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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까지 갔는데 고작 25분? '놀뭐' 제작진의 패착

[리뷰] MBC <놀면 뭐하니?>

23.09.18 11:19최종업데이트23.09.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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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 ⓒ MBC

 
MBC <놀면 뭐하니?>가 개편을 단행한지 두달여 시간이 흘렀다. 휴방과 담당 PD교체 등으로 대폭적인 변화를 꾀했지만 화제성, 시청률 등에선 좀처럼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16일 <놀면 뭐하니?>는 답보 상태에 놓인 프로그램의 현재를 고스란히 반영했다. 전주에 이어 '놀뭐 대행사' 2탄 및 무인도로 떠난 멤버들의 이야기로 꾸몄는데, 무인도 촬영 분량은 1시간 12분(OTT 기준) 중 고작 25분에도 못미쳤다. 나머지 47분 가량은 유부장+하사원으로 분장한 유재석-하하 2인의 티키타카 호흡으로 채워졌다.   

​검증된 예능 콤비의 티격태격 케미는 웃음을 유발했지만 그러는 사이 나머지 멤버들의 존재감은 수증기처럼 사라졌다. 힘을 들여 준비했을 법 한 무인도 촬영은 전체 방영 시간 1/3 정도에 그치면서 흐지부지 막을 내렸다. 좋은 소재로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는 건 과연 누구의 탓일까. 

유부장-하사원의 '레트로 데이트' 답사
 

MBC '놀면 뭐하니?' ⓒ MBC

 
이날의 <놀면 뭐하니?>는 '놀뭐 대행사' 2편으로 출발했다. 한주전 멤버들은 유부장-하사원 등 X세대와 주우재-이이경-박진주-이미주 등 MZ세대로 나누어 시청자 의뢰를 받아 데이트 코스 물색에 나섰다.   

남산 답사를 위해 직접 계단을 오르며 고군분투했던 유재석은 이번엔 또 다른 예스러운 장소인 덕수궁 돌담길로 행선지를 정했다. 레트로 분위기에 심취한 두 사람들은 시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분위기에 도취됐다.  

곧이어 예전 레스토랑 분위기의 식당을 찾아 돈가스, 함박스테이크를 먹었다. 유재석과 하하는 계란프라이 때문에 옥신각신하며 웃음 만들기를 유도했다. 이후 마지막을 두 사람은 가장 친숙한 장소, 한강으로 향했다. 

커플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그동안 몰랐던 한강의 정취에 흠뻑 빠진 두 사람은 "한강에서 촬영 많이 했는데 이런 게 있었는지 몰랐다"면서 격세지감을 실감하기도 했다. 

무인도 갔는데 분량은 고작 25분 분량이라니
 

MBC '놀면 뭐하니?' ⓒ MBC

 
​이날 방송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았지만 큰 실망으로 돌아온 내용은 무인도에서의 퀴즈 및 식사였다. 이전 촬영분에서 벌어진 유재석의 실수 때문에 멤버들은 "험난한 한끼'를 해결하고자 이름 모를 무인도로 향했다. 

목적지에 도착한 이들에게 제작진은 각종 문제를 내고 이를 맞추면 라면 및 각종 재료를 상품으로 증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퀴즈 난이도는 일명 '구멍' 멤버들도 맞출 만큼 쉬웠다. 

제일 먼저 출제된 내용은 5리터와 3리터 짜리 물통 2개를 이용해 정확히 4리터의 물을 채우라는 것이었다. 이건 워낙 많은 예능에서 자주 등장한 내용인 데다 멤버 중에는 tvN <문제적 남자> 출신 브레인 주우재가 있었다. 당연히 주우재는 시간 제한에 구애받지 않고 단번에 정답을 맞혔다..

두번째 문제는 4개의 장작(성냥)을 이동해서 정사각형 3개를 만들라는 것이었다. 이번엔 이미주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며 역시 제시된 퀴즈를 맞혔다.

이어진 내용 역시 속속 멤버들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문제를 풀어내면서 라면 및 각종 식재로 획득에 성공했다. 결과적으로 무인도 분량은 25분도 채 안될 만큼 미미한 비중을 차지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정말 위험하다... 제작진의 각성 필요
​ 

MBC '놀면 뭐하니?' ⓒ MBC

 
이번 <놀면 뭐하니?>는 단순히 촬영 분량 부족의 문제를 떠나 멤버들의 특성을 아직도 파악 못한 제작진의 오판에서 기인했다고 볼 수 있다.

이날 무더운 날씨 속 진행된 무인도 녹화는 성우까지 현장에 섭외될 만큼 제법 큰 공을 들인 티가 역력했다. 그럼에도 고작 25분 분량 뽑기에 그쳤다는 건 비상시 활용 가능한 '플랜B'조차 생각 못한 제작진의 준비 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다.   

앞서 제작진은 지난 7월 초 주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5회로 갔을때 후반부 0.5회에서 힘이 빠진다는 반응이 많았다"면서 "한회 안에 다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고 있다"고 각오를 피력한 바 있었다.

하지만 이번 방영분은 이와 같은 약속을 스스로 깨뜨린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도돌이표 마냥 반복되는 멤버 쪼개기식 촬영이다. 유재석-하하 2인 중심의 녹화분이 이번 방송의 2/3을 차지했다는 건 나머지 4인의 비중이 개편 두달이 지난 지금 1/3 정도에 그치고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게 아닐까.  

​한편 다음주 방송 예고를 통해 <놀면 뭐하니?>는 가을 노래 특집편으로 노을, 윤민수 등 인기 가수들의 열창 장면을 보여줬다. '돌고 돌아 결국 음악 예능'이라는 의구심을 자아낸 <놀면 뭐하니?>의 위기는 결국 제작진 스스로 자초한 게 아닌가 싶다. 이래선 정말 곤란하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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