아무 근거도 없이 손준호의 혐의를 유죄로 단정하고 자백을 강요하는 듯한 추측-협박성 보도까지 잇달아 나오고 있다.
 
현지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대한축구협회 측에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심지어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선수와 한국축구계 모두 이번 사태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정보가 철저히 차단된 '깜깜이' 상황에 놓여있다는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이러다보니 국내에서도 손준호 사태에 대하여 다양한 음모론과 추측성 해석들이 쏟아지며, 중국 측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만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무죄추정의 원칙도, 당사자의 권리도 제대로 지켜지지않는 일방적인 환경에서, 과연 수사와 재판인들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될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정말로 죄를 졌다면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그로 인하여 부당한 대우를 당하거나 억울한 희생양을 만들어서도 안될 것이다. 과연 이번 손준호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이어질지에 대하여 지속적인 문제제기-공론화를 통한 관심과 함께, 국제축구계에도 사실을 알리고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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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준호 중국축구 무죄추정의원칙 중국공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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