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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근한 인생" 김종민의 20년 롱런, 비결은 이거였다

[리뷰] 유튜브 웹예능 <나영석의 나불나불> 나PD가 들려준 2000년대 예능 이야기

23.07.01 11:04최종업데이트23.07.0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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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30일 공개된 '나영석의 나불나불 - 종미니랑 2부'의 주요 장면 ⓒ 에그이즈커밍

 
최근 나영석 PD가 속한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반가운 얼굴이 찾아 왔다. 과거 나PD가 담당했던 KBS 2TV <산장미팅 장미의 전쟁> <여걸식스> <준비됐어요> < 1박2일 > 시즌1에 이르는 2000년대 예능 고정 멤버 김종민이 모처럼 그와 마주 앉은 것. 

가수 겸 예능인 김종민은 방송가에서 독특한 위치의 인물이다. 댄서를 거쳐 인기 그룹 코요태의 새 멤버로 합류해 본격적인 연예계 활동에 돌입한 이래 늘 한결같은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누군가처럼 갑자기 뜨겁게 달아올랐다가 어느 순간 차갑게 식어버리면서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부침 없이 꾸준함으로 20년이 넘도록 주말 TV 예능의 중심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고 이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이러한 김종민을 두고 나영석 PD, 김대주 작가는 6월 30일 공개된 영상 '나영석의 나불나불-종미니랑2'를 통해 영화 <여고괴담>에 비유하기도 하기도 한다. 수많은 MC들이 나왔다 사라져도 김종민은 늘 거기에 있었기에 "그냥 그 학교 3학년 2반에 계속 있는거야. 선생님도 바뀌고 친구들도 바뀌는데 종민이는 계속 거기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어"라는 말로 그의 오랜 기간 활약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알고보면 연애 예능의 살아있는 역사
 

지난 6월 30일 공개된 '나영석의 나불나불 - 종미니랑 2부'의 주요 장면 ⓒ 에그이즈커밍

 
​최근 케이블TV, OTT를 중심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예능 장르는 '연애 예능'이다. 그런데 이미 20여 년 전 당시 지상파 3사의 주력 프로그램들도 역시 연애 예능이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는 것을 여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중심에는 김종민이 늘 존재했다.

​<산장미팅>과 SBS <연애편지>, 그리고 버라이어티 예능이면서 연애 코드를 수시로 강조했던 <엑스맨>에서 김종민은 빼놓을 수 없던 인물이었다. 세월이 흘러 2020년 TV조선 <연애의 맛> 시즌1에 이르기까지 20년이라는 시간에 걸쳐 김종민은 한 획을 그었다. 이날 함께 자리한 이우정 작가는 김종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때 주말 예능의 판도를 SBS가 꽉 잡고 있었을 때 당시 본인이 맡았던 KBS 예능을 뿌리치지 않고 꾸준히 함께해준 점을 지금도 잊지 않았다. 그 시절의 흐름에 대해 나PD는 이렇게 회상했다.

"제일 센 사람들이 SBS 일요일에 가. MBC는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그 안에서 크는 (김)용만이 형을 비롯해서, 그 다음 센 사람이 KBS 2TV 일요일에 와. 그 다음이 KBS 2TV 토요일이야!"

캡사이신과 복불복, 2000년대 중반 예능 속 뒷 이야기
 

지난 6월 30일 공개된 '나영석의 나불나불 - 종미니랑 2부'의 주요 장면 ⓒ 에그이즈커밍

   
​지금은 국민 예능의 대열에 올라선 < 1박2일 >이지만 그 직전 나영석 PD는 <여걸식스>를 거쳐 2개월여 만에 단명한 <준비됐어요>를 이명한 PD(현 에그이즈커밍 대표, 전 티빙 대표)와 연출을 맡았다. 강호동-이수근-은지원 등 < 1박2일 >시즌1 주요 멤버들이 등장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좀처럼 시청자들의 관심, 시청률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데 이 실패한 예능이 결과적으로는 < 1박2일 >의 성공에 밑거름이 되어줬다. 바로 복불복 시스템을 처음 선보인 것이 <준비됐어요>였기 때문이다. 캡사이신을 이용해 엄청 매운 고기를 미끼 삼아 내놓든가, 빈 수박을 고르면 벌칙을 받는 초창기 복불복의 원조였던 것이다. 그때를 회상하는 나PD와 김종민, 이우정 작가의 이야기는 별 다른 도구 없이도 쏠쏠한 재미를 구독자들에게 안겨줬다.

때마침 전화로 연결된 당시 <여걸식스> 연출자였던 신원호 PD와의 대화를 통해선 그 시절 추억도 잠시 떠올리는 등 2000년대 초중반에 걸친 KBS 예능 속 뒷 이야기가 속속 전해지면서 나PD가 진행하는 일종의 예능 역사 강의(?)도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꾸준함의 상징, 김종민 예능 아카데미 마련할까?
 

지난 6월 30일 공개된 '나영석의 나불나불 - 종미니랑 2부'의 주요 장면 ⓒ 에그이즈커밍

 
​모처럼의 만남이 가져온 즐거움으로 대화가 무르익을 무렵 나PD는 이런 구상을 언급해 귀를 쫑긋하게 만들었다. "종민이를 교육시켜 데뷔 3년 차 아래 직종을 불문한 연예인을 대상으로 '2박3일 캠프 아카데미'를 열면 어떨까?"라는 것이었다. 연예계 꾸준함의 상징인 김종민을 강사로 초빙해 그들의 마음가짐을 다잡는 시간을 가져본다는 하나의 구상이었다.

​이에 김종민 본인 역시 그런 걸 해보고 싶었다면서 역시 공감을 표시한다. 다만 "설명을 못하겠어요"라면서 특유의 어눌한 화법으로 주변 사람들과 시청자들을 웃게 만들면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평소 허술하고 빈틈 많은 인물처럼 여겨지던 김종민의 진가가 발휘된다. 이우정 작가는 일종의 상황극 설정으로 김종민에게 가상의 고민을 토로한다. 이때 등장한 그의 대답은 결코 허투루 넘길 수 없는 이야기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19살에 데뷔해서 막 스타가 되었는데 무슨 사건이 생겼어. 사람들이 나를 욕해. 그러면 은퇴해야 돼?"(이작가)
"은퇴요? 은퇴할 필요 없죠. 오히려 터질 때까지 기다려라. 먼저 움직이지 마라."(김종민)
"근데 그 기간이 아마 굉장히 고통스러울 거에요. 쥐 죽은 듯이 있어라."(김종민)
"억울함? 그거 며칠이다. 며칠 지나면 너무 잘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김종민)


미지근하면 좀 어때? 롱런 예능인의 숨은 비결
 

지난 6월 30일 공개된 '나영석의 나불나불 - 종미니랑 2부'의 주요 장면 ⓒ 에그이즈커밍

 
​동문서답 같지만 의외로 현명한 상담 의견을 내놓자 이우정 작가는 이를 두고 "김종민의 미지근한 인생"이라고 언급해 좌중을 웃음 바다로 만들었다. 뜨겁거나 차가운 것보다 나을 수 있는 미지근함에 그를 비유한 건 어찌보면 적절한 표현일지도 모른다. 뜨겁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금방 식을 수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미지근함은 꾸준함의 또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예능인 김종민이 20여 년을 한결같이 우리 곁에 있어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비록 어느 한 순간 대세를 뒤흔든 인물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각종 연애 예능과 < 1박2일 > <미운우리새끼> 등으로 20여 년 주말 황금시간대를 책임져왔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김종민은 충분히 대접받고 존경받을 만한 예능인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동안 나PD의 tvN 예능 성격과 < 1박2일 >이 겹치는 부분이 있다보니 부득이 그동안 부르지 못해 미안하다는 제작진의 말에도 김종민은 결코 서운함을 드러내지 않았다. 되려 고마웠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나를 부르면 잘할 것 같지 않은거야"라며 되려 미안함을 표하는 것이다.  

이런 점이야 말로 예능인 김종민이 지금껏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 아니었을까?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방송에 임해왔다. 김종민은 모처럼 재회한 나영석 PD-이우정 작가 등과의 대화를 통해 미지근한 예능 인생이 충분히 값어치 있음을 우리에게 전달해줬다. 이쯤 되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나PD-김종민의 예능 신작 등장을 기대해도 괜찮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채널십오야 나영석 김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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