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겐하임 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 내부. 2층에서 내려다 본 전시물
김연순
스페인 산세바스티안에서 빌바오까지는 버스로 이동하기로 했다. 터미널에 도착해 예약해 둔 오후 3시 출발 버스를 기다렸다. 터미널은 잘 정비되어 있고 여러 도시로 출발하는 버스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버스 출발시간에 맞춰 전광판에 하나씩 안내가 뜨는데, 이상하게도 빌바오 가는 버스 안내는 보이지 않는다. 잘못 왔나 싶어 직원이 있는 부스에 가서 빌바오행 버스가 여기서 출발하는지 물었다. 맞다고 한다. 좀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3시가 임박했는데도 감감무소식이다.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터미널을 잘못 찾아온건가,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안내 부스로 쪼르르 쫒아가 또 물었다. 여전히 여기서 출발하는 게 맞단다. 급기야 출발 시간 3시가 되었다. 그때서야 빌바오행 버스가 늦는다는 안내가 나오고, 버스는 결국 3시 20분쯤 왔다.
한국의 고속버스는 항상 정시에 출발하는 것만 보아왔기에 그 상황이 좀 황당했다. 그러나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당황하는 기색 없이 그러려니 하는 것 같다. 나도 평소라면 그 정도 마음의 여유는 있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때는 아니었다. 낯선 땅에서 서툰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는 상황이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영어를 능숙하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또 생각했다.
아름다움 가득한 도시
빌바오는 단지 구겐하임 미술관을 보려고 계획한 일정이다. 그러나 구겐하임이 다는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본 빌바오, 상상도 못한 공간과 아름다운 디자인이 가득한 도시였다.
빌바오 터미널에 도착해 숙소까지는 시내버스를 탔다. 모든 버스가 저상버스인데 버스 안의 풍경이 신기했다. 바닥에 휠체어는 물론이고 유아차가 안전하게 자리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위치 표시가 되어 있다. 이런 광경은 처음이다. 유아차를 미는 누구나 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유아차 자리로 이 곳이 표시돼 있는 것 자체가 그가 누려야 할 권리임을 드러내는 것 아닌가. 대단히 놀랍고 감동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