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10 07:13최종 업데이트 23.08.11 15:53
  • 본문듣기

3일 지하 주차장 무량판 구조 기둥 일부에 철근이 빠진 것으로 확인된 경기도 오산시의 한 LH 아파트에서 보강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수십년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일한 건설 노동자들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아파트 안전진단 토론회'에 참석해 철근 누락으로 붕괴한 GS건설 검단아파트 현장 같은 부실 공사가 도처에 만연해있다고 증언했다.

다음은 현장 노동자들의 발언을 정리한 것.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씨 "짜고쳐서 만드는 불량 콘크리트"

"레미콘에서 일한 지 30년 정도 된다. 일단 레미콘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건설사가 납품 가격 덤핑을 요구한다. 이러면 레미콘 회사는 생산 원가를 낮추기 위해 배합을 조작한다. 비싼 시멘트 비율을 줄이고, 값싼 석탄재 등의 비율을 높이면서 레미콘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


또 간혹 골재 품귀 현상 일어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정상적인 골재가 아닌, 모래와 자갈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사용해선 안 되는 일반 흙을 쓰거나, 바다 모래, 즉 '해사'를 쓰기도 한다. 해사는 잘 세척해야 하는데, 건조를 잘 안 하면 염분이 그대로 있는 상태로 레미콘이 생산된다. 자갈도 아끼려고 일반적인 돌을 깬 걸 사용한다든가 해서 불량이 나올 수도 있다. 다 비용 절감 때문이다.

뿐만이 아니다. 레미콘 회사가 물량을 상차해서 건설현장까지 가면, 보통 하절기에는 90분, 동절기에는 120분 이내에 타설이 이뤄져야 한다. 근데 그렇게 안 되고 현장에서 2시간, 3시간씩 대기한다. 레미콘은 반제품인데, 이러면 차량 안에서 굳어버린다. 물량이 잘 나오지 않고, 축구공처럼 동그랗게 굳어서, 쭉쭉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건 원래 폐기처분 해야 하는데, 대부분 그냥 타설한다. 현장에선 레미콘 굳지 않게 물을 좀 많이 타달라고 한다. 물을 섞는 '가수'는 흔하다. 당연히 콘크리트 강도는 떨어진다. 심지어 어떨 땐 콘크리트가 너무 굳어서 삽으로 깨가면서 타설하는 경우까지도 있다.


그나마 건설노조가 근무하는 곳은, '이건 불량 레미콘이니까 폐기처분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외 일반 레미콘 기사들이 그런 요구를 하면, 무시되거나 아니면 건설사가 레미콘 기사가 소속된 레미콘 공장에 전화한다. '당신네 기사가 한번만 더 이런 얘기를 하면 당신네 물량 배정된 걸 한 달이고 두 달이고 끊어버리겠다'고 한다. 반협박성이다.

여름에 굉장히 빈번한 일인데, 레미콘이 보통 한대 타설하는 데 5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원래는 5분 간격으로 레미콘 공장에서 건설현장으로 배차를 보내야 맞다. 하지만 건설현장에서는 펌프카에 물량을 타설하다가 잠깐이라도 끊기는 걸 싫어한다. 건설사는 또 레미콘 공장에 전화해서 '당신네 차량이 중간중간 끊기니까 자꾸 이러면 레미콘 물량 한달 간 끊겠다'고 한다. 이러니 레미콘 공장에서는 차가 있는 대로, 10대고 20대고 30대고, 한꺼번에 그냥 건설현장으로 몰배차 한다. 현장 가보면 수십 대가 줄을 선다. 여기서 2~3시간 기다리면 또 콘크리트가 굳는다.

공기 줄이려고 요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데도 안전 장치 없이 레미콘 물량을 타설하기도 한다. 심지어 시멘트하고 골재가 분리가 돼서 둥둥 떠나니기까지 한다. 타설한 데가 푹푹 파였는데도 무리하게 막 공사를 진행한다.

이런 걸 관리해야 할 곳은 건설사 품질관련 실험실이다. 하지만 여기도 다 짜고 친다. 만약 오늘 레미콘을 어느 현장에 50대를 타설한다고 하면, 사전에 5대를 품질관리 실험할 거라고 건설사에서 얘기를 해준다. 그러면 레미콘 공장이 건설사 실험실한테 미리 소통한다. '1번하고 5번 15번 25번 40번 차량을 실험을 해주세요'. 5대 실험용 차량은 시멘트 양을 정상적으로, 오히려 더 많이 넣어서 강도가 잘 나오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육안으로만 봐도 골조가 중간중간 빠지거나 비어있는 데가 생긴다. 그럼 어떻게 하는줄 아나. 미장을 해서, 덧칠을 해서 은폐한다. 우리 같은 레미콘 노동자들은 '저거 언젠가 또 분명히 문제가 될 텐데' 할 수밖에 없는 거다. 사고는 다만 현재 발생하지 않았을 뿐이다."
 

30년차 레미콘 노동자 김봉현씨.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들은 철근 누락으로 붕괴한 GS건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같은 부실 공사가 도처에 만연해있다고 증언했다. ⓒ 김성욱

 
17년차 철근 노동자 한경진씨 "중간층 이상은 감리도 없어"

"17년째 철근 업자로 일하고 있다. 공사 현장엔 외부인이 못 들어오니까 일반인 분들은 모르실 텐데, 공사장 펜스 안에선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일단 지금 철근 공사 현장에 가보면 70~90%는 외국인이다. 대부분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숙련공은 30%도 안 된다. 인력이 많이 투입되는 지하 공정에서는 하루 40~70명 정도의 철근공이 투입되는데, 이주노동자들 통솔하는 관리자는 겨우 1~2명뿐이다. 도면에 나온 대로 제대로 시공할 수가 없는 구조다.

GS건설 검단 아파트는 지하층이 붕괴돼서 지하에만 부실공사가 있는 것처럼 말씀들 하시는데, 20년 일한 사람이 보기에 실제 입주자들이 사는 아파트 본건물에 부실시공이 더 많다. 일단 철근 결속(수평근과 수직근을 묶는 것) 자체가 되질 않는다. 아파트가 중간층까지 올라가면 감리가 중간 층 이상은 아예 올라가 보지도 않는다. 이러다 보니 원청의 기사라든지, 대리가 시공이 잘된 부분만 사진을 찍어서 보고를 한다. 그대로 승인이 나면 형틀목수가 바로 작업을 하고, 공구리(콘크리트)를 친다. 우리가 천정 위에 올라가서 옹벽을 흔들면 손으로 빠질 정도다.

본건물 지상층은, 내국인 근로자가 아예 한 명도 없다. 거의 100% 외국인이다. 단가를 줄이기 위해서다. 한때는 중국 교포들이 많았는데 그들도 임금이 올라가다 보니, 제 3국, 베트남이나 태국 등이 많다. 온지 얼마 안돼 철근에 문외한인 이들이 흉내만 내는 정도로 작업을 한다. 큰 문제는 이들의 임금이 고정된 게 아니고 평당 얼마씩으로 정해진다는 거다. 빠른 시간에 많이 작업해야 가져갈 금액이 많아지기 때문에 일단 철근 결속 자체를 하지 않는다. 철근만 붙어있으면 그냥 넘어간다. 전국 모든 아파트가 이렇다고 장담한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 옹벽은 기둥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철근이 촘촘하게 들어가야 된다. 만약 철근 간격이 10cm면, 그 10cm 간격으로 철근이 다 묶여 있어야 하는데, 많아야 세 번 정도만 묶인다. 8m 철근이라면 2m 간격으로만 한번씩 묶는다는 거다. 여기에 콘크리트를 붓는다 해도 철근이 제자리에 붙어 있을까? 망치로 살짝만 두드려도 철근이 떨어지는데. 심지어 감리가 검침을 끝내면 하던 작업도 다 안 끝내고 콘크리트 붓는 경우도 많다. 다 공기 단축 때문이다. 건설사는 '내일 타설이니 오늘까지 끝내라', 이렇게 압박한다.

건설사가 노동조합을 기피하는 건 철근 100번을 묶어야 될 데를 100번 다 묶기 때문이다. 당연히 외국인들보다 작업하는 속도보다 느리다. 하지만 이게 정상이다. 노조 한지는 11년 됐는데, 부실시공을 막는 최후의 보루는 노조밖에 없다고 본다.


감리도 문제다. 감리는 공사 초반에만 잘 보인다. 현장이 중간쯤 진행되면 감리는 점점 보이지 않는다. 원청의 말단 직원, 기사, 그러니까 갓 대학교 졸업한,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 관리 감독하는 게 전부다. 이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 작업자들에게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다. 사진도 형식적으로 공사가 잘된 쪽만 찍는다. 시공이 부실한 부분은 찍지도 않는다. 그런 사진들을 감리에게 보고하면, 승인이 떨어지고, 그 다음날 바로 타설하는 구조다.

노조에서 이런 걸 문제 삼아 노동청에 민원을 넣어보기도 했다. 그럼 불시에 나와서 점검해야 할 것 아닌가? 근데 일주일 전에 미리 언제 나가겠다고 다 알려주고 나온다. 정부는 건설사와 한통속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17년차 철근공 한경진씨. 9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건설 노동자들은 철근 누락으로 붕괴한 GS건설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같은 부실 공사가 도처에 만연해있다고 증언했다. ⓒ 김성욱

 
[관련기사] "철근 안 묶고, 콘크리트엔 물 섞어... 아파트 본 건물도 위험"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독자의견


다시 보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