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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번엔 '왜적'이 문제? 페북, 4년 전 독도 시 삭제 통보

'홍범도 장군의 절규' 이동순 시인 작품 또 문제 삼아... 오마이뉴스 인용 보도도 삭제

등록 2023.09.19 19:03수정 2023.09.19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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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9월 18일 이동순 시인이 지난 2019년에 올린 시 '독도 우표'가 혐오 발언이란 이유로 삭제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시에는 '왜적'이란 시구가 들어가 있다. 오른쪽은 '독도 우표'가 실린 이동순 시집 <독도의 푸른 밤>(실천문학사) ⓒ 이동순 시인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홍범도 장군의 절규'에 이어 4년 전 같은 시인이 쓴 독도 관련 시도 '혐오 발언'이라는 이유로 삭제 통보했다(관련기사 : '왜놈'이 혐오발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 삭제 논란 https://omn.kr/25l7t). 

<민족의 장군 홍범도 장군> 저자인 이동순 경북대 명예교수는 19일 <오마이뉴스>에 "2019년 페이스북에 올린 시 '독도 우표'를 규정 위반으로 삭제 조치했다는 통보를 전날 받았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4년 전 올린 '독도 우표' 시도 삭제 통보... '왜적' 표현이 문제?

이번에 삭제조치 통보를 받은 게시물은 3년여 전인 2019년 9월 13일 이 교수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독도 우표' 시 전문과 우리나라와 북한의 독도 기념 우표 사진들이 포함된 게시물이다. 페이스북은 '홍범도 시' 삭제 때와 마찬가지로 "정체성을 바탕으로 개인 또는 집단을 공격하는 콘텐츠를 공유한 것 같다", "게시물이 혐오발언에 관한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한다"고 밝혔다.

다만 삭제했다고 통보한 이동순 시인의 '독도 우표' 게시글은 19일 오후 6시 현재 페이스북에서 공개돼있다. 페이스북의 시스템 오류 탓인지, 이날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른 복원 조치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번 삭제 통보는 앞서 홍범도 시에 들어간 '왜놈'과 유사한 '왜적'이란 표현을 문제 삼은 데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왜적'은 '도둑질하는 일본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란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록돼있다.

이 시에는 "누가 함부로/ 내 집을 자기 집이라 우기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 집을 누가 자기네 집이라 우기나 / 바로 왜적 일본일세/ 저 간악한 무리가 또 난동일세"라는 대목과 "이렇게 일본이/ 괴벽과 망녕 부려대자/ 북한에서도 독도 우표 만들었네/ 조선의 섬 독도/ 왜적들 속은 뒤집어졌네"라는 대목에 두 차례 들어있다.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코리아 홍보 담당자는 19일 오후 <오마이뉴스> 전화 통화에서 "개별적인 사례에 대해 (구체적인 규정 위반 사유와 삭제-복원 히스토리를)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독도 우표'는 독도를 자기 소유라고 주장하는 일본 정부를 풍자하는 시로, 지난 2020년 5월 출간된 이동순 시집 <독도의 푸른 밤>(실천문학사)에도 수록됐다.

페이스북, 홍범도 시 인용 보도한 오마이뉴스 게시물도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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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은 9월 12일 오마이뉴스 공식 계정으로 올린 <'왜놈'이 혐오발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 삭제 논란> 기사 링크 게시 글도 '혐오 발언' 규정 위반으로 삭제했다고 통보했다. 오른쪽은 9월 19일 현재 트위터(엑스) 계정에 공개된 동일한 내용의 게시물. ⓒ 오마이뉴스 페이스북/트위터 계정


페이스북은 지난 2일 '홍범도 장군의 절규' 시도 같은 이유로 삭제하면서 문제가 된 표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는데, 이동순 교수는 '왜놈'이란 시구 때문으로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왜놈'은 일본에게 나라를 잃은 홍범도 장군의 관점에서 쓴 시적 표현이기 때문에 '저항 표현'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들 게시물은 물론, 언론의 인용 보도까지 무차별 삭제 처리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왜놈'이 혐오발언? 페이스북, '홍범도 장군의 절규' 삭제 논란> 기사에서 홍범도 시구 일부를 인용 보도하고, 페이스북 공식 계정으로 논란이 된 시구와 함께 올렸는데, 페이스북은 이 게시물도 '혐오 발언' 규정 위반이라며 삭제했다.

반면 같은 날 오마이뉴스가 트위터(현 엑스) 공식 계정으로 올린 동일한 내용의 게시물은 19일 현재 계속 유지되고 있다.

페이스북(현 메타) 전 직원인 프랜시스 하우겐이 2021년 10월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허위정보와 혐오발언, 인종간 폭력 등을 조장한다고 내부 고발한 뒤 메타는 혐오발언 자동 감지와 삭제 기능을 강화했다. 올해 2분기 혐오 발언으로 삭제한 페이스북 콘텐츠만 1750만 건에 이르지만, 이 중 692만여 건은 자동 감지 기술 오류와 당사자 이의 제기로 다시 복원했다.

이동순 시인이 2019년 페이스북에 올린 시 '독도 우표' 전문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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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순 시인이 지난 2019년 9월 13일 페이스북에 올린 '독도 우표' 시 전문 ⓒ 이동순 시인 페이스북

 
나 태어난 집
나 지금 사는 집
내 조상 대대로 살아온 터전을
우리 집 아니라고 우겨대는 놈 있네
등기권리증 보자고 하네

누가 함부로
내 집을 자기 집이라 우기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우리 집을 누가 자기네 집이라 우기나
바로 왜적 일본일세
저 간악한 무리가 또 난동일세

어쩔 수 없이
내 집 사진 넣은 우표 만들었네
해국 갯메꽃 슴새
괭이갈매기 도합 네 가지 만들었네
봉투에 그 우표 붙여
일본 친구한테 편지 보내었지

일본 우체국에선 난리가 났네
불난 집처럼 호들갑 떨며
한국에서 날아온
모든 독도 우표 일일이 찾아내어
그 사진 보이지 않도록
새카맣게 먹칠해서 반송했다네

이렇게 일본이
괴벽과 망녕 부려대자
북한에서도 독도 우표 만들었네
조선의 섬 독도
왜적들 속은 뒤집어졌네
#페이스북 #이동순시인 #독도우표 #혐오발언 #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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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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