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청소년 죽음으로 내모는 우울증 커뮤니티...상담 문턱 낮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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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리(xtlzi0106)등록 2023.06.20 10:20
지난 4월 16일 강남에서 10대 청소년이 라이브 방송을 켜놓은 채 투신했다.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5월 5일에는 10대 2명이 서울 한남대교에서 자살을 시도하며 라이브 방송을 하려다 경찰에 구조되기도 했다. 연이은 충격적 사건의 배경에는 온라인 커뮤니티 우울증 갤러리가 있었다. 이들 청소년 모두가 우울증 갤러리에서 활동하다 자살 시도까지 하게 된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 캡쳐 ⓒ 윤세리

 
범죄 온상 된 온라인 커뮤니티
문제가 된 '우울증 갤러리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의 갤러리다. 본래 우울증을 겪는 이들이 공감과 위로를 주고받는 것이 주목적이었으나, 익명에 기대 이용자들의 자살을 돕고 부추기거나 불순한 의도로 이용자들에게 접근하려는 이들이 유입되면서 커뮤니티가 변질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 우울증 갤러리 내에서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경찰은 '우울증 갤러리'에서 만나 숙식을 함께 했다는 이른바 '신림팸'의 멤버 한 명을 지난달 31일 구속했으며 성착취 범행 여부에 대해 수사 중이다.
 
강남경찰서는 '우울증 갤러리'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일시 차단을 요청했지만 지난달 22일 방심위 통신심의소위원회는 '자율규제 강화' 권고를 의결했다. 우울증 갤러리의 주목적이 범죄가 아니라 우울증에 공감하고 위안을 얻는 것에 있다고 보고, 우울증 갤러리에 대한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강경책 대신 사업자 측에 자율규제 강화를 요구하기로 한 것이다.
 
폐쇄만이 답은 아냐... 온라인에 기댈 수밖에 없는 원인 살펴야
우울한 청소년들이 자신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받고자 온라인 커뮤니티를 이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청소년들이 커뮤니티에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그만큼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된 상담이나 심리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된다.
 
자살이나 자해 등 아픔을 겪는 청소년에게 도움 손길을 내미는 비영리기관 멘텔헬스코리아 소속 '정신건강 리더'로 활동 중인 김수현(21) 씨는 지난달 21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비밀 보장이 되지 않는 학교 상담 시스템의 문제를 지적했다.
 
"학교 상담에서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더니 상담 선생님이 '이 사실을 바로 부모님께 알려야 한다'며 학교나 부모님에게 내가 위험하다고 전했다. 전교에 내 이야기가 다 퍼지기까지 했다. 비밀 보장이 안 되니, 청소년 입장에선 '내가 왜 상담을 받아야 하나' 싶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김수현·21)
 
교육부 산하 위(Wee)센터의 허술한 상담 시스템이 우울한 학생들의 마음을 치유하기보다 되레 상처를 주면서 청소년들이 등을 돌리고 온라인 공간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전문가 상담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 높여야
통계청의 통계에 따르면 2021년 10대에서 자살률(인구 10만 명 당 자살사망자 수)이 10.1%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6월 통계에서는 2021년 우울증 진료 환자가 전년 대비 10% 증가한 가운데, 10대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청소년들이 가정이나 학교에서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존할 경우 가스라이팅 범죄의 표적이 되거나 더욱더 고립될 수 있다.
 
이들의 자살을 막고 치유와 회복을 돕기 위해서는 전문가로부터 상담을 쉽게 받을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가들은 청소년 상담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지난달 10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이 정신과 의사나 전문가를 만나려면 문턱이 높기 때문에 교육부(위센터), 보건복지부(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및 의료기관), 여성가족부(청소년상담복지센터) 등에 흩어져 있는 청소년 상담 기능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울감을 겪는 청소년들이 자살로 내몰리지 않도록 커뮤니티의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이들이 우울감을 토로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심리상담 전문가를 확충하고 청소년 정신건강서비스를 확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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