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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주목받는 이 애니메이션... 이유 있는 인기였다

[김성호의 씨네만세 517] <귀멸의 칼날> 2기 환락의 거리편

23.07.29 11:48최종업데이트23.07.29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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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그야말로 이야기의 범람이라 할 쏟아지는 작품 가운데 수많은 독자와 만나 그들을 감화시키는 몇몇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21세기 등장한 여러 작품 가운데도 시대의 이야기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은 것이 몇 편쯤은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귀멸의 칼날>이다.
 
21세기 들어 일본 만화계가 내놓은 최고 인기작이자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돼 전 세계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이 작품은 이 시대 대중이 바라는 이야기가 어떤 것인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거듭하여 닥쳐오는 역경과 성장, 빠른 전개와 전환, 나아가 소설 가운데 강조되는 전통적 가치들은 이 작품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흥행하는 여러 콘텐츠에서 점차 강화되는 특성이라 해도 좋을 것이기 때문이다.

<해리포터>가 열어젖힌 영미권의 하이틴판타지 콘텐츠가 그러하고, 1조원 시장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잇따르는 한국의 웹소설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라 할 만하다. 더 선명하고 빠른 이야기, 그러면서도 강조되는 우정이며 사랑, 정의 같은 예스런 가치들이 호응 받는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 귀멸의 칼날 포스터 ⓒ 유포터블

 
시대의 선택 받은 권선징악 모험기
 
<귀멸의 칼날>은 기본적으로 선한 이들이 악한 자들을 처단하는 모험기다. 세상은 혈귀라 불리는 요괴가 횡행하는데, 인간을 잡아먹는 이들의 악행으로 수많은 피해가 발생한다. 그러나 정부는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여 귀살대라 불리는 민간 집단이 나서 혈귀를 사냥하기에 이른 것이다.

주인공인 탄지로는 혈귀로 변한 동생을 데리고 그녀를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여정에 나선다. 그는 우여곡절 끝에 귀살대에 가입하고 다가오는 위협 속에서 동생을 인간으로 바꾸기 위한 모험을 거듭한다.
 
2기는 환락의 거리(유곽) 편이다. 1기와 극장판인 무한열차편에서 성장을 거듭한 탄지로는 어느덧 어엿한 귀살대의 일원이 되어 새 임무에 합류한다. 임무를 이끄는 건 귀살대 최고 계급인 '주'의 일원 우주이 텐겐이다. 무한열차편에서 또 다른 주의 일원을 잃은 경험을 한 탄지로가 또 다시 주와 임무를 수행하는 기회를 갖는다. 닌자 출신으로 다양한 기술을 가진 텐겐이 탄지로의 동료들과 함께 지난 수개월 간 유곽에서 실종된 이들의 뒤를 쫓는 것이 이 시리즈의 주된 얼개가 되겠다.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유포터블

 
가족애로부터 공동체로 나아가는
 
이야기는 언제나처럼 혈귀의 등장과 그의 처단으로 이어진다. 2기의 악당은 혈귀 가운데 최고라 꼽히는 여섯 '상현' 가운데 하나로, 추한 모습의 오빠와 미녀인 동생이 짝을 이뤄 활동하는 요괴가 되겠다. 유곽에 은신하며 남몰래 사람들을 해하던 이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2기는 더욱 격렬하고 파괴적인 흐름 속으로 빠져든다.
 
오누이와 오누이의 대결이란 점에서도 2기는 특징적이다. 주인공인 탄지로와 네츠코의 우애야 시리즈를 거듭하며 이어온 인기의 비결 중 하나다. 험난한 세상 가운데 그래도 끝까지 지켜져야만 하는 게 가족이라는 생각은 공동체가 무너져가고 각자도생의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현 일본의 시국 가운데서 특별한 힘을 발휘했다.

2기에선 주인공과 악당이 모두 오누이로, 그들이 오늘에 이르게 된 과정이 등장하며 보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가족애를 강조하고 그로부터 다른 관계까지 인간 사이의 유대를 확장해나가는 이 이야기의 성질이 잘 드러난 편이라 하겠다.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유포터블

 
돌고 돌아 결국은 인간, 우리의 오늘을 돌아보며
 
많은 이들이 <귀멸의 칼날>이 거둔 신드롬적 인기가 무엇으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궁금해한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들이 언급하는 것이 바로 가족주의다. 특히 일본을 위시한 여러 선진국은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저출산 추세까지 오랫동안 이어져 전 세대보다 가족의 수가 줄어들고 그 형태 또한 달라졌다. 이웃이며 직장의 개념 또한 달라져서 개인의 삶은 스스로 파편화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흐름이다.
 
부모와 형제, 이웃이며 동료들과 가까이 하며 깊은 유대를 갖는 삶은 오늘날 한국에서도 그리 흔치만은 않은 풍경이다. 과거 어느 때보다 일상의 긴 시간을 홀로 보내며 타인과의 접촉 또한 과거의 가족과 이웃의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채 외로움을 달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은가. 이대로도 나쁘지 않다고,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고 나 또한 그런 불편을 겪지는 않겠다며 거리를 두고 있는 사이 인간은 더 예민하고 외로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는 건 아닌가.
 
얼핏 당연하게까지 여겨지는 오늘의 삶은, 그러나 길고 긴 인류의 역사 가운데선 매우 이질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급격하게 사라져 간 온갖 것들을 노골적이면서도 강렬하게 자극하는 이 시리즈가 폭발적 인기를 구가하는 상황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하겠다.
 

▲ 귀멸의 칼날 스틸컷 ⓒ 유포터블

 
덧붙이는 글 김성호 평론가의 얼룩소(https://alook.so/users/LZt0JM)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의 씨네만세'를 검색하면 더 많은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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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기자.글쟁이. 인간은 존엄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믿음을 간직한 사람이고자 합니다. / 인스타 @blly_kim / 기고청탁은 goldstarsk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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