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기둥도서관 전주시청 1층 로비는 도서관이다
노정임
도서관 2층을 올라가니 동네책방이 추천하는 책 코너와 독서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예쁜 스탠드가 놓인 책상이 있다. 잠깐 앉아서 박노해 시인의 시 그림책 <푸른빛의 소녀가>를 보았다. "지구에서 좋은 게 뭐죠?" "꽃과 나무요. (...) 사랑, 죽음보다 강한 사랑의 힘요."
책기둥 도서관에서 내가 찾은 보물들은 나에게 진한 위로의 말을 건네주었다. 거창한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좋았다. 작고 따뜻한 배려로 잔잔한 기쁨을 느끼게 했고, 무엇보다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공간이라면 도서관의 진정한 역할을 다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어서 방문한 학산 숲속시집도서관은 공간 자체가 힐링이었다. 야트막한 산을 오르며 여름의 향을 힘껏 들이마시다 보니 만나게 된 작은 호수, 그리고 숲속 오두막 같은 작은 도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현관 앞에 솟아 있는 나무를 베어내지 않고 만든 입구는 통행에는 약간의 불편이 있겠지만 자연을 덜 훼손시키려 노력한 의지가 보였다.
넓은 통창과 서가 사이사이의 창문들로 사계절을 액자처럼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창을 통해 들어오는 초록의 산과 초록의 호수, 유치원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귀여운 몸짓들이 자꾸 나의 관심을 끌었다.
학산숲속시집도서관은 시(詩) 특화 도서관으로 출판사별, 주제별, 시인별로 전시 공간을 구별해 두었다. 창가에 자리한 책상에서 시인의 마음을 느끼며 모방시를 쓰거나 필사를 할 수도 있다. 또 매월 시인을 초대해 특강을 듣고, 시낭독 교육, 숲속 낭독 공연 등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힐링의 시간을 제공한다고 한다.
학산 도서관에서 생소한 기계를 만났다. 공기 청정기인가, 책 살균기인가 싶은 네모 반듯한 외관의 이 기계는 '시 자판기'라고 했다. 관심사를 묻는 질문 두어 개에 답을 하면 운세를 봐주는 듯 기계에서 시가 나온다. 나는 윤동주의 '자화상'을 받았다. 일행들도 저마다 시를 받으며 어쩜 본인에게 딱 맞는 시가 나왔다며 하하호호 즐거웠다. 우리 글쓰기 모임의 선생님이신 전재복 시인께서 본인이 받은 시를 멋지게 낭독해주셔서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리셨다.
우리는 사진을 찍고, 시집을 꺼내 읽고, 그저 앉아서 바깥 경치를 즐기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시간을 즐겼다. 나는 신기한 자판기를 한 번 더 이용해서 받은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하인리히 하이네)'를 필사했고 감사하게도 사서 선생님이 입구에 전시해 주셨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책기둥 도서관에서 받은 시 선물을 펼쳐보았다.
짧은 심사평 (천양희)
나무들이 바람을 남기듯이
시간이 메아리를 남기듯이
달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듯이
불 켠 듯 불을 켠 듯
그림자는 늘 자신 뒤에 있을 것이니
그대는 행성이 아닌 항성
장래가 천천히 눈부셔지길 바란다
'가까운 곳에 이런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쉽다. '이런 곳이 있으면 책을 많이 읽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대신 우리 동네 도서관을 언제 방문했던가 헤아려보자. 일상의 분주함에 쫓겨서, 또 집에 있는 책을 우선 읽자며 도서관 방문을 게을리 하지는 않았나?
우리 동네 도서관에도 보물 같은 책과 생각지도 못한 프로그램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다. 남의 동네 화려함을 부러워하지만 말고 우리 것을 잘 활용해야겠다. 기회 되면 전주 도서관에서 얻은 좋은 아이디어들을 건의하고 우리만의 독특한 프로그램도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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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도서관 여행,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곳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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