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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자연에서 배우고 살아온 이 청년이 반대하는 것

구례군 문척면 계족산을 터전으로 살아온 정정환씨... 이곳에 양수발전소가 들어선다면

등록 2023.09.11 10:07수정 2023.09.1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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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 정정환


전남 구례군 문척면의 계족산(鷄足山, 702.8M)에서 섬진강 물줄기 너머로 지리산 연봉의 매혹적인 장관을 잘 볼 수 있다. 섬진강과 지리산이 한 폭의 그림을 이루는 이 장관은 그대로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다.

이 계족산 정상 아래 높은 위치에 상부댐을 조성하고, 중산천 계곡에 하부댐을 조성하는 양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두 댐 사이의 산기슭 지하에 수로터널을 설치하여 발전소 시설을 갖추는 것이다.

구례군은 지난 5월 31일 한국중부발전과 500㎿급 문척면 양수력발전소 계획 업무협약을 체결하였다. 1조5000억 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공사로 건설 기간은 7년~10년 정도로 예상된다. 구례군은 주민 의견을 수렴해 오는 11월 무렵에 유치 신청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구례군은 이 발전소에 100여 명의 인력이 상주하고, 6000명을 수용하는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발전소에서 해마다 상당한 세수 수익이 발생하고, 발전소 주변 관광 자원화로 지역경제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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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야생조류, 말똥가리 ⓒ 정정환

 
이후 구례군에는 양수력발전소 유치를 위한 주민들의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지난 8월 29일에 구례군 문척면 양수발전소 유치위원회가 출범했고, 충남 보령시 한국중부발전 본사를 방문하여 발전소 유치 건의문 전달하였다.

그러나 양수력발전소가 계획된 중산리 마을의 주민을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발전소가 건설되면 계족산과 중산천에 사는 하늘다람쥐, 담비, 수달과 팔색조 등의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 터전이 사라지고, 물안개 등에 의해 마을의 환경이 파괴될 것이라며 반대 운동에 나섰다.

지난 8월 31일에는 이들 중산리 주민들이 한국중부발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례군이 추진하는 양수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구례군이 일부 주민의 반대가 있더라도 충분한 검증과 설명 없이 군의회에서 통과시키고 11월에 양수발전소 사업을 신청하려고 한다며 밀어붙이기식의 발전소 건설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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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야생조류, 붉은배새매 멸종위기 2급 ⓒ 정정환

 
섬진강댐보다 큰 댐 두 개가 축조되는 양수력발전소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국토 지질도를 보면 이 양수력발전소가 건설이 추진되는 계족산 지역은 중생대 백악기에 화산활동으로 인한 화산재가 퇴적되어 형성된 응회암이 기반암으로 보인다.

이곳의 양수력발전 건설 계획도에 의하면, 댐 길이는 상부댐이 424m, 하부댐 281m이다. 댐 높이는 상부댐 129m, 하부댐 72m이며 상부댐과 하부댐의 수위 낙차는 360m이다. 상부댐의 만수위 높이는 450m이며 하부댐의 만수위 높이는 108m이다. 이 양수발전댐의 유효 저수용량은 540만 톤이다.

이 정도의 댐 규모이면 대단히 큰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해발 700m 계족산의 높은 위치에 이렇게 큰 상부댐 구조물을 축조하고, 360m의 수위 낙차의 곳에 하부댐을 축조하게 된다. 그리 높고 크지 않은 산과 계곡에 공사 기간이 최장 10년까지 예상되는 대단위 공사가 집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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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야생조류, 파랑새 ⓒ 정정환

 
전북 임실군 강진면의 섬진강에 1965년 준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인 콘크리트 중력식댐인 섬진강댐이 있다. 이 댐은 높이 64m, 댐의 길이 344.2m이다. 이 댐은 총저수용량은 4억 6600만 톤이다.

현재 구례군 문척면 중산리에 추진되는 발전소 상부댐은 섬진강댐보다 댐 높이가 2배가 되고 하부댐도 섬진강댐보다 높은 큰 구조물이다. 그런데 저수용량은 문척면 양수력발전댐은 540만 톤으로 섬진강댐의 4억 6600만 톤에 비교하면 약 85분의 1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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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야생조류, 검은등할미새 ⓒ 정정환

 
계족산이 학교이고 삶의 터전인 청년의 양수력발전소 반대

정정환(31세, 전남 구례군 문척면 중산리)씨는 지난 9월 초부터 구례군청 앞에서 계족산 양수발전소 건설에 반대하는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계족산의 자연이 정정환씨에게는 학교이고, 이 산의 야생 동식물이 그의 학교 친구이다. 재택교육으로 공부했지만, 검정고시로 학력을 인정받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던 그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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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 정정환

 
"12살 때부터 형과 함께 산에서 오리와 염소를 키웠어요. 오리는 아침이면 밖에 풀어놓고 연못에서 놀 수 있게 해주었고, 염소는 풀밭에 매어놓았어요. 저녁이면 오리와 염소를 염소 우리와 오리 움막에 들여놓아 보호하지요.

산 중턱의 절터에 있는 바위굴에 들어가 놀기도 하고, 더덕을 캐러 계곡에 올라가곤 했었지요. 산과 계곡이 놀이터였고 학교였어요. 산속에 밤이 들면 하늘의 별들이 계곡에 내려온 것처럼 그 많던 반딧불은 아름다운 추억이에요.

계족산은 능선으로 가다 보면 바위가 나오고, 바위를 지나가려면 암벽등반을 해야 다음 코스로 진입할 수 있어요. 안전하게 가고 싶으면 멀리 돌아가야 하지요. 이렇게 산의 계곡이 험하고 깊다 보니 사향노루가 살았다고 하며, 습한 곳을 좋아하는 팔색조가 많이 찾아오지요.

새를 사진에 담기 위해서는 위장막에 들어가 몇 시간이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해요. 좁은 공간에서 여름에는 더위를 참고, 겨울에는 추위를 견뎌야 하지요. 그래도 새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뻤어요. 새들도 위장막이 안전하다 느끼면 내가 얼굴을 내밀어도 날아가지 않았지요."


정정환씨는 이 계족산의 야생동물을 탐사하고 야생조류의 사진을 찍으며 이 산의 자연을 터전 삼아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그가 양수력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이 계족산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행동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실천이라고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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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 정정환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인터넷 신문 지리산인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구례군 계족산 야생동물 #구례군 문척면 계족산 #구례군 양수력발전소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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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의 역사 문화 자연에서 사실을 확인하여 새롭게 인식하고 의미와 가치를 찾아서 여행의 풍경에 이야기를 그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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