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랑에 몰아주기 작업
최새롬
"엄니 아버지가 보고도 그냥 계시니까 그런 거 아녀요!"
부모님도 말씀 없으시고 나도 말이 없으면 이 밭과 감자는 어쩌자는 것인가.
"수확한 밭에서는 가져가도 된다. 예전부터 그랬다. 끝나고 오시라고 더 잘 말씀드릴 수 있지 않았냐. 일하고 있는 중에 오신 건 너무했지만."
어머니는 참외를 맛있게 드시며 말씀하신다.
"어떤 사람이 우리 집에 몰래 들어와서 식탁에 있는 감자 몇 개를 가져갔어요. 이것과 무엇이 다른가요? 이건 사유지 침입이라구요."
나는 내 식대로 비유를 들어 설명한다. 그러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너는 말두 험하게 한다. 이게 어떻게 그거랑 같니."
나는 말이 험한 사람이 된다. 부모님과 나와 동생은 눈앞에 일어난 상황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는 일은 어렵다. 노인에게는 '이삭줍기'라고 부르는, 수확한 땅에 들어가 여남은 것을 주워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을 시절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어렴풋이 아시는 부모님과 전혀 알지 못하는 내가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다른 것이었다.
수확을 하는 중에 감자를 주워가는 사람은 이 날 두 명 더 왔다. 한 사람은 전화로 "아는 사람이~ 감자를 좀 가져가라고 해서 왔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 사람을 부모님은 전혀 모르시며, 감자를 주워가라고 연락한 적도 당연히 없다. 그냥 그가 빈 밭에 들어와 감자를 캐봐도 되겠냐고 한 것을 그러라고 했을 뿐이다.
농사에 대한 너무나무도 다른 이해
그날 저녁, 감자를 다 털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내가 마케터라서, 서울에 살아서, 부모님과 나이가 달라서, 농사 짓는 부모님과의 다르게 농사를 다르게 이해하고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이 놓치고 있다고 생각했던 예상 수량, 수확량, 자재 비용과 인건비 등에 대해서 다르게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고랑을 쪼그려 앉아 일하면서 내가 알게 된 것은 두 가지이다. 농사가 무엇인지 내가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함께 처한 상황(귀인의 도착, 감자 이삭줍기 사건)에도 부모님과 내가 전혀 다르게 이해한다는 사실이었다.
부모님의 농사를 도우며 구체적으로 부모님의 일과 삶을 조금 이해해 보게 된 것 같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 이토록 선명히 있다는 것에 대해.
양파와 감자 수확을 하면서 알게 된 것들이 이렇게 많다. 앞으로 고구마와 참깨, 무와 배추, 벼농사에서는 또 어떤 것을 새롭게 알고, 이해하고, 또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될까?
- 여름 시즌 농사가 끝났습니다. 9월 말부터 다시 농사일을 돕고, 10월에 다시 연재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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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지나다가 감자 줍고 밤 따고... 그거 낭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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