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22 10:43최종 업데이트 23.08.22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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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의 로렐 로지에서 열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 연합뉴스


한미일 정상회의에 다녀온 조태용 국가안보실장이 독도 안보에 대해 지극히 안이한 인식을 드러냈다. 21일 오후 SBS <편상욱의 뉴스 브리핑>에서 그는 자위대가 '독도에 내리겠다'고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 방송에서 편상욱 앵커가 '이번 정상회의의 결과로 한미일 3국의 연합군사훈련이 정례화됨에 따라 한일관계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취지로 운을 뗐다. 이어 "일본이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만약에 자위대가 나와서 같이 훈련하다가 독도에 내리겠다 하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이런 걱정을 하시는 분들도 있더군요"라고 의견을 묻자 조태용 안보실장이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는 허가하지 않을 것이고요. 두 번째로는 그런 요청도 아마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협력을 하자는 것이지, 주권 중에서도 가장 중심이 되는 영토주권에 저촉이 되는 어떤 일도 할 수가 없는 일이고, 또 우리 군에서 우리의 바다와 땅을 튼튼하게 지킬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일은 없을 것이고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한일 연합훈련을 하는 목적은 양국 협력을 하자는 데 있으므로 한국의 영토주권을 침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은 조태용 안보실장이 일본을 천사의 나라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구한말에도 일본은 한국과 협력하자며 분위기를 띄우다가 결국 한국을 침략했다. 안보실장의 안보 인식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다.

그는 일본군이 '독도에 내려도 되겠느냐?'고 한국에 요청하는 것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상대방한테 허락받고 침략하는 나라는 없다.

'어떤 섬 탈환 작전'

조태용 실장이 외교통상부 북미1과장으로 있던 때는 1997년 11월에 터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나라가 어수선한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본부에 근무하는 외교관이라면 신경 써야 할 사건이 발생했다. 1999년 여름 한일 양국에서 보도된 자위대의 '어떤 섬 탈환 작전'이 그것이다.

그해 7월 27일 자 <동아일보>는 "지난해 일본 자위대의 '어떤 섬 탈환 작전'이 뒤늦게 관심을 끌고 있다"며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26일 일본 도쿄신문에 따르면, 육해공 자위대를 통괄하는 방위청 통합막료회의(합동참모본부)가 지난해 11월에 세운 작전 시나리오는 이렇다. 일본열도의 서쪽 바다(동해)에 있는 '어떤 섬'이 점령됐다고 가정하고 대규모 육해공 자위대를 투입해 이 섬을 탈환한다는 것."
 

1999년 7월 27일 자 <동아일보> 기사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일본열도 서쪽에 있는 섬을 탈환하는 군사작전이라고 했다. 일본열도 서쪽 섬 중에서 일본이 빼앗고자 하는 섬이면 독도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와의 사이에서 문제가 되는 북방 4개 섬은 일본열도 북쪽에 있고, 대만 및 중국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되는 센카쿠열도(조어도·댜오위다오)는 일본열도 남쪽에 있다.

이 시나리오는 계획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실행됐다. 다만, 장소는 바뀌었다. 위 기사는 "동해에는 연습을 할 만한 섬이 없어 자위대는 태평양에 있는 이오(유황)섬을 연습장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훈련을 앞두고 "방위청 안에서 우려가 제기됐다"고 위 기사 속의 <도쿄신문>은 전했다. "이 훈련이 한국과 중국을 자극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런 우려 때문에도 일본과 필리핀 사이의 이오섬을 훈련 장소로 잡을 수밖에 없었다.

방위청은 한국뿐 아니라 중국과의 마찰 가능성까지 우려했다는 점을 언론에 흘림으로써 이 훈련이 독도를 겨냥한 것인지 센카쿠열도를 겨냥한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었다. 하지만 일본열도 서쪽에 있는 섬이면, 독도일 수밖에 없다. 센카쿠열도는 청일전쟁(1894) 이후로 일본이 점령해 왔으므로, 아무리 가상의 훈련일지라도 이곳을 겨냥해 탈환작전을 벌이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

자위대는 서쪽 바다의 '어떤 섬'을 겨냥해 "호위함이 잠수함을 공격하고 F4 전투기가 방공전을 펼치는 등의 훈련"을 거행했다. 호위함으로 상대국 잠수함을 공격하고 전투기로 폭격하는 방법으로 '어떤 섬'을 탈환할 생각을 했던 것이다.

이 훈련 1년 4개월 전인 1997년 7월 1일,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했다. 세계가 이 문제에 집중하고 있을 때인 그달 15일, 일본 방위청이 한국인들에게 각인시킨 단어가 하나 있다. 2022년 한국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일본군의 한국 진출 문제를 운운하면서 사용한 '유사시'란 단어다.

그달 16일 자 <동아일보> '일(日), 한반도 유사시 대응 첫 언급'은 "일본 방위청은 15일 한반도 등 주변 지역에서의 긴급사태에 대한 일본의 대응책을 주요 정책 과제로 부각시킨 <97년도 방위백서>를 마련, 각료회의에 제출했다"라며 "한반도 등 일본 주변국에 대한 자위대의 작전 지침과 관련되는 긴급사태 대응책을 일본 방위백서가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렇게 일본이 한반도 유사시 대응책을 노골적으로 표명한 그 이듬해에 자위대가 '어떤 섬' 탈환 작전을 벌였다. 이 작전은 1999년 하반기 내내 한국에서 회자됐다. 그만큼 한국인들에게는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일이 있었는데도 조태용 안보실장은 자위대의 독도 상륙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한국에 더 가까워진 일본 자위대

조태용 실장의 말대로 '독도에 내려도 되겠느냐?'고 자위대가 물어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자위대가 그런 문의 없이도 얼마든지 상륙할 수 있다는 점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걸프전쟁, 1990.8.2), 독일 통일(10.3), 미국과 다국적군의 이라크 공격(사막의 폭풍 작전, 1991.1.17) 등으로 전 세계가 혼란스러울 때 일어난 사건에서도 느낄 수 있다. 1991년 1월 23일 자 <경향신문>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22일 하오 3시 40분쯤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4백t급 경비정 103호가 한국 영해를 침범, 독도 해상 1.5km까지 접근했다. 독도경비대 측의 경고를 받고 일본으로 되돌아갔다. 영해를 침범한 일본 경비정은 이날 20여 분간 독도 주위를 선회했다."

한국군 몰래 독도에 근접했다면, 얼마든지 몰래 상륙할 수도 있다. 한국 해군이 주변에 없었다면 자위대가 어떻게 했을지 알 수 없다. 1999년 사례도 그렇고 이 사례도 그렇고, 한국이나 세계가 어수선할 때는 일본이 언제라도 독도에 손길을 내뻗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 일본의 특성은 4년 전인 2019년에도 드러났다. 일본은 2019년도 방위백서에서 독도에 대한 영공 침범에 대응할 수 있는 주체는 자국 항공자위대라고 강조했다. 한국이 아니라 자국이 독도 방어의 주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면서 자위대법 제84조를 거론했다.

제84조는 외국 항공기가 자국 영공에 침범하면 자위대가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외국 항공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하면 자위대가 긴급 발진할 수 있다는 점을 자위대법을 운운하면서 시사했던 것이다.

이런 긴급발진 때에 일본이 한국의 승인을 구하지 않을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윤석열 정부가 허가해주든 않든 얼마든지 그렇게 하리라는 점은 이제까지의 사례들이 충분히 증명한다.

이번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문건 중 하나인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 속에 "우리 대한민국·미합중국·일본국 정상은 우리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적 도전, 도발, 그리고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을 조율하기 위하여 각국 정부가 3자 차원에서 서로 신속하게 협의하도록 할 것을 공약한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이것의 의미에 관해 조태용 실장은 위 방송 인터뷰에서 "지역 내에서 어떤 도전이나 도발이나 위협이 있게 되면 신속하게 세 나라가 서로 협의한다는 내용"이라며 "그러한 협의를 통해 정보 공유 그리고 공동의 대응 조치 그리고 공동의 메시지 조율 이런 것들을 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해설했다.

그러나 자위대가 독도 상륙을 시도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신속 협의가 무의미해진다. 조태용 실장은 윤 정부가 그것을 허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그런 경우에 일본이 독단적으로 행동할 것임은 삼척동자도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일본 자위대가 점점 더 한국에 가까워지고 있다. 한국군과의 연합훈련을 통해 독도에도 점차 다가오고 있다. 독도가 침탈당할 가능성을 이렇게 키워놓고 있으면서도 윤 정부는 '허락하지 않을 것', '아마 없을 것'이라며 낙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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