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46년 12월 7일자 '어린이신문'. 조선 해방을 위하여 몸을 바치신 영웅으로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가 기사에 실렸다.
어린이신문
자유시 참변의 책임을 홍범도 장군에게 돌리는 것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어불성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방부에서 발표한 문서를 보면 자유시에 있었던 우리 독립군 부대원 숫자를 터무니없이 부풀려 놓고 전원이 몰살당했다고 한다"며 "그 내용을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보면 '홍범도는 죽일 놈이다, 무슨 독립투사냐' 이런 식으로 호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도 편 가르기의 도구가 되어 수모를 당하고 있다. 너무 눈물겹고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애통해했다.
이 교수는 후배가 보내준 사진이라며 1946년 12월 7일 자 <어린이신문>을 보여주었다. 당시 신문에는 '조선 해방을 위하여 몸을 바치신 분들 8, 홍범도 장군'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 있었다.
그는 "해방이 된 후 당시는 좌우 대립이 심할 때였는데 홍범도 장군 이야기가 어린이들을 위한 위인전 기사로 나왔다"며 현재 상황이 당시보다 더 안 좋다고 한탄했다.
"윤 정부, 유족 없어 만만한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이 교수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옮기려는 이유가 윤석열 정권이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 인식을 수용하고 이승만 기념관 설립과 백선엽 대장의 친일 행적을 지우는 데 굉장히 불편한 요소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승만 기념관을 세우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무언가 많은 저항이 예상되니까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운동사의 근본을 한 번쯤 혼란을 줘 뒤흔들고 그다음에 당당하게 건립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백선엽 띄우기도 노골적으로 하는데 같은 맥락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은 유족도 없으니까 가장 만만한 대상으로 보는 것 같다"며 "그게 더 가슴이 아프고 연민이 든다"고 고개를 떨구었다.
이동순 교수는 "육사 안에 있는 독립운동가 다섯 분들을 모두 독립기념관으로 옮기겠다고 했다가 지금은 네 분은 그대로 두고 홍범도 장군만 옮기겠다고 하는데 독립기념관에서는 안 받겠다고 하니 옮겨 설치할 데가 없다"라며 "아마 창고로 가는 게 아닌가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톨릭에서는 마리아상이나 성인들의 석고상 등을 성물이라고 하는데 함부로 버리면 벌 받는다는 게 신자들 사이에 믿음으로 있다"며 "부러지거나 칠이 벗겨지거나 그러면 땅에 묻는다, 그게 예의다. 홍 장군의 경우에도 만약 육사에서 쫓아내겠다면 묻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장군의 흉상을 창고에 처박으면 나라도 가만히 안 있을 것"이라고 분노했다.
이어 "역사라고 하는 것은 거울이다. 거울을 통해 오늘을 비추어봐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반성도 얻고 교훈도 얻어야 되고 어떤 깨우침도 가져야 후손들에게 부끄럽지 않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범도 장군을 이렇게 내동댕이치고 훼손한다면 우리 후손들에게 어떤 조상으로 비치겠나"라며 "장군을 난도질하는 국방부와 보훈부 관계자들이 아주 깊이 반성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동순 교수가 쓴 시 '홍범도 장군의 절규'이다.
홍범도 장군의 절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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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토록 오매불망
나 돌아가리라 했건만
막상 와본 한국은
내가 그리던 조국이 아니었네
그래도 마음 붙이고
내 고향 땅이라 여겼건만
날마다 나를 비웃고 욕하는 곳
이곳은 아닐세 전혀 아닐세
왜 나를 친일매국노 밑에 묻었는가
그놈은 내 무덤 위에서
종일 나를 비웃고 손가락질하네
어찌 국립묘지에 그런 놈들이 있는가
그래도 그냥 마음 붙이고
하루하루 견디며 지내려 했건만
오늘은 뜬금없이 내 동상을
둘러파서 옮긴다고 저토록 요란일세
야 이놈들아
내가 언제 내 동상 세워달라 했었나
왜 너희들 마음대로 세워놓고
또 그걸 철거한다고 이 난리인가
내가 오지 말았어야 할 곳을 왔네
나, 지금 당장 보내주게
원래 묻혔던 곳으로 돌려보내 주게
나, 어서 되돌아가고 싶네
그곳도 연해주에 머물다가
무참히 강제이주 되어 끌려와 살던
남의 나라 낯선 땅이지만
나, 거기로 돌아가려네
이런 수모와 멸시당하면서
나,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네
그토록 그리던 내 조국 강토가
언제부터 이토록 왜.놈.의 땅이 되었나
해방조국은 허울뿐
어딜 가나 왜.놈.들로 넘쳐나네
언제나 일본의 비위를 맞추는 나라
나, 더 이상 견딜 수 없네
내 동상을 창고에 가두지 말고
내 뼈를 다시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로 보내주게
나 기다리는 고려인들께 가려네
민족의 장군 홍범도
이동순 (지은이),
한길사,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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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 장군 흉상 창고에 처박으면 나라도 가만 안 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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