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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계일주2' PD "갠지스강 물 마신 기안 84, 더 놀라웠던 건"

[인터뷰]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시즌2 김지우 PD

23.07.14 18:02최종업데이트23.07.14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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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지난 6월 11일 첫 방송된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아래 <태계일주>) 시즌2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미지의 나라 '인도'로 떠난 기안84의 여행기를 그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방송된 시즌1은 기안84와 배우 이시언, 유튜버 빠니보틀이 열흘 동안 남미의 페루, 볼리비아를 여행하며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스타일의 극사실주의 여행기로 화제를 모았다. 그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태계일주> 시리즈는 이미 시즌3까지 제작을 확정한 상태다. 시즌2도 당초 8회 편성이었지만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2회가 연장 편성 되어 총 10부작으로 방송될 예정이다. <태계일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태계일주> 기획의 시작

12일 오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를 연출한 김지우 PD를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10년째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MBC 대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인기 웹툰작가 '기안84'는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독특한 생활 패턴을 선보이며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지우 PD는 이 별명에서부터 <태계일주> 기획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프로그램 제목이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지 않나.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기안84의 타이틀이 없었다면 만들어지기 힘든 기획이었다. 기획부터 프로그램의 태도가 중요했고 기안84는 현지와 거침없이 하나가 되려는 마음으로 여행을 즐기고 있다. 빠니보틀, 덱스도 그런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어서 (기안84의 역할이) 중요하고 크다고 생각한다. 기안84는 <태계일주>를 탄생시킨 일등공신이다."

시즌1 남미에 이어 <태계일주> 시즌2는 인도를 여행지로 택했다. 인도는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치안이나 위생 문제로 악명 높은 곳이기도 하다. 시즌2가 방송되기 전부터 기안84와 덱스 등 출연자들의 건강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이유다. 김지우 PD는 그럼에도 인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기안84가 가장 가고 싶었던 나라가 인도였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에 대한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면서도 "직접 인도를 다녀와서 느낀 건 '우리가 인도를 잘 몰랐구나, 인도가 이렇게 다양성을 가진 나라구나'였다. 편견을 갖고 볼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가능하면 가감없이 방송에 담으려고 했다"고 고백했다.

"저희가 여행을 시작한 인도 바라나시는 인도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공간이라면 수도 뉴델리는 인도의 현대와 미래를 상징한다. 그리고 다음으로 가게 되는 암니차르라는 지역은 평등의 교리를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무료급식, 자원봉사로 일궈지는 독특한 형태의 삶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히말라야 쪽은 시간이 멈춘 마을이라고 해서 문명과 동떨어진 곳이다. 육로가 1년에 몇 개월 정도밖에 열리지 않는다더라. 그 안에서 자신들만의 문화와 풍습을 이루고 사는 것이다. 저희는 재밌고 새롭고 그동안 (다른 여행 프로그램에서) 못보셨던 다양한 인도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제작진도 힘들었지만 동시에 '나도 여기는 처음 와본다. 이런 곳은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느꼈다. 힘들지만 계속 재미있게 여행하는 기분으로 촬영했다."

 

ⓒ MBC

 
인도에서도 기안84는 특유의 소탈하고 무던한 태도로 현지 주민들과 어울린다. 그는 인도인들이 시신을 씻는다는 갠지스강에 입수하는가 하면, 그 물을 망설이지 않고 마시는 모습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에 대해 김지우 PD는 기안84의 "자기는 피지컬이 아니라 '장지컬'이 강하다"는 말을 전하며 자신 역시 적잖이 놀랐다고 털어놨다.

김 PD는 "제작진도 그 현장을 보면서 장이 남다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 실제로 인도에서 다른 분들은 물갈이를 하기도 하고 배탈도 겪는 등 낯선 곳에서 고생을 했는데 기안84는 현지 음식을 누구보다 맛있게 거침 없이 드시고 전혀 아프지도 않았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가 놀라웠다. 남다른 소화능력이 있더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제작진은 기안84와 출연자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개입하지 않고 주로 관찰자의 입장에 머무른다. 그 덕분에 여행 예능이 아니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하는 팬들도 많다. 그러나 김지우 PD는 "만약 안전에 관련한 문제가 있을 때는 나서려고 한다"며 "예를 들어 시즌1 (페루 리마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빨리 빠져나가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뒤에 일정도 있고 여행이 중단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개입해서 출연자들에게 나가야 한다고 했었다. 인도에서는 덱스가 아팠을 때 혹시나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얼른 병원에 가자고 제안하고 함께 갔다"고 설명했다.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

이어 김지우 PD는 제작진으로서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가장 당황스러웠던 순간으로 인도 기차에서 벌어진 현지인들과의 자리 다툼 장면을 꼽았다. 당시 기안84와 덱스는 빠니보틀을 만나기 위해 뉴델리로 향하는 기차에 탑승했지만 예매한 자리에는 이미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자리를 차지한 현지인에게 "티켓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이들은 표가 없음에도 자리를 비켜주지 않았고 두 사람은 잠시간의 기싸움을 통해 자리를 얻어냈다. 김 PD는 이때를 회상하며 "기안84와 덱스가 (자리를 차지한) 현지인들과 계속 소통하고 긴 시간 함께했던 부분은 정말 예상치 못했다. 저희도 당황스러웠지만 그 안에서 생긴 관계들이나 예상치 못했던 우정이 엿보여서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인도 현지 상인들이 노상 마사지숍에서 터무니 없는 바가지 요금을 제시한 장면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당시 덱스는 5000루피(한화 약 77000원)를 요구하는 마사지사들에게 1인당 500루피만 지급하고 단호하게 대처한 반면, 기안84는 거의 5000루피를 모두 지급했다. 김지우 PD는 "여행을 하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상황 중에 하나였다. 누군가는 덱스처럼 그 상황에서 단호하고 명확하게 극복한다면, 또 누군가는 기안84처럼 즐겁게 여행하러 왔는데 굳이 (한국 물가랑 비교해서) 계산하기보단 받아들이자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여행하면서 출연자들이 스스로 자기들만의 기준이나 방법을 찾아가길 원했기 때문에 제작진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김 PD는 덱스와 기안84 사이를 중재한 빠니보틀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덱스와 기안84는 여행 스타일이 전혀 다르다. 흥정을 하는 방식이나 여행지에서 흔히 흥정해야 하는 순간에 누구는 명확하게 해서 손해보지 않는 게 중요하고, 누구는 조금 더 내더라도 낭만을 느끼기 위해 개의치 않아 하는 분들도 있다. 두 분의 스타일이 다른데 빠니보틀은 그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 준다. 이건 충분히 이럴 수 있다고 말해주기도 하고, 이번에는 이런 의견으로 가 보자고 제안하기도 하면서 둘 사이를 메워준다. 실제로 제작진도 현장에서 되게 많이 도움을 받았다."

한편 <태계일주>를 좋아하는 팬들을 위해 제작진은 최근 유튜브 '태계일주 베이스캠프' 채널을 생성해서 클립 영상이나 방송에는 담기지 못한 비하인드 영상들을 공개하고 있다.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에 기안84와 덱스가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을 담은 영상은 조회수 180만 회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김지우 PD는 이에 대해 요즘 TV로 본방송을 보는 분들 보다는 OTT를 통해 보시거나 혹은 유튜브에 올라온 짧은 클립 영상을 봐주시는 방향으로 (시청자가) 양분되어 있는 것 같다.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걸 해보자고 생각했다"며 "유튜브 채널을 통해 좀 더 팬들과 많이 소통하고, 재미있는데 방송에 담기 힘든 장면들을 유튜브에 올려보려고 한다. 이걸 통해서 시청자와 거리를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태계일주> 시즌2는 반환점을 돌아나온 시점이다. 총 10부작 중에 5회까지 방송되었고 앞으로 5회가 남아 있는 상황. 김지우 PD는 "히말라야에는 고산과 추위가 함께 있더라. 그 와중에 일정을 소화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쉽지 않았고 다들 체력도 떨어지고 있어서 마지막엔 정신력으로 촬영했다"면서도 "앞으로 기안84, 덱스와 빠니보틀이 완전체가 되어서 나아가는 새 여정을 떠나게 된다. 세 사람이 3인 3색으로 인도를 즐기고 누리는 모습이 재미있을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암니차르는 복식과 풍습이 지금껏 봐왔던 인도와 전혀 다르다. 터번을 쓰고 맨발로 다녀야 하는 문화가 있다. 또 더 북쪽으로 올라가서 히말라야라는 대자연과 융화되는 세 사람의 모습도 많이 기대해 달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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