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거리를 붉게 뒤덮은 '레드로드', 과연 시민들의 목소리는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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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원(jjp423)등록 2023.06.20 13:52
"레드로드요? 1년 근무하면서 들어본 적이 없어요"
홍대 레드로드 인근에서 1년 넘게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원주(29)씨는 가게 바로 앞에서 공사가 진행되었음에도 아무런 정보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움을 표출했다.
서울 마포구는 지난 5월 홍대 거리에 '레드로드'라는 적색의 미끄럼 방지 포장 도로를 설치했는데, 시민들과의 소통 부족으로 당면한 실효성 문제에 대해 지적을 받고 있다.


레드로드란?
레드로드(RED ROAD)는 마포구의 경의선 숲길부터 홍대입구역, 상수역, 담인리 발전소까지 약 2km 가량 이어지는 거리를 말한다. '레드로드'라는 명칭은 '붉은색 미끄럼 방지 포장으로 덮인 거리'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레드로드 설치 목적
마포구는 '안전'과 '관광'을 레드로드의 설치 목적으로 언급했다. '안전'은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인파 사고 예방 차원에서 설정한 목표이다. 마포구는 서울시에서 25개 자치구에 4억원씩 내린 특별조정교부금을 레드로드 사업에 투자하며 안전 사고 예방에 힘썼다. 이 외에도 보행자들이 다니기 편하도록 공영주차장과 같은 불필요한 시설물들을 철거하고, 레드로드를 통해 바닥에 디자인을 더하여 보차 혼영 도로에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기도 하였다. 마포구 관광정책과 정우열 주무관은 "기존에 보행자는 차를 피해 다녔어야 했는데 바닥에 디자인을 넣으면서 보행자들이 차량을 피해 다니지 않을 수 있도록 조치를 한 것이다"라며 보행자를 위한 사업임을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는 '관광'이다. '관광'은 서울의 대표 관광지인 홍대의 환경을 개선하여 관광객을 유인하고자 설정한 목표이다. 실제로 마포구는 관광 활성화를 위해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캐릭터를 개발하여 레드로드의 브랜드화를 시도하고 있다. 정 주무관은 "노후된 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공사하면서 10억원가량의 예산이 들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하며 관광 활성화를 위해 추가적인 예산을 도입할 계획을 밝혔다.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쳤다"… 그러나 시민의 목소리는 어디에?
마포구는 지난 3월, 레드로드 사업은 시민들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 주무관은 "사업이 한창 추진될 때 돈으로 빨간색 콘크리트를 붓는다며 부정적인 기사와 민원이 많았었는데 지금은 하나도 없고 오히려 좋아한다"며 시민들이 레드로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마포구 측의 주장과는 달리, 현실에서는 시민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존재했다.

레드로드 인근 상인 안원주(29)씨는 "1년 가까이 이곳에서 근무했으나 레드로드 설치와 관련해 들은 내용이 없었다"며 근처에서 가게를 운영하지만 의견을 낼 기회가 없었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안 씨는 "빨간색이 조금 당황스럽긴 하고 그 효과가 아예 없진 않지만 10억이라는 큰 돈을 들일 정도의 효과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레드로드의 가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홍대 거리를 자주 방문하는 일부 젊은층 역시 불만을 드러냈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어렵다는 주장이 대부분이었다. 유승주(24)씨와 안서희(24)씨는 "차도와 도로를 구분할 수 없었다", "아까 걸어올 때도 인도인줄 알았는데 차가 다녀서 놀랐다"며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모호한 것에 대해 걱정의 목소리를 냈다. 임아영(22)씨는 "레드로드가 정말 보행자들을 위한 것이라면 차도가 아닌 인도에 설치하는 게 맞지 않았나"라며 레드로드 설치 위치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홍익대학교 재학생 배수연(22)씨는 "홍대라는 거리 특성상 큰 길 이외에는 차도와 인도의 분리가 어려운 것 같아 큰 효과가 없어 보인다"며 "빨간색인 이유가 경각심 조성이라고 들었는데, 채도가 낮아 일반 도로와 크게 구분되지 않는다"고 레드로드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했다. 보행자들이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바닥에 디자인을 더한 것이었지만, 시민들과의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사업이 되어버린 것이다.

국립금오공과대학교 기계설계공학 박준영 교수는 시민들이 레드로드에 갖는 불만은 근본적으로 마포구가 압사 사고의 원인을 잘못 분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박 교수는 "자료들을 봐서도 이태원 압사 사고는 미끄럼하고는 관련이 없었는데 왜 미끄러진 것 때문에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했는지 모르겠다"며 마포구의 판단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서 "당시 아스팔트 도로에 물이나 음료같은 게 뿌려져 있다는 시민들의 증언들도 있었으나 많은 양이 아니면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며 "사실 정말 문제는 인원 관리가 안 된 것 자체였는데 마포구에서는 미끄럼 방지를 고려해서 압사 사고를 예방하겠다고 하니까 이 관계성에 대해서는 동의하기가 힘들 것이다"며 마포구의 레드로드 사업에 대해 반의를 표했다. 더 나은 원인 분석과 의견 조사를 했다면 시민들의 불만을 잠재울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불만이 하나도 없다는 정 주무관의 발언과는 달리 여전히 레드로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마포구는 레드로드에 1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자할 예정인 만큼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효율적으로 예산을 사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레드로드로 도시에 새로운 색을 더하고 안전과 관광을 개선하고자 했지만, 시민과의 '소통' 역시 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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