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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기 소지 자유' 외친 가수, 어떻게 빌보드 2위 올랐나

트럼프 등 보수 지지 업은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

23.07.27 11:02최종업데이트23.07.2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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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보드 핫 100 차트 2위에 오른 제이슨 알딘의 'Try That In A Small Town' ⓒ 워너뮤직코리아

 
최근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이 발표한 'Seven'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올랐다. 1위를 경쟁한 두 곡이 모두 컨트리 가수의 노래라는 점이 음악팬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위는 제이슨 알딘의 'Try That In A Small Town'이다. 3위는 지금까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14주나 차지했던 모건 월렌의 'Last Night'이다.

2위를 차지한 제이슨 알딘은 데뷔 18년 차의 베테랑 컨트리 가수다.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름이지만, 꾸준히 높은 성적을 거둬 온 아티스트다. 제이슨 알딘은 다운로드에서 높은 성적을 거두면서 빌보드 핫 100 차트 2위까지 올랐다.

'Try That In A Small Town'은 특별할 것이 없는 컨트리 록처럼 들린다. 이 곡을 특별하게 만든 것은 뮤직비디오다. 지난 14일 공개된 이 뮤직비디오는 미국 테네시주 법원에서 촬영되었다. 테네시주 법원은 1927년 18세 흑인 소년 헨리 초트(Henry Choate)가 수백 명의 백인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다가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 초트는 16세 소녀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혐의로 추궁받았지만 재판을 받기 전 백인들의 폭행으로 사망했으며, 소년의 시신은 법원 2층에 매달렸다.

뮤직비디오에는 각종 시위에 참여하거나 약탈에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이 삽입되어 있다. 'Black Lives Matter(흑인의 삶도 중요하다)' 운동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 역시 담겨 있는 만큼, 곡의 타겟은 명확하다. 'Try That In A Small Town'은 이러한 행동을 작은 마을(Small Town)에서 하면 응징할 것이라는 내용을 노래하고 있다.

경찰에게 욕을 퍼붓고, 국기를 짓밟고 불태우는 사람은 이 가사 속에서 제지받아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2절에서는 더욱 과감하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며, 총기 소지를 자신의 권리라고 외치고 있기 때문이다. 알딘은 "내겐 할아버지가 주신 총이 있어", "그들은 언젠가 사람들이 총을 반납할 것이라 하지만, 그런 건 도시에서나 가능하지. 행운을 빌어"라고 노래한다. 뮤직비디오는 평화로운 마을과 농촌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정상성'에 대한 알딘의 믿음을 드러낸다.

노래 한 곡이 보여주는 '갈라진 미국'
 

▲ Jason Aldean - Try That In A Small Town (Official Music Video) ⓒ Jason Aldean

 
미국 테네시 주의 주 의원인 저스틴 존스는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무도하고 비열한 인종차별적 노래를 규탄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셰릴 크로우 등의 유명 뮤지션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곡이 인종차별적이며 총기 소지를 긍정한다는 논란이 일자, 미국의 케이블 방송 CMT는 제이슨 알딘의 뮤직비디오를 보이콧했다. 알딘은 "인종에 대한 언급은 노래에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그러자 미국의 보수 세력은 제이슨 알딘의 노래를 재생하고, 다운로드하거나 음반을 구매하면서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 곡의 판매량은 1000장에서 22만 8000장까지 치솟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에 출사표를 던진 비벡 라마스와미는 이 곡이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제이슨 알딘을 끝까지 응원하십시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글과 함께 지지 행렬에 동참했다. 보수 진영에서는 '폭력과 마약, 살인 등의 범죄를 긍정하는 힙합 음악에는 문제가 없는가'라며 진보 진영에 대한 공세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제이슨 알딘은 과거 트럼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했으며, 2021년에는 코로나 백신 접종과 마스크 착용을 반대하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이며, 나는 이 나라를 그대로 지키고 싶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미 흑인 비하 표현을 사용했다가 보이콧을 당했던 모건 월렌이 2023년 최고의 컨트리 스타로 올라선 일이 현재진행형이다. 제이슨 알딘의 순항은 모건 월렌에 못지않은 보수파의 반격을 상징한다. 한 개의 노래가 오늘날의 미국이 얼마나 분열되어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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