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04 17:09최종 업데이트 23.08.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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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후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불법 하도급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다. 위법 행위가 발견될 경우 발주청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은 무거운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2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근 누락으로 붕괴된 GS건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사고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GS건설 현장에서 불법 하도급이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가 아파트 지하주차장 철근 누락 조사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순살 아파트' 같은 부실 시공의 근본 원인으로 오랫동안 지목돼온 불법 다단계 하도급 문제에 대해선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상 건설업은 한 차례의 하도급만 허용된다. 건설산업기본법 29조 3항은 '하수급인은 하도급받은 건설공사를 다른 사람에게 다시 하도급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가 된 GS건설 검단 아파트 현장의 경우, 원청인 GS건설이 '상하건설'이라는 철근·콘크리트 전문건설업체에 철근 공사 하도급을 맡겼다. 여기서 만약 상하건설이 또다시 하도급을 내렸다면 '불법 재하도급'이 되는 것이다.

사고가 난 GS건설 현장에서 일했던 철근공 중 어렵게 취재에 응한 한 익명의 노동자는 <오마이뉴스>에 해당 현장의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증언했다. 그는 "당시 현장에도 하도급 '오야지(팀장)'가 따로 있었다"고 말했다. 상하건설 아래에 별도의 도급이 더 이뤄졌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이 제한하는 한 단계(GS건설 – 상하건설) 이상의 하도급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 이같은 불법 다단계는 만연해있다고 한다. 한 철근공은 "특히 불법 체류자(미등록 이주노동자)들로 구성된 팀들은 더 심각하다"라며 "외국인들이 신분상의 이유로 정상적인 통장을 개설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팀·반장이나 오야지들이 임금을 통째로 받은 다음 중간에서 돈을 떼고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취재 결과 문제의 GS건설 검단 아파트 공사 현장에도 상당수 철근공이 베트남 등에서 온 외국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 "불법 하도급, 경찰에 수사 의뢰... 팀장은 모두 한국인"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붕괴 현장 ⓒ 연합뉴스

 
국토부도 이같은 불법 재하도급 정황을 인지하고는 있다. 김규철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지난 7월 5일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특별점검 및 건설사고조사위원회 조사결과 발표'에서 "불법 하도급과 관련해 현재 저희들이 확인한 결과로는, 사고 지점 시공팀 12개 중에 4개 팀 팀장이 팀원 임금을 일괄 수령한 후에 하청 팀원 간 근로계약서와 다르게 임의로 배분한 사례가 있었다"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협의해 불법 하도급 여부에 대해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4일 통화에서 "팀장들에게 시공을 맡긴 것이 불법 하도급이라고 판단하려면 계약서 등 직접적인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부처 차원의 조사로는 한계가 있다"라며 "수사기관의 수사가 필요해 7월 6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측은 "(검단 현장)시공팀 중 외국인이 많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팀장은 모두 내국인이었다"고 했다. 다만 "불법 체류자 여부까지 확인되진 않았다"고 했다.

GS건설 측은 '불법 하도급 의혹에 대해 알고 있었나'라는 질문에 "파악한 바 없다"고 답했다. 상하건설 측은 "재하도급 문제는 우리와 관련이 없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021년 6월 9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산업개발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사고에서도 불법 재하도급이 확인돼 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8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고, 이후 사측의 요청이 받아들여져 4억여 원의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대체됐다. 하도급 업체들은 형사 처벌을 받았다.

지난 2022년 1월 6명의 사망자를 낸 현대산업개발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에서도 불법 재하도급 정황이 확인됐지만, 아직 관련 법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GS건설이 시공하던 인천 검단 아파트(AA13-2블록 1666세대) 지하 주차장은 무량판(들보·벽 없이 기둥으로만 천장을 떠받치는 방식) 구조에서 필수적인 철근 '전단 보강근'이 기둥 절반 가량에서 누락돼 지난 4월 29일 붕괴, '순살 아파트' 파문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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