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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겐 집착, 학교에선 폭군... 오은영의 처방은?

[리뷰]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

23.08.20 10:33최종업데이트23.08.2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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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된다는 건 어떤 것일까. 어떤 부모가 될 것인가. 많은 함의가 담긴 질문이고, 그 답을 찾기란 어려운 일이다. 초등학교 6학년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 대디가 18일 방송된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새끼>를 찾았다. 그는 11년째 홀로 금쪽이를 양육 중이라고 밝혔는데, 지인들의 도움을 받았기에 엄밀히는 홀로 키운 건 아니었지만, 이혼 후 금쪽이의 양육을 담당한 건 사실이었다. 

담임 선생님의 제보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금쪽이는 수업 시간 중 냅다 소리를 질렀고, 험한 말과 욕설을 내뱉었다. 책상을 차고 친구를 위협하기도 했다. 아빠는 금쪽이가 2학년 때 ADHD 판정을 받았고, 약 복용과 각종 치료를 병행했으나 차도가 없어 방송 프로에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그에게는 오은영 박사가 마지막 동아줄인 셈이다. 

드러난 문제들

<요즘 육아 금쪽 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부자 사이는 친구처럼 보였다. 금쪽이는 밖에서도 아빠 손을 꼭 잡고 다녔고, 스킨십을 하며 장난을 걸었다. 또, 아빠에게 매달려 뽀뽀를 하기도 했다. 오은영은 초6에겐 과한 스킨십이라며, 유아기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 후, 금쪽이는 2살 때부터 주양육자가 바뀌는 환경에서 자랐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5세~7세까지는 교회 지인이 돌봐줬다. 아빠의 생업 때문이었다. 

그 때문일까. 금쪽이는 과도한 불안에 노출되어 있었다. 외출 시간을 어긴 일로 아빠가 반성문을 작성하라고 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며 화를 냈다. 답답해진 아빠는 "잠깐 나갔다 올게"라며 쓰레기를 버리러 밖으로 나갔다. 아빠가 없어진 것을 확인한 금쪽이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받지 않자 욕설과 격한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기도 했다. 

아빠는 금쪽이가 자신이 없으면 안절부절 못한다며, 하루에도 30~40통씩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아이의 불안을 키우는 부모 유형'을 설명하며, 대표적으로 "아이에게 거짓말을 자주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단지 거짓말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정확한 설명이 없으면 아이의 불안이 높아진다는 뜻이었다. 아빠의 "나갔다 올게"라는 부정확한 설명을 지적한 것이다. 

"금쪽이의 가장 큰 문제는 나이에 맞지 않게 어린 시절에 겪으면서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는 거예요." (오은영)

금쪽이는 잠을 잘 때도 아빠와 한 침대에서 붙어 자려고 했는데, 불편한 아빠는 이를 거부했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가 이어졌고, 금쪽이는 결국 칭얼대며 손가락을 빨며 잠들었다. 금쪽이는 건강한 애착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불안정 애착 중 집착형에 해당됐다. 사랑을 늘 확인하고 싶은 유형으로, 이와 같은 과도한 집착은 상대방을 멀어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앞서 살펴봤듯, 금쪽이의 학교 생활은 매우 심각했다.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친구들에게 욕설부터 쏟아냈고, 알아들을 수 없는 농담과 맥락에 맞지 않는 말들을 했다. 담임 선생님이 들어와도 자리에 앉지 않았고, 수업을 방해하는 산만한 행동을 이어갔다. 당연히 선생님의 지시를 듣지 않았다. 또, 갑자기 휴대전화를 꺼내 음악을 틀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도 했다. 

반 친구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계속됐다. 수업 중 짝궁을 건드리며 괴롭혔고, 이를 선생님이 제지하자 격한 반응을 보였다. 반항은 계속됐고, 욕설까지 내뱉었다. 교실 분위기는 갈수록 험악해졌다. 하지만 상담실로 간 금쪽이는 언제 화냈냐는 듯 온순해져 있었다. 상담 선생님의 말을 잘 따르는 모습이었다. 이렇듯 장소에 따라 기분이 급변했다. 들쑥날쑥한 감정 기복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부드리는 것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고, 어떤 도움을 줄 것이냐를 얘기해야지 이 장면에서 나오는 자극적인 모습만을 가지고 얘기하는 건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은영)

오은영은 방송의 일부 장면만 보고 무리한 억측을 하는 건 모두에게 상처를 줄 것이라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가정과 학교의 촘촘한 교육에 따라 금쪽이이 미래가 달라질 것이라며 솔루션을 향한 의지를 드러냈다. 먼저, 오은영은 금쪽이의 욕에 다른 측면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유일한 소통 방식이 욕이라는 것이다. 

금쪽이는 욕에 대한 친구들의 부정적 반응조차도 관심이라 여기고 있었는데, 그것이 친구들을 자신에게서 멀어지게 한다는 것까지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점점 심한 욕을 하며 잠깐이라도 주목을 받으려 하는 것이다. 악순환에 빠져 있었다. 오은영은 금쪽이가 아빠와 주고받는 욕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때 금쪽이의 욕은 '거울형 욕'이었는데, 아빠의 행동을 배웠던 것이다. 

이를 동일화라고 하는데, 이 경우에는 공격자와 동일시(identification with the aggressor)라고 볼 수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을 모방하며 불안을 해소하는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것이 그 예이다. 오은영은 아빠에게 욕을 금지시켰다. 욕은 그 자체로도 나쁘지만, 부모의 지도력을 갖추려면 나쁜 행동을 보이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혼자 침대에 누워 있는 금쪽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고, 마음이 상한 금쪽이는 아빠에게 달려갔다. 사무치는 외로움을 아빠에게 안겨 달래는 듯했다. 금쪽이는 10여년 간 숨겨왔던 이혼 사실에 대해 물었다. 정확한 이유도 모른 채 엄마를 그리워했을 금쪽이의 마음이 안쓰러웠다. 하지만 머쓱해진 아빠는 되레 역정을 내고 말았다. 

금쪽이는 언제 부모의 이혼을 알게 됐을까. 오은영의 질문에, 아빠는 5학년 때라고 대답했다. 아이가 크면 자연스럽게 알게 해주려고 했는데, 병원에서 가족관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금쪽이가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얼마나 충격스러웠을까. 부모의 갑작스러운 이혼을 알게 된 금쪽이는 "엄마가 나 버린 거야?"라며 낙담했다고 한다. 이는 불안이 커지는 계기가 됐으리라. 

"친구들은 금쪽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상한 아이, 정신이 이상한 아이. 나도 모르게 행동이 막 나와. 나도 너무 힘들어. 나는 친구들 사귀는 방법을 잘 모르는 거 같아." (금쪽이)


금쪽이의 속마음

금쪽이는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하고 있지만, 그 방법을 몰라 어려워하고 있었다. 또, 아빠도 엄마처럼 자신을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움에 떨었다. 그렇다면 엄마에 대해서는 어떤 마음을 갖고 있을까. 금쪽이는 엄마 아빠와 같이 살고 있다며, 두 사람의 가운데서 자고 싶다는 소망을 꺼내놓았다. 그동안 꾹 눌러왔던 마음을 꺼내고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오은영의 금쪽 처방은 무엇일까. 그는 금쪽이가 스스로 생활해나가는 힘이 부족하다며 비어 있는 마음의 그릇을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쪽 처방은 '잘 지내 부자'였다. 부모와 자녀 간 따뜻한 일상을 경험하지 못한 금쪽이를 위한 솔루션이었다. 금쪽이에게는 깊고 친밀한 정서적 에너지를 느끼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야 다른 사람에게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쪽이와 1:1 면담에 나선 오은영은 거친 말을 계속 쓰면 친구를 만들 수 없다는 돌직구를 던져 금쪽이에게 경각심을 불어 넣었다. 아빠는 금쪽이와 촬영 영상을 함께 시청하며 문제점을 짚어나갔다. 부끄러운 흑역사를 접한 금쪽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러면서도 친구들을 사귀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과연 금쪽이는 달라질 수 있을까. 

거친 말을 잠재우기 위한 연습에 돌입했다. 함께 운동을 하며 체력과 인내심을 함께 키워보기로 했는데, 금쪽이는 얼마 못 가서 화를 참지 못하고 폭발해버렸다. 아빠는 솔루션이 의미를 상기시켰고, 금쪽이는 다시 마음을 진정시켰다. 친구들과 가까워질 날을 기대하며 스스로 화를 잠재운 것이다. 또, 담임 선생님의 도움으로 방학 중 학교롤 찾아 자기 소개 연습에도 매진했다. 

가족관계증명서를 발급받아 가족의 존재를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아빠는 증명서에 기재된 엄마의 이름을 보여주며, 부모로서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강조했다. 금쪽이는 그 얘기에 행복감을 드러냈다. 내침김에 가족 채팅방도 만들었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채워주기 위한 선물이었다. 금쪽이는 엄마와 소통하며 뿌리에 대한 불안을 종식시켜 나갔다. 

그동안 또래답게 노는 법을 몰랐던 금쪽이는 아빠와 함께 게임 연습도 하며 친구들을 만날 준비를 했다. 드디어 학교에 간 금쪽이는 준비했던 자기 소개를 훌륭히 마쳤고,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허물없이 어울렸다. 고맙게도 친구들은 변화의 의지를 보이는 금쪽이를 수용해주었다. 앞으로 금쪽이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채워지길 응원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금쪽같은 내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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