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2월 20일 부산대학교 상남국제회관 음식물 운반 화물용 승강기 철거 공사 과정에서 50대 노동자가 무게추 추락으로 숨졌다. 사진은 사고 현장의 모습.
부산경찰청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엘리베이터는 우리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기인물(직접적으로 재해를 유발하거나 영향을 끼친 에너지원)'이다.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 10월까지 엘리베이터를 설치·교체·유지관리 하는 업무 중 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는 총 60명으로, 매해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엘리베이터 작업 도중 사망했다.
노동건강연대가 <오마이뉴스>와 함께 연재하는 '이달의 기업살인'에서도 엘리베이터 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의 사고를 찾아보기란 어렵지 않다. 서대문구 사건을 포함해 올해 현재(6월 28일) 총 4명의 노동자가 엘리베이터 작업 중 사망했다. 매해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엘리베이터 작업 도중 사망하는 경향은 2015년이나, 현재나 다르지 않다.
2023-01-03 끼임 1
경기 화성 / 10시 30분경 / 경기도 화성시 능동 소재 주차타워 신축 공사현장에서 노동자 A씨가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중 운반구와 벽 사이에 끼여 사망.
2023-02-20 물체에맞음 1
부산 / 10시 40분경 / 부산대학교 상남국제회관 지하 1층에서 승강기 철거작업을 하던 중 노동자 A(50대)씨가 2층 높이에서 떨어진 승강기 무게추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사망.
2023-03-26 떨어짐 1
경기 구리 / 12시 54분경 / 경기 구리시 별내역 지웰에스테이트 1차 신축 공사현장(신영건설 시공)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A(53)씨가 1층 엘리베이터실 개구부에서 7m 아래 바닥으로 떨어져 사망. 당시 A씨는 엘리베이터실에 가설치된 철근을 잘라서 빼내는 작업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짐.
현대엘리베이터, 티케이엘리베이터, 오티스엘리베이터... 우리나라 유수의 대기업 혹은 글로벌기업 소속이거나 소속이었던 회사들임에도 왜 엘리베이터 사고는 끊이지 않을까?
홀로 한 달에 수백 기 수리... 예견된 인재
2020년 정부는 계속되는 엘리베이터 작업 중 사망사고를 막기 위해 4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승강기 작업장 안전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승강기 산업계의 "불공정 계약과 불법 하도급 계약"이 만연한 상황에서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 때문이었다.
당시 대책은 주로 건설 단계에서 엘리베이터 설치와 교체시 발생하는 하도급업체에 대한 무리한 공기단축과 단가 후려치기 등에 집중돼 있지만, 엘리베이터 산재사고사망이 설치와 교체 작업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박씨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유지관리하다가 산재사고사망한 노동자의 숫자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11명으로 동일 기간 엘리베이터 산재사고사망 중 전체 사망자 수의 29%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작업을 할 것 같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 박씨가 홀로 근무하다 사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라 2년 내에 정기점검을 받아야 하며, 정기점검은 30일 이내에 완료돼야 한다. 유지관리 해야 할 엘리베이터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많더라도 시일을 미룰 수가 없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만 해도 4만 5000대가 교체, 신규 설치될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존재한다.
박씨가 근무했던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최근 급격하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각자가 담당해야 할 유지보수 엘리베이터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입사해 정규직이 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박씨는 그야말로 '정신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다.
전체적인 일감 증대와 2인이 점검해야만 확인가능한 항목이 많아 오티스엘리베이터 노동조합은 2019년부터 '2인 점검반 구성'과 '엘리베이터 평균 수리시간을 바탕으로 매월 정해진 숫자의 엘리베이터만 담당하는 규정을 만들자'고 회사에 요청했다.
하지만 오티스엘리베이터는 노조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승강기 안전관리법에 따른 행정처분이 뒤따르는 탓에 현장 노동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해서 작업을 임의로 미룰 수 없는 상황인 탓에 무리한 작업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은 박씨의 동료가 직장인들의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박씨의 사망 이후 쓴 글에도 잘 드러난다. 박씨가 왜 홀로 근무했고, 그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르게 했는지를 알 수 있다.
"한 달이라는 정해져 있는 '시간'이 있고 반드시 체크해야 되는 수십 가지의 '점검항목'이 있는데 대수는 너무 많이 늘어나고 사람은 안 뽑아주는 상황에서 모든 매뉴얼을 준수하고 절차 준수해가며 일을 해라? 어불성설입니까? 아닙니까? 이는 예견된 인재이고 분명 경영진이 막을 수 있었던 사고였습니다. 방만한 경영을 한 조모사장 반드시 중대재해처벌법 유죄인정 받아야 합니다."

▲ 사망한 박씨의 동료가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쓴 글.
노동건강연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 주목
6월 23일 서대문구에서 엘리베이터를 고치다가 추락해 사망한 박씨는 발견 당시 헬멧과 안전벨트 등 안전장비를 착용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인 이번 사건을 다루며, 사고 원인과 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박씨의 동료가 남긴 우려처럼 정부가 '안전불감증'을 운운하면서 '사망은 노동자의 과실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규정할까봐 걱정이다. 또한 오티스엘리베이터와 경영진의 책임을 묻지 않을까봐 우려된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사람도, 그것을 고치는 사람도 모두 안전해야 한다'는 당연한 명제는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봐야 할 것은 보지 않고 엘리베이터 기업을 그대로 둔다면 매해 평균 7명의 노동자가 엘리베이터 작업을 하다가 죽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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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하청, 일용직, 여성, 청소년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건강하고 평등한 노동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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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평균 7명 엘리베이터 작업 도중 사망, 이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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