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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가수 유랑단, 왜 갑자기 팬들에게 혼났을까?

[TV 리뷰] tvN <댄스가수 유랑단> 유료공연 잡음+방송 지루함... 기대감과 거리 둔 제작

23.07.14 11:24최종업데이트23.07.14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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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방영된 tvN '댄스가수유랑단'의 한 장면 ⓒ CJ ENM

 
중견 여가수들의 전국 순회 공연 예능 tvN <댄스가수 유랑단>이 최근 팬들에게 혼쭐이 났다. 지난 9일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유료 공연에 대한 불만이 곳곳에서 쏟아진 것이었다. 김완선-엄정화-이효리-보아-화사 등 고정 출연진 외에 비, 샤이니 태민, 지코, 레드벨벳 슬기, 현아 등 화려한 초대손님들로 꾸며졌다. 그런데 현장 관객들은 <댄스가수 유랑단> 멤버들보다 게스트의 분량이 더 많았다는 점을 비롯해 여러 문제점을 지적했다. 

​사전 점검 및 기타 준비, 토크 등으로 인해 지체되면서 4시간 반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전해졌다. 밤 늦은 시간이 되서야 종료되면서 대중교통 등을 이용해 찾아온 관객, 지방에서 올라온 팬들은 귀가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프로그램 및 제작사 TEO 공식 SNS 등에 항의의 글을 쏟아냈다.  

​결국 다음날인 10일 제작진은 "심각한 폭우로 인해 당일 파이널 리허설 과정에서 정전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무대 진행과정에서 특수효과 및 전자 장비 등에 예상치 못했던 오류가 다소 발생해 공연 종료 시간이 예정보다 늦어지게 됐다"라며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유료 공연에 대한 원성의 목소리가 관련 SNS 댓글을 통해 심심찮게 목격이 되고 있다. 성난 팬심을 달래기엔 아직 부족함이 엿보인다.  

가수들은 열심히 하는데... 회차가 쌓일수록 심심해진다?
 

지난 13일 방영된 tvN '댄스가수유랑단'의 한 장면 ⓒ CJ ENM

 
​지난 13일 방영된 <댄스가수 유랑단> 8회 방송은 한 주 전에 이어 광주에서의 공연, 강원도 양양으로 휴식 겸 행사를 나선 멤버들의 즐거운 한때를 담았다. 김완선은 보아의 후반기 인기곡 'Only One' 안무 습득을 위해 직접 후배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1대 1 특강을 받기에 이른다.  더보이즈 멤버 현재의 피처링 협업으로 완성도 높은 무대를 만들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엄정화는 그동안 본인이 했던 음악, 형식과는 180도 달라진 이효리의 '치티 치티 뱅뱅'를 소화하고자 보컬, 댄스 연습에 매진했다. 인기 댄스 크루 라치카의 깜짝 등장으로 더욱 풍선한 무대를 만든 그녀는 자신의 순서를 마치면서 눈물까지 흘리는 등 쉽지 않은 도전을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이효리는 오랜만에 인기곡 '미스코리아'를 들려주기 위해 남편 이상순의 기타 연주 등 밴드 반주를 대동하고 풍성한 볼거리를 만들어냈다.  
  

지난 13일 방영된 tvN '댄스가수유랑단'의 한 장면 ⓒ CJ ENM

 
이렇듯 고정 출연진들은 매회 자신의 차례가 다가 오면 최고의 무대를 선사하기 위해 피나는 연습으로 시청자와 현장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댄스가수 유랑단> 프로그램은 회차가 쌓여질수록 방송 초반의 에너지, 재미 등이 희석되고 있어 아쉬움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단점을 야기하는 가장 큰 문제는 엇비슷한 구성의 반복을 손꼽을 수 있다.  

​가수들의 공연이 자주 열리지 않는 지방 중심으로 녹화가 진행되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각 공연, 방영분의 구성이 계속 닮아가는 것이다. 이동-먹거리 즐기기-대화-본 공연 및 준비과정 VCR 소개 등이 쳇바퀴 돌 듯 순환이 되면서 마치 몇 주 전 봤던 영상을 다시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매주 새로운 것을 기대하는 입장에선 고정 시청에 대한 욕구를 억제시키는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요즘 감각과는 어울리지 않는 자막 문구, 심야 시간대 100분에 걸친 장시간 방영 역시 유튜브 중심 짧은 콘텐츠를 선호하는 층에겐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시대가 달라졌다... 2010년대 방식의 제작은 곤란​
 

지난 9일 '댄스가수 유랑단' 서울 공연이 열린 화정 체육관 (댄스가수유랑단 공식 SNS) ⓒ CJ ENM

 
다시 논란의 서울 공연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제작진의 사과문도 올라왔지만 여전히 쓴소리가 이어지는 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 vs <댄스가수 유랑단>이 생각하는 관점의 차이를 드러내는 대목이다. 입장료 5만 5000원은 요즘 10만 원 이상 훌쩍 뛰어 넘는 각종 콘서트에 비하면 저렴한 축에 속하지만 방송 촬영 목적이라 하더라도 엄연히 유료 공연의 비용 지출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날 공연장을 찾아간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대표곡들을 듣고 그들과 호흡을 하길 바라고 찾아갔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던 것이다.

​"게스트를 보러 간 게 아니라 유랑단 멤버들을 보러 간 콘서트입니다.", "적어도 일요일 공연이니 오후 4시에 시작하던지... 이렇게 길게 녹화할 거 예상 못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는데 오후 7시 공연... 돈 내고 예매해서 갔는데 다 보지도 못 하고 기차시간 쫓겨서 나와서 너무 아쉬워요."

"진짜 아무리 서울콘이 마지막 방송용이라 해도 어떻게 5명 가수들 대표곡 들으러간 건데 그걸 하나 안 들려주나요. 딜레이랑 쓸데없는 토크 이런 건 말할 것도 없고 진짜 택시비에 다들 고생만 함." (공식 SNS 댓글 일부)

 

지난 13일 방영된 tvN '댄스가수유랑단'의 한 장면 ⓒ CJ ENM

 
방송 촬영을 전제로 콘서트가 마련되면 여러 가지 제약이 뒤따르곤 한다. 좋은 화면을 담기 위한 준비가 이뤄지는 만큼 각종 장비들로 인한 현장 관객들의 불편함도 수반되기 마련이다. 이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선 탄탄한 사전 준비는 필수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런 부분에서 미흡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예전 지상파 TV 시절의 제작 방식을 고스란히 답습한다는 점이다. 장시간에 걸쳐 길게 찍고 방영 시간 늘리는 게 이제는 능사가 아닌 시대이다. 과거 <무도 가요제> 등 숱하게 공개 행사를 치른 경험을 지녔지만 그때와 지금은 시청자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무조건 방송 촬영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이유도, 필요성도 없는 시대임을 감안하면 제작사 TEO 측에서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공교롭게도 이날 방영분의 주제는 'I AM', 나 다운 노래를 들려주는 무대를 꾸미는 것이었다. 최근의 몇몇 방송 내용과 유료 공연 잡음은 분명 김태호 PD답지 않은 모습, 그에게 기대하지 않았던 모습의 공존이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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