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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애, 변호사 정직 1년... "제 식구 감싸기" 유족 강력 반발

[변협 징계위 현장] 딸 영정 사진 들고 회의장 앞에서 '제명' 요구... 다섯 시간 만에 결론

등록 2023.06.19 21:49수정 2023.06.19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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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하다 재판에 세 차례 무단으로 불출석해 소 취하를 초래한 권경애 변호사에 대해 '정직 1년' 징계가 내려졌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19일 오후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제명 이상의 징계를 희망했던 피해자 유족 이기철(고 박주원양의 어머니)씨는 "우리 주원이를 두 번 죽이고 저를 죽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사 자질도 없고 자격도 없고 변호사로서 직무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 왜 이 땅에서 변호사를 해야 됩니까? 고작 1년이에요. 6개월 떠들다가 6개월 더 늘어난 겁니다. 5년 제명하기가 그렇게 어려운 건가요? 이런 짓을 했는데도..."

변호사법상 징계 종류는 ▲ 영구제명 ▲ 제명(5년 이후 재등록 가능) ▲ 3년 이하의 정직 ▲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 견책 등 5가지로 구분된다.

이날 오후 3시께 변협 징계위는 서울 서초동 변협회관에서 징계위 전체회의를 열고 권 변호사 등에 대한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회의 시작 다섯 시간 만에 "성실의무 위반의 정도가 중한 사안으로 판단된다"며 1년 정직 결정을 내렸다. 징계위는 판사 2명, 검사 2명, 변호사 3명, 법학교수 1명, 비법조계 인사 1명 등 9명으로 구성됐고, 이날은 8명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 대상자인 권 변호사는 징계위에 참석하지 않았다.

앞서 변협 조사위는 지난 5월부터 한 달간의 검토를 거쳐 권 변호사에게 '정직 6개월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것을 징계위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명하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이런 짓을 했는데도"
 
a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으로 소송에서 진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 이기철 씨가 19일 오후 권 변호사에 대한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대한변호사협회 회관에서 징계위원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날 예정된 징계위 시간보다 한 시간 앞서 오후 2시께 변협회관에 도착한 유족 이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딸의 영정 사진을 든 채 징계위가 열리는 회의장 앞에 섰다. 그는 "(언론에서 예상으로 보도된) 정직 6개월이 굉장한 중징계라고 말하는 것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 달려왔다"며 "(딸이) 고통받았다가 스스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 재판을 말아먹은 변호사에게 제 식구 감싸기와 꼬리 자르기를 하는 뻔뻔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변협이) 유사 사건의 형평성과 권 변호사가 경제력을 잃는 것을 걱정하며 제 입장은 한 번도 듣지 않았다"며 "권 변호사가 가해자인데 누구를 걱정하느냐"고 주장했다.

예정 시각인 오후 3시가 됐지만 징계위는 제때 열리지 못했다. 변협 측은 회의장 앞에서 대기 중인 이씨를 향해 "이렇게 문 앞에 서 있으면 회의 진행이 안 된다"며 다른 장소로 이동해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씨는 "징계위원들을 보려고 이렇게 앉아 있는 것"이라며 "들어가는 징계위원들 얼굴을 볼 거다. 그들에게 (딸) 주원이 얼굴도 보여주고 어떤 결단을 내릴지도 볼 것"이라고 맞섰다.


그러면서 "징계위원들 앞에서 진술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씨의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두 시간 가까이 기다린 이씨는 오후 4시가 지나 위원회에 들어가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씨가 회의장에 들어가는 과정에서 이를 담으려는 촬영기자와 '비공개회의'라며 제지하는 변협 관계자 간 몸싸움이 일기도 했다.

약 50분간 징계위에 들어갔다 나온 이씨는 기자들과 만나 "(징계위원들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징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런 사람이 변호사를 계속 해도 되느냐, 변호사라는 직업 자체는 저같이 힘들고 억울한 사람들의 안내자가 돼야 되고 버팀목이 돼 줘야 되는 사람들인데, 이런 짓을 한 사람들이 변호사를 할 수 있게 하는 자체도 잘못 아니냐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씨는 "오늘 징계위 발언 과정에서 처음 들은 얘기가 있다"며 "(권경애 변호사가 제출한) 경위서에, 권 변호사가 제게 '항소하는 것이 어려우니 진행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는 내용이 있다는데, 저한테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면서 "1심 선고 직후 항소해야 하지 않겠냐고 내가 말했고, 직접 만났을 때 권 변호사가 계약서를 들이밀어서 사인하고 수임비 440만 원을 줬다"라고 주장했다.

권 변호사는 학교폭력 피해자 유족을 대리해 놓고서 2022년 9월 22일, 10월 13일, 11월 10일 총 세 차례 열린 항소심 재판에 모두 출석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족이 청구한 항소심 소송이 지난해 11월 취하됐고, 1심에서 유족이 승소한 부분까지 패소로 뒤집히게 됐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재판 양쪽 당사자가 3회 이상 출석하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변론하지 않으면 소를 취하한 것으로 간주한다. 권 변호사는 유족에게 해당 사실을 5개월간 알리지 않았다. 유족은 가해자를 포함한 피고 소송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권 변호사는 일명 '조국 흑서'인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변협의 징계와는 별도로 유족은 지난 4월 권 변호사와 권 변호사 소속 법무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a  2010년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안함 최종 보고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권경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10년 9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안함 최종 보고서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권경애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권경애 #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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