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8.30 13:22최종 업데이트 23.08.30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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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24일 부산 중구 자갈치 시장에 있는 횟집에 테이블이 비어있다. ⓒ 연합뉴스

 
8월 24일은 우리나라로서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날짜가 될 듯하다.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인접 국가 대부분의 반대에도 보란 듯이 방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 해양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상인들은 오염수 방류로 인한 수산물 소비 감소로 생계 위협을 느끼고 있다.

수산물 상인들에게 다가온 공포

"어떻긴요. 기분 나쁘고, 걱정되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십여 평 규모의 작은 노포, 회부터 생선구이까지 수산물이 주메뉴인 음식점이었다. 마침 인터뷰하는 날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당일이라 가게 안에 설치된 TV에선 아나운서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소식을 전달하고 있었다.

오늘 방류가 장사에 어떤 영향을 줄 것 같냐는 질문에 사장 A씨는 위와 같이 운을 뗀 후 말을 이어갔다.

"오늘 방류했다고 당장 무슨 영향이 있을 것 같지는 않아요. (오염된 생선이 바로 식탁에 오르는 건 아니니) 그러나 분명 영향이 있겠죠. 아무래도 손님들이 당분간은 수산물을 피하겠죠."

'당분간'이란 단어에,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것 같다는 뜻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회복되겠죠. 솔직히 오늘보다 (올해 상반기에)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검토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 손님들 반응이 더 안 좋았어요. (정부가) 그때 해도 뭘 해야 했는데, 오히려 오늘은 '뭐 어쩌겠어, 그냥 먹는 거지' 이렇게 생각하는 손님이 있더라고요. 좀 무디어진 거죠"

현재 일본산 생선을 쓰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도 일본산 생선을 식자재로 사용할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제는 사용 못 하죠. 생태와 도미는 거의 일본산을 사용했어요. 특히 생태는 국산이 없어요(2019년 우리나라는 명태를 포획 금지했고 그 뒤 일본산이 100% 수입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생태탕은 안 팔고 있어요. 도미는 국산으로 대체하고 있고요.

저기 중심 상가 지역 대로변에 입점한 수산물 전문 음식점도 얼마 전에 보니 매장 일부를 쪼개서 반찬집을 열었더라고요. 대책을 세운 것 같아요. 거긴 월세가 세니까요. 우리는 회도 팔지만, 손님 요청에 따라 생삼겹살도 파니까 그래도 사정이 나은 거죠."

"설마설마 했는데... 투잡 생각까지 하고 있어"
  

앞으로 이런 수산물을 마음 편히 먹을 수 있을까? ⓒ 권성훈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지 이틀이 지난 26일,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인천 서구에 있는 중규모 횟집은 가장 바쁜 시간대인 토요일 저녁 8시였지만, 비교적 한가해 보였다. 해당 음식점은 홀은 아내가 주방은 남편이 분담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는 홀을 담당하는 B씨에게 24일 이전까지의 가게 상황과 방류가 시작된 24일 이후 상황을 물었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곧 한다는 뉴스가 나오니까 주문이 줄더라고요. 오염수가 방류된 건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사람들 마음이 그렇잖아요. 그런데 방류 당일 이후인 어제와 오늘은 매출이 올랐어요. 손님들이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앞으로는 못 먹을 거니 빨리 먹자'. (정부와 전문가들은 원전 오염수가 4년~5년 뒤에 한국 해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런데 이건 일시적이잖아요. 지금 관련 업종 종사자들은 정말 걱정이 많아요. 설마설마했거든요. 저희가 주간에는 음식 준비하고 배달만 받다가 저녁에 홀 장사를 해요. 남편하고 앞으로 홀은 접고 배달 장사만 하고, 투잡으로 뭘 더 해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고 있어요.

저희 부부가 소래 어시장에서 장사하다가 얼마 전 여기로 들어왔는데 소래 시장 상인들 전화가 정말 많이 와요. 거기 분위기는 어떠냐고요, 시장은 이미 손님이 많이 빠졌데요."


정부와 지자체의 '수산물 업종 피해 보상' 및 지원 대책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있는지를 물었다.

"사람들이 '보상이 돼봤자 얼마나 되겠냐?' 해요. 우리는 이게 생계잖아요. 저 사람(남편)이 이 일만 20년 넘게 했어요. 그걸 얼마에 보상을…. 다른 업종 단체들은 시위도 하고 단상에도 올라가 목소리를 내는데 저희는(수산물 전문 음식점) 그런 단체도 없어요. 그러니 그냥 우리끼리 한탄만 하는 거죠.

전에는 저기 TV에 뉴스 채널을 켜놨어요. 그런데 얼마 전부터 예능 채널로 돌려놨어요. 마음이 불편해서 못 보겠더라고요."

  
우려와 불안을 불식시키기에는 너무 큰 위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주요 당직자들이 29일 오후 연찬회를 마친 뒤 인천 중구의 한 수산물 전문식당에서 오찬 식사를 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자리에서 우리 수산물 소비 촉진을 촉구했다. ⓒ 연합뉴스

  
인터뷰 중 B씨는 이번 사태가 수산물 취급 업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가는 소금조차 결국 바다에서 생산되므로, 결국 후쿠시마 오염수의 잠재적 위험에서 우리 국민 대다수는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었다.

현재 일본 정부는 '과학적 근거'라는 문구에 방점을 찍은 자료를 제시하며 바다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공개하는 정보는 제한적이며, 일본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의견을 피력하는 세계적인 석학들과 전문가 역시 적잖은 상황이다.

더군다나 '장기 보관'이라는 확실한 대안을 외면하고, 오염수를 인류가 공유하는 바다에 풀어 놓고서는 "안심하라"라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과연 어떤 누가 이해할지 의문스러울 뿐이다.

현재 중국은 일본의 모든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막아야 함에도 "문제 없다"는 식의 태도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 대다수는 곧 다가올 불안한 미래에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특히 수산물 취급 종사자들은 코로나19 재난에 이어 가혹하게 몰아친 원전 오염수 방류 재앙으로 망연자실한 상황이다.

수산물 취급 종사자들은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고, 국제사회와 함께 공동 대응을 모색하길 원한다. 특히 이번 오염수 방류로 생계의 위협에 처한 수산업 종사자들에 대한 대비책을 조속히 마련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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